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예능’…미술, TV를 물들이다[스경연예연구소]
미술은 보통 ‘순수예술’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방송은 ‘대중예술’이라고 한다. 예술이 모두 대중의 지지와 애호를 바탕으로 성장하지만, 지금까지 방송에서의 미술은 왠지 어렵고, 다가가기 힘든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방송에서 미술을 좀 더 다가가기 쉬운 형태로 가공하고 발전하는 시도가 많아졌다. 이른바 ‘아트 예능’이라 불리는 새로운 장르다. 이 예능 프로그램들은 서바이벌, 여행기, 토크쇼, 경매 등 다양한 형식을 빌려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대표적인 아트 예능으로는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공개 중인 ‘원얼스:아트피아’가 있다. 지난 14일 첫 회가 공개된 프로그램은 차세대 예술의 주역이 될 대한민국 신진 아티스트들이 벌이는 디지털 아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 아트를 소재로 아티스트들을 대중에 소개하고 이들의 기량을 ‘아트 커넥터’라 불리는 전문가들이 평가하고 경쟁시킨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모티콘, 픽셀아트, 3D 모션 그래픽, 타투이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제작이 진행 중인 프로그램도 있다. 하반기 방송을 예정하고 있는 ‘붓들고 세계로’는 대중에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와 미술을 접목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고 기획, 전시해 경매까지도 연결하는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하고 있다.
방송인 홍현희를 비롯해 가수 헨리, 그룹 펜타곤의 멤버 키노 그리고 댄스크루 ‘훅’의 리더 아이키 등이 참여해 헨리는 악기, 키노와 아이키는 퍼포먼스를 미술과 접목해 새로운 창작에 나선다. 이들은 태국에 직접 전시회도 열며 ‘K-아트’의 한류 가능성도 점쳤다.
이러한 흐름은 2023년, 올해부터 조금씩 아이템들이 방송사 편성을 받으면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 오고 있다. 가장 먼저 소개된 프로그램이 KBS2에서 지난 5월 말까지 방송된 ‘노머니 노아트’였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이 아트예능은 다양한 미술장르 작가들의 작품이 경매쇼 형식으로 소개되며, 전현무와 봉태규, 개코, 김민경, 모니카, 김지민 등의 연예인들이 직접 작품의 창작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미술의 외연을 넓혔다.
지난달까지 MBC에브리원에서 방송된 ‘미술랭 가이드’ 역시 미술을 대중적인 시선으로 풀어냈다. 한석준 아나운서와 모델 겸 방송인 이현이의 진행으로 이어진 프로그램은 토크쇼의 형식으로 하나의 작품이나 흐름, 유행을 갖고 이것의 미술사적인 흐름이나 의미를 전문가들이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에는 큐레이터 이유진, 도슨트 정우철, 인플루언서 조섹츤이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15일부터 18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M+ARTFAIR’와 연동해 미술의 세계를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을 줬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올해 들어 대거 편성을 받고, 대중에게 선보이는 데는 미술을 훨씬 가깝게 대하고 있는 지금의 세태가 반영되고 있다.
‘붓들고 세계로’를 기획하고 제작한 갤러리 MOK의 목지원 대표는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최근 전문가나 미술에 관심이 있는 마니아층 뿐 아니라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 대중에 영향력이 높은 인물들이 미술과 관련한 조예를 보여주면서 미술을 보는 안목이 많이 대중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붓들고 세계로’를 포함해 많은 프로그램들은 미술을 좀 더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기획과 제작, 전시, 경매 등 많은 부분을 연동해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계에 얻는 부분도 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붓들고 세계로’는 최근 태국 최대의 쇼핑몰 아이콘시암에서의 전시회에 이어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네 명의 MC가 출연한 쇼케이스를 개최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미술이 물들이고 있는 TV, 대중의 기호 변화에 맞춰 올해 예능의 유행을 가늠하는 또 다른 주요 체크포인트가 되고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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