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 고함, 분노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K-무리뉴' 이정효의 진심

김대식 기자 2023. 7. 25.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만 판단하기엔 어려운 사람이었다.

광주는 어려운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 6월 24일 홈에서 전북 현대를 잡을 때까지만 해도 광주의 돌풍은 여름 내내 이어질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광주는 거짓말처럼 4일 뒤 벌어진 전북 원정에서 0-4로 대패한 뒤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1위 울산 현대에 0-1로 패배한 건 아쉬웠지만 강원FC, 제주 유나이티드, 대구FC를 만나 계속해서 무승부만 거두면서 나아가지 못했다. 경기 결과를 분석할 때 한 가지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 대두된 건 실내 훈련이었다.

광주가 훈련해야 할 광주축구센터는 비가 많이 오면 훈련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7월 초부터 시작된 장마로 인해서 광주는 제대로 된 훈련을 실시할 수가 없었다. 실내 훈련으로 대체했지만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는 우려될 수밖에 없었다.

장마철 어두컴컴한 하늘처럼 광주의 7월도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다. 리그 4경기에서 거둔 3무 1패라는 성적은 파이널 라운드 그룹A를 노리는 광주에 치명적이었다. 달아나야 할 시기에 광주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중하위권인 대구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견제를 받게 됐다.

그래서 수원FC와의 경기는 광주한테 더욱 중요했다. 이정효 감독도 경기 전 "매 경기 중요하지만 이번 경기가 더 중요할 것 같다"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동시에 그는 "솔직히 많이 걱정이 된다. 실내에서 훈련했다. 필드에서는 조금밖에 못했다. 필드와 실내 운동 차이는 많이 난다. 없는 환경에서 선수들이 노력해줬다"며 훈련 부족을 굉장히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광주는 시종일관 수원FC를 몰아쳤다. 경기 직전 많은 비가 쏟아져 잔디가 젖어있는 상태였지만 광주 선수들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정효 감독도 평소처럼 선수들에게 고함을 치면서 지휘하기 시작했다.

전반 종료 직전에 터진 두현석의 멋진 득점으로 승기를 잡은 광주는 후반 들어서 굳히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는 이정효 감독이 원하는 경기 운영이 아니었고, 평소보다 더 많이 선수들에게 화를 냈다.

밖에서 보기엔 선수들에게 굉장히 불만이 많은 것처럼 보였지만 경기 후 그는 솔직한 감정을 내보였다. 기자회견 자리에 앉은 이정효 감독은 한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구단 관계자가 건넨 물 한모금을 마신 뒤 입을 열기 시작한 그한테서는 울컥한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경우에서도 극복했고, 굴하지 않고 모든 걸 쏟아내고 있다.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어떤 말을 해도, 어떤 단어를 써도 운동장에서 거짓말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 경기장 밖이지만 같이 뛰면서 감동 받아서 울컥한다. 광주 팬들도 많이 늘어났다. 원정인데 먼 길 찾아오셔서 목이 쉴 정도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며 울먹였다.

이정효 감독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고생하고 있는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 보답해주자 감동을 받아 감정이 북받친 것이었다. 기자회견에서 다른 팀을 향해 독설을 하고, 경기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선수들을 향해 고함을 치는 이정효 감독의 색다른 모습이었다.

이미 광주 선수들은 외부적으로 비춰지는 이정효 감독의 모습 안에 어떠한 감정이 담겨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엄지성은 "교체로 나온 뒤에 감독님을 봤는데 화나신 모습을 보고, 다른 감독님과도 다르다고 느꼈다. 욕망도 크시다. 이기고 있어도 선수들이 방심하지 않도록 그러신다. 밖에서 소리질러주셔서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고, 한 발 더 뛰게 된다"며 이정효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이야기했다.

이어 "감독님도 바꾸려고 힘을 쓰시는 것도 선수들도 안다. 그래서 더 선수들도 간절하다. 저희 선수들이 결과를 가져와야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구단에게 말할 수 있는 건 없다"며 이정효 감독을 위해서 뛰겠다고 말했다.

정호연 또한 "경기장 안에서만 그러신다. 선수들도 감독님의 노력을 잘 안다. 저희가 잘되라고 소리치신다. 소리치실수록 선수들이 뭔가를 더 하려고 한다"며 이정효 감독의 진심을 알고 있었다. 

광주에 수원FC전 승리는 6경기 만에 거둔 승점 3점만큼이나 이정효 감독과 선수단의 끈끈함을 확인할 수 있는 값진 경기였다.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