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문학자가 발견한 쌍성 움직임…300년 된 뉴턴 역학 무너뜨릴까

이병철 기자 2023. 7.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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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현 세종대 교수 연구진 연구 결과 발표
가이아 우주망원경으로 2만6500여개 쌍성 움직임 분석
공전 궤도 커질수록 중력 가속도 이론치와 차이 커져
암흑물질 도입 대신 기존 이론 수정해야 설명 가능해
국내 연구진이 2만6500여개의 쌍성 데이터를 분석해 기존 뉴턴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천체의 움직임을 찾았다. 이같은 움직임은 암흑물질의 도입 대신 뉴턴역학을 보완한 수정뉴턴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퍼블릭도메인

한국 천문학자들이 지금까지 발표된 우주 이론으론 설명할 수 없는 천체 움직임을 발견했다. 지난 300년 간 우주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근거가 됐던 뉴턴 역학은 물론, 일반상대성 이론과 빅뱅 우주론에도 수정이 불가피한 중요한 발견이라는 게 천문학계의 설명이다.

채규현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 연구진은 2만6500여개의 쌍성(쌍둥이별)의 궤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뉴턴 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증거를 찾았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진은 유럽우주국(ESA)이 지난 2013년 쏘아올린 가이아우주망원경으로 장주기 쌍성을 관측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다. 쌍성은 같은 중심을 두고 함께 공전하는 짝별(동반성)을 가진 쌍둥이별로 우주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연구진은 지구에서 650광년(빛이 1년간 날아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이내에 있는 2만6500여개의 쌍성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는 지금까지 쌍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 중 가장 큰 규모다.

연구진이 쌍성에 주목한 이유는 암흑물질과 무관하게 중력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흑물질은 암흑에너지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우주의 85%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우주를 설명하는 모든 이론은 우주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암흑물질의 영향을 감안하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공전하는 두 별(항성) 간에는 암흑물질의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천문학자들은 봐왔다.

쌍성의 궤도 운동에서 나타나는 중력의 변칙성을 보여주는 그래프./세종대

연구진은 두 별 사이의 거리에 따라서 쌍성이 경험하는 가속도를 계산하고, 이를 뉴턴 역학을 적용해 해석한 결과와 비교했다. 그 결과 1000AU(천문단위·1AU는 지구와 태양사이의 거리) 이내의 궤도를 도는 쌍성의 움직임은 뉴턴역학의 계산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보다 먼 궤도에서는 뉴턴 역학의 예측치보다 훨씬 큰 중력 가속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AU 이상부터 예측치와 차이가 나타났고, 5000AU 이상에서는 1.4배까지 차이가 커졌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1983년 이스라엘의 물리학자 제이콥 베켄쉬타인과 모르더하이 밀그롬이 제안한 수정 뉴턴 역학인 ‘AQUAL 이론’과 일치한다. 수정 뉴턴 역학은 암흑물질을 반영하는 대신 뉴턴 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을 수정해 천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암흑물질은 뉴턴 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회전 속도보다 큰 중력을 가진 은하단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수정 뉴턴 역학은 암흑물질이 아닌 외부 중력장이 물체의 중력에 영향을 받는다고 해석한다.

밀그롬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최첨단 데이터를 매우 세심하고 주의 깊게 분석해서 얻어진 것”이라며 “앞으로 이번 발견이 검증되고 수정 뉴턴 역학의 예측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천체물리나 기초물리학, 우주론 전반에 가늠하기 힘든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쌍성으로 중력을 테스트하는 것을 제안한 멕시코 국립자치대의 하비어 에르난데스 교수도 “정밀한 가이아 위성 데이터와 세심하게 선별한 쌍성 샘플, 디테일한 분석은 이번 결과가 견고한 과학적 발견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채 교수는 “앞으로 장주기 쌍성을 비롯해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연구할 예정”이라며 “수정 뉴턴 역학이 일반적인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질 때까지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천문학계에서는 암흑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스페인 카나리아제도 천체물리연구소 연구진은 이달 11일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파블 크루파 독일 본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전파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우주의 물질 분포가 균일하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1월 발표하기도 했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암흑물질로 우주 물질의 밀도 차이가 발생하면서 우주가 진화했다고 설명하는 기존 이론과 반대되는 관측 결과다. 크루파 교수는 “최근 여러 연구에서 중력이 뉴턴의 이론이 아닌 밀그롬의 이론을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연구가 천체물리학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천문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 25일 소개됐다.

채규현 세종대학교 물리천문학과 교수./세종대

참고자료

The Astrophysical Journal, DOI : https://doi.org/10.3847/1538-4357/ac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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