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온 9세 아이 돌려보냈더니 민원… 지역 하나뿐인 소아과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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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없이 혼자 진료 받으러 온 아홉 살 아동을 돌려보냈다가 '진료 거부' 민원 신고를 받은 뒤 회의감을 느껴 폐업을 결정한 소아청소년과의원 소식이 알려져 논란이다.
공지문에는 "본 의원은 환아의 안전과 정확한 진찰을 위해 14세 미만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진료는 응급상황이 아닌 이상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9세 초진인 환아가 보호자 연락과 대동 없이 내원해 보호자 대동 안내를 하였더니, 이후 보건소에 진료거부로 민원을 넣은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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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아이 열 39.3도... 아프다며 울어 천불"
보호자 없이 혼자 진료 받으러 온 아홉 살 아동을 돌려보냈다가 ‘진료 거부’ 민원 신고를 받은 뒤 회의감을 느껴 폐업을 결정한 소아청소년과의원 소식이 알려져 논란이다.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의원 문 닫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공지문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공지문에는 “본 의원은 환아의 안전과 정확한 진찰을 위해 14세 미만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진료는 응급상황이 아닌 이상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9세 초진인 환아가 보호자 연락과 대동 없이 내원해 보호자 대동 안내를 하였더니, 이후 보건소에 진료거부로 민원을 넣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그간 어려운 상황에도 소아청소년 진료에 열심을 다한 것에 대해 회의가 심하게 느껴져서 더는 소아에 대한 진료를 지속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며 “안타깝지만 소아청소년과 진료의 제한이나 소아청소년과로서의 폐업 및 성인 진료로 전환을 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해당 의원은 “보호자 없는 진료에 대해 의사의 책임을 물은 법원 판례가 있다”며 “진료에 보호자 대동은 아픈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앞서 임 회장은 21일 “후배한테 전화 왔는데 아홉 살짜리 아이 혼자 진료 받으러 왔길래 부모한테 전화하라고 했더니 부모가 보건소에 진료거부로 신고해서 보건소 공무원이 진료 거부 조사명령서 가지고 나왔다”며 “아주 어이 없어 하네요. 이 후배는 소아청소년과 잘되는데도 불구하고 접고 아이들 안보는 일 할 계획”이라고 쓴 바 있다. 그는 “이 지역의 소아청소년과는 여기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이 확산하자 해당 아동의 보호자로 추정되는 시민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반박했다. 그는 “아이가 학교에서 열난다고 연락이 와서 하교 후 애플리케이션으로 진료를 예약하고 순서 맞춰 보냈다”면서 “그런데 만 14세 이하는 보호자 없이 진료를 볼 수 없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가 열이 많이 나서 힘들어 하는데도 단칼에 5분 이내로 오실 수 있냐 해서 근무 중이라 바로 못 간다(고 말했다)”며 “아이는 제 퇴근 시간 맞춰 다른 의원으로 보냈다. 절 보는 순간 아이가 너무 아프다며 펑펑 우는데 속에서 천불이 나더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병원 가서 열을 쟀더니 39.3도 나왔다. 당장 어디다 민원 넣고 싶다. 우선 내일 보건소에 전화해 보려고 한다”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보호자 미동반 미성년자에 대한 진료 거부는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보호자 없이 혼자 온 아동을 진료할 때 문제가 생길 경우 법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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