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전 흉기 훔쳐 신림동 도착 직후 칼부림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 모(33·구속)씨가 범행 10분 전 흉기를 훔친 뒤 택시를 타고 신림역 인근으로 이동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조 씨가 절도를 해가면서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한 점으로 미뤄 '계획된 무차별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체적인 동선과 범행 동기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 21일 낮 12시 3분 주거지인 인천에서 택시를 타고 낮 12시 59분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할머니 집에 도착했습니다.

한 시간 뒤인 오후 1시 57분 할머니 집 인근인 금천구 독산동의 한 마트에서 흉기 2개를 훔쳐 나와 다시 택시를 탔습니다.

조 씨는 오후 2시 7분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근처에서 내리자마자 훔친 흉기로 첫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나머지 흉기 1개는 택시에 놓고 내린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습니다.

조 씨는 4번 출구에서 80여ｍ 떨어진 상가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10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골목 안쪽으로 이동해 30대 남성 3명에게도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네 번째 범행까지 걸린 시간은 3∼4분 정도입니다.

그는 첫 범행 6분 만인 오후 2시 13분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조 씨는 앞선 조사에서 범행 장소를 신림역 번화가로 선택한 데 대해 "이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어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조 씨가 신림동으로 이동하면서 두 차례 모두 택시요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조 씨의 범행 직전 행적을 조사하는 한편 조 씨에게 절도와 사기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조 씨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범행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동기를 계속 수사 중입니다.

다만 조 씨가 체포 직후부터 말을 여러 차례 바꿔 진술의 사실 여부를 가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조 씨는 경찰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며 자신의 처지를 탓했습니다.

"할머니가 '왜 그렇게 사느냐'고 꾸짖어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며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는 취지로도 진술했습니다.

조 씨는 20∼30대 남성을 상대로 범행한 이유를 묻자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그는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진술했다가 뒤집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오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 씨의 모발을 정밀 검사해달라고 의뢰했습니다.

조 씨는 13년 전에도 신림동 술집에서 일면식 없는 사람을 폭행해 처벌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같은 해 보험 사기로 벌금형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 씨는 20살이던 2010년 10월 사기 혐의로 약식기소돼 서울남부지법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정식 재판 대신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입니다.

당시 조 씨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교통법규 위반 차량를 고의로 들이받아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았습니다.

조 씨는 같은해 8월 서울중앙지법에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습니다.

조 씨는 그해 1월 25일 오전 2시 2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A 씨 발을 밟아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때마침 술집에 들어온 B 씨를 A 씨 일행으로 착각해 B 씨와도 싸움이 붙었습니다.

조 씨는 왜 시비가 붙었는지 묻는 C 씨에게 "말 싸가지 없게 하네"라며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C 씨는 전치 2주의 뇌진탕을 입었습니다.

싸움을 말리던 종업원은 깨진 소주병에 팔 부위가 약 5㎝ 찢어졌습니다.

또 다른 종업원은 500cc 맥주잔으로 배 부위를 얻어맞았습니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