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이들의 희망, 지켜줄 순 없는가[취재 후]

2023. 7. 2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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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에야 언론에 보도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의 부랑자 수용시설에서 발생한 불법 감금, 강제노역, 구타 사건이다…. 집이 없거나 열악한 집에 머무는 홈리스 상태는 가난한 이들의 삶을 특히나 위태롭게 만든다. 형제복지원, 서산개척단 사건은 집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집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얼마나 끔찍한 폭력이 가해졌는지, ‘집이 없다’, ‘집다운 집에 살지 못한다는 사실이 개인을 얼마나 취약한 존재로 만드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들이다.”(<동자동, 당신이 살 권리>·조문영·글항아리)

박송이 기자

과거 군사독재 시기에는 집이 없다는 이유로 인권을 유린당하기 일쑤였다. 이후에도 집이 없는 이들은 언제든 내쫓길 수 있는 존재였다. 재개발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은 살던 지역에서 속절없이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결정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은 공공주택을 지어 세입자인 쪽방 주민이 정착해 살도록 지원하는 방안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을 거의 고려하지 않던 재개발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는 커다란 진전이었다.

2년이 지나도록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 표류 중이다. 공공주택지구의 지정이라는 첫 단계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토지·건물주들이 사유재산 침해를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에 반대하는 토지·건물주들은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민간개발로의 전환을 요구 중이다. 정작 동자동 재개발은 사업성 등을 이유로 오랜 기간 막혀 있었음에도 사업 주체인 국토부는 상황을 저울질하고만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쪽방의 주민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민간개발로 전환할 시 임대주택 비율을 줄이기 위해 소유주들이 이들을 퇴거시키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0.5~2평 공간인 쪽방의 한 달 임대료는 25만원 안팎이다. 평당 가격을 따져보면 강남보다 비싼 셈이다. 국토부가 유야무야 시간만 끌면서 동자동 쪽방 주민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이들의 희망도 덩달아 꺾여가고 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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