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 붕괴 사고에 흔들리는 GS家 차기 회장의 꿈
무너진 기업 이미지와 고객 신뢰 훼손으로 골머리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4월29일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무너져 내렸다. 이 일로 시공사인 GS건설은 막대한 유·무형의 손실을 입었다. 현재 진행 중인 국토교통부의 현장조사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나 등록말소 등 강도 높은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련의 사태로 GS가(家) 4세 중 차기 그룹 회장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허윤홍 GS건설 사장의 입지도 위태로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단위' 손실에 기업 이미지 하락까지
GS건설의 악재가 시작된 건 지난 4월부터다. 당시 서울 중구 서울역 센트럴자이 외벽에 굉음과 함께 균열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서울시의 점검 결과 안전상 문제는 없다는 결론이 나면서 사고는 단순 하자 정도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상황은 같은 달 인천 검단에서 시공 중이던 안단테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1·2층의 지붕 슬래브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달라졌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점검 결과,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에 따른 전단보강철근 미설치와 붕괴 구간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 품질 관리 미흡 등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설계와 다르게 철근 등 원자재를 줄인 게 화근이었다. 이후에도 사고는 이어졌다. 7월12일에는 폭우로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아파트 단지가 침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건물 출입구를 비롯해 화단과 단지 내 보행로 등이 물에 잠기면서 입주자들은 상당한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최근에는 GS건설이 주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광주광역시 상무지구에 신축 중인 아파트의 설계를 무단으로 변경한 사실이 드러난 결과다. GS건설은 설계도면상 연약 지반 강화를 위해 지중에 콘크리트 파일을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GS건설은 당국의 사업계획 변경 승인 없이 이를 생략하고 바닥면 전체에 콘크리트 기초판을 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일련의 사고로 GS건설은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었다. GS건설은 국토부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검단신도시 아파트 17개동 1666가구 전면 재시공과 입주 지연에 따른 피해 보상을 결정했다. 여기에는 약 550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를 결산 손실로 반영할 경우 GS건설의 올 2분기 예상 영업손실은 3400억원에서 3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GS건설이 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한 건 2014년 1분기 이후 9년 만이다.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 약 6000억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하루 전인 4월28일 종가 기준 2만1600원이던 GS건설 주가가 최근 1만4000원대까지 급락했다. 같은 기간 GS건설의 시가총액은 1조8485억원에서 1조2000억원대로 감소했다. 증권사들은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상당 기간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GS건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했다.
신용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업체들은 최근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로 GS건설에 대한 평판 악화 리스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경우 GS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GS건설의 주택사업 관련 지급보증은 총 2조9018억원 규모로, 이 중 1조2839억원이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무엇보다 큰 손실은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고객 신뢰 훼손이다. 검단 붕괴 사고로 GS건설이 오랜 기간 쌓아온 아파트 브랜드 '자이(Xi)'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인식돼온 자이는 현재 '순살자이' '하자이' '메이드 인 자이나' '침수자이' 등으로 희화화되고 있다. 실제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따르면 아파트 브랜드 '자이'의 선호도 순위는 올해 초 3위에서 지난 5월 17위로 급락했다. 이런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하락은 향후 수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랜드 인지도 하락에 따른 정비사업장 수주 성과 감소 등 유·무형의 손실이 더 생겨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고강도 행정처분 예고
여기에 GS건설은 현재 당국의 행정처분도 앞두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GS건설이 시공 중인 전국 건설현장 83곳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 오는 8월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타 현장에서도 재시공 등 후속 조치로 인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현재 점검이 완료된 현장 14곳 중 13곳에서 시공 불량과 안전관리 문제 48건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안전 문제가 18건, 시공 불량이 17건, 품질 문제가 7건이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건설업 등록말소나 1년 이내의 영업정지 등 최고 수위의 행정처분이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GS건설에 대한 고강도 행정처분을 예고한 바 있다.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기존에 체결한 도급계약이나 인허가를 받은 공사는 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등록말소의 경우는 기업 수주 실적 등 모든 기록이 삭제된다. 최악의 경우 GS건설이 건설업계에서 퇴출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주차장 붕괴 사고가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는 점에서 GS건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크다. 최근 3년간 접수된 GS건설의 하자 건수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1위를 기록하는 등 사고의 전조가 포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최근 3년간 접수된 GS건설의 하자 건수는 2818건이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평균(795건)의 3.5배에 달하는 규모다. GS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 중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이 573건으로 가장 많았다.
GS건설은 기존 수주 현장을 사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이 최근 기존에 수주한 재건축·재개발사업 조합에 편지 형식의 공문을 발송한 것도 이를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GS건설이 조합원님들께 드리는 다짐'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임 부회장은 "조합원님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튼튼한 아파트, 최고 품질의 아파트로 보답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GS家 승계 구도에 어떤 영향 미칠지 주목
재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허윤홍 GS건설 사장의 입지도 흔들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사장은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에 사원으로 입사한 후 GS건설로 자리를 옮겨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2019년 말 인사에서 GS건설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최전선에 나섰고, 올해부터는 미래혁신대표 직책을 맡아 신사업부문과 별도로 운영하던 연구개발 조직까지 총괄 담당하고 있다.
허윤홍 사장은 유력한 차기 GS그룹 회장 후보 중 한 명이다. GS가는 그동안 가족회의에서 경영능력 등을 고려해 그룹 회장을 추대해 왔다. 이 때문에 허윤홍 사장은 그동안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서홍 GS 부사장 등 다른 GS가 4세들과 소리 없는 경쟁을 벌여왔다. 이들은 특히 신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그동안 '신사업 발굴 능력'을 강조해 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허윤홍 사장은 4세들 중에서도 차기 회장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가 추진한 폐배터리 재활용, 주택 모듈러, 해수 담수화 등 신사업이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2936억원이던 GS건설의 신사업 부문 매출은 매년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1조25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번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GS건설 관계자는 "시공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며 "입주예정자들의 여론을 반영해 검단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 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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