[‘밀수’ ③]가장 긴박한 순간에 터져나오는 류승완 감독의 폭발적 액션

2023. 7.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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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류승완 감독의 전설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에서 처음 싸움이 벌어지는 곳은 당구장이다. 당구 다이의 비좁은 공간에서 7~8명이 뒤엉켜 싸우다가 한 명이 맥주병에 맞아 죽는다. 이어 액션이 펼쳐지는 곳도 골목길과 주차장 등이다. 그는 좁은 공간에서 화려함 보다는 날것 그대로의 리얼한 몸놀림을 담아내는데 특별한 능력을 발휘했다.

‘베테랑’(2015)에서 황정민과 유아인이 격돌하는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라. 비교적 넓은 서울의 길거리에서 부딪히는데, 그마저도 구경꾼들이 둘러싸게 만들어 공간을 좁혀 액션의 쾌감을 극대화했다(구경꾼 중 한명은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를 외치는 마동석이다). 극 초반부 황정민이 중고차 사기범들을 일망타진하는 곳도 자동차 정비소다.

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넓은 곳에서 액션이 펼쳐지는 영화는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인데, 그 마저도 모래바람을 일으켜 갇힌 듯한 느낌을 주면서 액션신을 촬영했다. 류승완 감독은 선천적으로 확 트인 곳 보다는 답답함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액션 타격감을 높인다.

그의 장기는 ‘밀수’에서 폭발한다. 고향 소도시 군천을 떠나 서울서 밀수에 재미를 붙인 춘자(김혜수)는 전국구 밀수꾼 권 상사(조인성)에게 덜미를 잡힌다. 춘자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천의 새로운 밀수왕으로 떠오른 장도리(박정민)에게 권 상사를 소개시켜주며 둘의 동업에 중재자로 나선다.

장도리는 자신을 무시하며 거들먹거리는 권 상사를 제거하기 위해 부하들을 잔뜩 모아 호텔을 급습하는데, 여기서도 양쪽으로 꽉 막힌 복도와 방을 배경으로 격렬한 액션신이 전개된다. 얼음송곳을 손에 쥔 권 상사와 칼 하나에 의지한 권 상사의 부하는 10명이 넘는 장도리 일당과 일대 격전을 펼친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리얼액션이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든다.

그동안 거칠고 다이내믹한 액션에 두각을 나타낸 그는 ‘밀수’에서 난생 처음 여성적이면서도 우아한 액션신에 도전했다. 충무로 역사상 보기 드문 장관이다. 바다 속에서 손에 아무 것도 들고 있지 않은 김혜수, 염정아(진숙 역) 등 해녀들과 적들의 한판 대결은 수중 액션이라는 느린 동작에도 불구하고 짜릿한 쾌감을 전달한다. 아티스틱 스위밍과 절박한 생존이 결합된 명장면이다.

'밀수'는 해양 범죄액션활극을 표방한다. 밀수를 둘러싸고 서로 속고 속이는 치밀한 두뇌싸움이 몰입도를 높인다. 배신과 복수의 이야기가 점차 정점으로 치달을 때 류승완 감독의 액션은 가장 긴박한 순간에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빠른 템포로 흘러가는 스토리에 임팩트 있게 터지는 액션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우리가 류승완 감독의 액션에 매료되는 이유다.

7월 26일 개봉.

[사진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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