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형식에 눈길 가네…2인 20역 뮤지컬부터 5시간 연극까지
데뷔 60주년 기념하는 손숙의 '토카타'·김우옥 연출 실험극 '혁명의 춤'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두 명의 배우가 20여 개의 배역을 표현하는 뮤지컬과 공연 시간이 5시간에 달하는 연극.
작품의 독특한 형식은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가 되곤 한다.
25일 공연계에 따르면 연극과 뮤지컬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형식을 갖춘 작품이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다음 달 2일 서울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구텐버그'는 2명의 배우가 20여 개의 캐릭터를 소화하는 작품이다.
'구텐버그'는 뮤지컬 안에 또 다른 뮤지컬이 등장하는 형태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뮤지컬 작가 더그와 작곡가 버드가 자신들이 제작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프로듀서 앞에서 시연하는 과정을 그린다.
가난한 사정으로 배우를 고용할 수 없는 두 사람은 박스와 연필로 소품을 제작하는 것도 모자라 직접 배우가 되어 노래와 연기까지 선보인다.
두 사람은 배역의 이름이 적힌 모자를 끊임없이 바꿔쓰며 자신이 연기하는 배역을 알려준다. 모자를 여러 겹으로 눌러쓰고 등장해 연기하는 배역이 바뀔 때마다 모자를 하나씩 벗어던지기도 한다.
연극 '이 불안한 집'은 장장 300분이라는 공연 시간을 자랑하며 관객에게 도전 의식을 일으킨다.
영국 극작가 지니 해리스가 아이스킬로스의 그리스 비극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재해석했다. 3부에 걸쳐 딸을 살해한 아버지, 남편을 살해한 아내, 어머니를 살해하는 자식이 등장하는 방대한 서사를 무대에 옮겼다.
2016년 영국에서 초연한 뒤로 국내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 연출은 한 번의 휴식을 두고 한 번에 모든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품은 그리스 비극을 바탕으로 인물이 시공간을 오간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제3의 시공간에서 인물의 상태를 진찰하는 정신과 의사가 등장하는 등 고대 그리스에서 이어지는 긴 호흡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음 달 31일부터 서울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공연계를 대표하는 원로 배우와 연출가도 실험적인 작품으로 각각 관객과 만난다.
배우 손숙의 연기 인생 6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 '토카타'는 한 편의 연주회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제목인 '토카타'(Toccata)는 '접촉하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에서 온 단어로 '기교가 있고 즉흥적인 건반 음악 장르'를 일컫는다.
주된 줄거리 없이 개와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 병으로 위독한 상태에 빠진 남성, 춤으로 내면을 표현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품은 독립적으로 제시된 세 사람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하나로 이어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손진책 연출은 "주된 서사가 없는 연극이라 분명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그것이 우리 연극의 매력"이라며 "고독에 대한 이야기가 삶에 대한 찬미로 이어지는 과정을 관객이 함께 산책하듯 즐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1963년 연극 '삼각모자'로 데뷔한 손숙은 "어릴 적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새로운 연극으로 관객에게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다음 달 19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한다.
한국 실험극의 대가 김우옥 연출은 연극 '혁명의 춤'을 2000년 이후 23년 만에 공연한다.
원작은 마이클 커비의 1976년작 희곡으로 반복되는 대사, 소리, 움직임이 등장해 구조주의 연극이라 불린다.
작품은 혁명이 진행 중인 순간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여덟 개의 짧은 장면으로 묘사한다. 여덟 개의 장면은 손전등과 파도소리, 모닥불과 비행기 소리 등 각각의 장면을 대표하는 소리와 '기다려', '여기' 등 짧은 대사로 이루어진다.
관객은 어느 나라에서 일어나는 혁명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반복되는 대사와 소리로 작품의 구조와 패턴을 파악하게 된다.
관객석을 무대 좌우로 마주 보게 설치하는 점도 눈에 띈다. 관객은 중앙에서 연기하는 배우와 함께 다른 관객의 모습까지 감상할 수 있다.
8월 17일부터 서울 더줌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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