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접경 르포④·끝]中 세관 앞에 줄지어 선 화물차… 물류 교역만 '제한적으로'

최소망 기자 2023. 7. 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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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코로나19 '국경 봉쇄' 일부 해제됐지만 인적 교류 아직
당초 6월 '개방' 유력했으나 계속 지연… "10월쯤" 전망

[편집자주]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에 더해 경색된 한중관계까지…. 한국을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세 정세 속에서 북한과 중국을 접하고 있는 1500㎞ 접경지역 '현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뉴스1은 북중접경지의 모습을 4편의 현지 르포를 통해 소개한다.

중국 훈춘 취안허 세관 앞 대형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23.7.25/뉴스1 ⓒ News1 최소망 기자

(훈춘·투먼·단둥=뉴스1) 최소망 기자 = 지난 13일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훈춘(琿春)시 취안허(圈河) 세관 앞, 대형 화물차들이 각종 물자를 가득 실은 채 줄지어 서 있었다.

현지 소식통은 "북한에 물건을 실어 나르는 화물차들이 통관 절차를 기다리는 모습"이라며 "주로 생활필수품을 운송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을 '봉쇄'하고 무역 및 인적 교류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턴 북중 간 육로 교역이 부분적으로 재개된 상황이다.

작년 9월 완공된 중국 훈춘의 취안허 국제통상구 통관시설. 2023.7.25/뉴스1 ⓒ News1 최소망 기자
중국 단둥 세관. 2023.7.25/뉴스1 ⓒ News1 최소망 기자

취안허 세관은 두만강 건너 북한 나진의 원정리 세관과 연결되기에 코로나19 유행 전까지만 해도 북중 간 화물 교역은 물론 '관광객' 등 인적교류가 많았던 곳이다.

그러나 아직 이곳에선 간간이 물류만 오갈 뿐 인적 교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취안허와 나진 세관 간 물류 운송은 올 1월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간 교역의 최대 거점으로 꼽히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듯했다. 현재 이곳에선 화물열차·선박이 북한 신의주를 오가고 있고, 그에 따라 각 세관에서도 검역 업무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전경. 2023.7.25/뉴스1 ⓒ News1 최소망 기자
조중우의교. 2023.7.25/뉴스1 ⓒ News1 최소망 기자

단둥과 신의주 간엔 주로 식량·의약품 등의 운송이 이뤄지고 있으며, 간혹 신의주 지역에서 새로 짓는 건물 공사용 자재들도 품목에 포함된다고 한다. 열차 운송은 하루 1회 이상이다.

압록강 위를 가로지른 철교 '조중우의교'를 사이에 두고 단둥 쪽에서 바라본 신의주엔 고층 건물이 여럿 눈에 띄었다. 북중 간 무역이 활발했을 당시 신의주 지역의 경제사정이 상대적으로 좋았음을 짐작해볼 만한 대목이다. 짙은 안개 사이로 보이는 원형 모양 살림집엔 '일심단결'이란 선전구호도 붙어 있었다.

조중우의교로부터 남서쪽으로 3㎞가량 압록강 하류로 내려오면 '신압록강 대교'가 있다. 이 다리는 중조우의교를 대체하고자 2014년 완공됐으나, 아직도 개통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유행 탓도 있겠지만 그 전부터 북한 측에선 주변 도로 정비를 미루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이 다리 부근의 북한 지역엔 세관 건물도 들어서지 않은 상태다.

신압록강대교. 2023.7.25/뉴스1 ⓒ News1 최소망 기자
중국 투먼 해관. 주황색 지붕 건물이 북한으로 넘어가는 입구다. 2023.7.25/뉴스1 ⓒ News1 최소망 기자

기자는 이달 8일엔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과 북한 자강도 만포를 잇는 '만포철교', 13일엔 중국 투먼(圖們)과 북한 남양을 잇는 '도문대교'도 찾았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선 훈춘, 단둥과 달리 북중 간 교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북중 간 거리가 불과 100m 거리밖에 되지 않는 투먼에선 중국 측의 통제가 심해 사진 촬영도 못 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도문대교을 자유롭게 드나들었지만, 한국인 여권을 가진 사람들은 출입이 불가능했다. "한국인으로 위장한 탈북자들이 있을까봐 중국 측이 한국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국경이 맞닿은 훈춘 인근 '조러친선다리'에선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교역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13일 현장을 찾았을 땐 그와 같은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북한과 러시아는 작년 11월 철도 교역을 재개했다.

조로친선다리. 2023.7.25/뉴스1 ⓒ News1 최소망 기자

지난달 대북 관측통들 사이에선 "북한의 국경 개방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세가 주춤해지면서 주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북한 내부 모습도 사진·영상 등을 통해 외부 세계에 알려졌다. 게다가 북한은 올 9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겠단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러나 아직 북중 접경지 풍경은 여전히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소식통은 "북한의 국경 개방은 6월 중순이 유력했지만, 현재 내부 행사 혹은 국제 행사 등을 이유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래도 10월쯤이면 국경을 열지 않겠느냐고 추정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오는 27일 자신들이 '전승절'이라고 부르며 기념하는 한국전쟁(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제70주년을 맞아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으로 중국 대표단을 초청했다고 밝혀 이를 계기로 북중 간 인적 교류가 본격 재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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