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1시간대 경기'도 나왔다…KBO도 스피드업 혁명 임박, 현장도 "빨리 적용하자" 한목소리

박상경 2023. 7. 2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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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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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 4월 6일(한국시각) 미국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미네소타 트윈스전은 9이닝을 모두 마치는 데 1시간 57분이 걸렸다.

당시 마이애미 선발 투수 샌디 알칸타라의 호투가 돋보였다. 딱 100개의 공으로 3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펼치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알칸타라의 호투가 전부는 아니었다.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에 새롭게 도입된 피치클락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다.

피치 클락은 투수와 타자에게 별도로 적용된다. 투수는 포수에게 공을 건네 받은 시점부터 주자가 없을 땐 15초, 주자가 있을 땐 20초 내에 공을 던지지 않으면 볼이 선언된다. 타자는 피치 클락 종료 8초 전까지 타격 준비를 마무리 해야 하며, 투수의 견제구는 타석 당 2번까지만 가능하다. 3번째 견제구 때 주자를 아웃시키지 못하면 보크가 선언된다.

피치 클락 도입 후 메이저리그는 스피드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투수, 타자 모두 적용을 받고, 수비 시프트가 제한되면서 불필요한 경기 중단 시간이 확 줄었다. 피치 클락 도입 전 메이저리그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4분이었지만, 개막 후 한 달간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38분으로 30분 가량 줄었다.

KBO도 최근 피치 클락 도입 준비 과정을 공개했다. 올 하반기에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퓨처스(2군)리그 전 구장에 피치클락 운영 장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내년부턴 퓨처스리그에 피치 클락 규정을 적용하고, KBO리그에서도 내년 시범 운영을 거친 후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더불어 연장전에서 주자를 둔 상황에서 공격-수비에 나서는 승부치기 제도와 수비 시프트 제한 방안도 발표했다. 작년부터 퓨처스리그에서 시행 중인 승부치기는 내년부터 KBO리그에 적용하고, 수비 시프트 제한은 2025시즌부터 적용을 준비한다. 메이저리그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이미 시행 중인 투수 1명당 최소 3타자 상대 규칙도 내년 퓨처스리그에서 시작해 내후년 KBO리그에 적용한다.

메이저리그에선 제도 도입 초반만 해도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피치 클락 도입으로 투수는 포수와 사인을 주고 받을 시간이 부족하다며 불만을 드러냈고, 타자도 고유의 루틴을 실행할 수 없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끝장 승부'에 익숙한 미국에선 승부치기 도입도 '야구 전통을 해친다'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제도 도입 후 선수들은 피치 클락에 빠르게 적응했고, 새로운 제도로 말미암아 빨라진 경기 속도에 팬들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야구는 지루하다'는 꼬리표를 떼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눈치.

KBO의 제도 변화 움직임을 바라보는 현장의 반응은 환영 일색이다. 더 빨리 적용하자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현역시절 국가대표로 승부치기를 다수 경험한 바 있다. 그는 KBO리그의 승부치기 도입 움직임을 두고 "나도 보수적인 스타일이지만, 현역 은퇴 후 바깥에서 야구를 바라보니 보는 입장에선 지루한 연장전보다 승부치기를 하는 게 나쁘지 않더라"며 "4시간 넘게 고생해서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기 보다, 승패가 결정되는 게 좋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미국도 처음엔 승부치기 도입에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당연시 하는 분위기"라며 "우리도 처음엔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지만, 하다 보면 (긍정적인 시선으로) 일치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KIA 김종국 감독은 피치 클락, 승부치기 도입 등 제도 변화에 대해 "찬성이다. 스피드업을 위해서 빨리 적용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최소 3타자 의무 상대 규정을 두고도 "도입은 내후년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시급한 게 잦은 투수교체로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부분"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경기 시간 단축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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