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인성에게 나이든다는 것

손정빈 기자 2023. 7. 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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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 신작 '밀수' 권 상사 역 맡아
전국구 밀수왕…짧은 분량에도 강렬 인상
남다른 여유 "나이 먹어서 그런 것 같다"
"나이 먹었을 때만 나오는 향기가 있어"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시기를 짚어내기는 힘들지만 배우 조인성(42)에겐 예전에 볼 수 없던 여유 같은 게 생겼다. 과거 어느 시점까지 그는 열연하는 배우였다면, 최근 어느 시점부터는 여전히 열연하지만 열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배우가 됐다. 연기 뿐만 아니라 2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자연스러움, 동료 배우 유튜브 채널에 나가 술방(술 마시면서 하는 방송)을 하는 모습까지. 조인성은 분명 예전의 그가 아닌 것 같다.

새 영화 '밀수'(7월26일 공개)에서도 조인성은 서두르는 법이 없다. 그가 연기한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는 차분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간다. 그리고 꼭 필요할 때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시종일관 불안해 보이는 장도리(박정민)와 대비돼 유유자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캐릭터가 그런 성향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이 인물이 발산하는 에너지는 캐릭터가 아닌 배우의 것일 수밖에 없다. '밀수'는 아마도 배우 조인성을 가장 멋지게 담아낸 작품일 것이다. 조인성에게 '밀수'는 상대적으로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임팩트를 남긴 영화일 것이다.

'밀수' 공개를 앞두고 만난 조인성은 "아마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우는 상태"라며 "화면에 그 상태가 고스란히 나온다고 본다"고도 했다.


"제가 더 젊었을 때 권 상사를 연기했다면 이런 느낌, 이런 질감을 주지 못했을 거예요. 물론 나이를 먹는다는 건 마냥 좋은 일은 아니죠. 나이 들어가는 게 마냥 좋은 사람은 없잖아요. 심지어 나이듦을 혐오하기도 하죠. 그만큼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그것 또한 좋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제 그런 노력이 연기에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었을 때만 나는 향기가 있을테니까요."

권 상사는 좋게 말해 밀수왕으로 불리지만 사실 깡패나 다름 없는 인물이다. 조인성은 과거에도 깡패 연기를 한 적이 있다. 17년 전인 2006년 '비열한 거리'에서 '병두'를 맡았을 때다. 당시 조인성은 20대 중반이었다. 당시 조인성의 연기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같은 깡패이지만 권 상사와 병두를 비교할 때 이 배우가 내뿜는 아우라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체감할 것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흐르기도 했다. 조인성은 "만약 내가 병두를 연기했을 때 권 상사 같은 인물을 연기하라고 했다면 절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도 마찬가지겠죠. 지금 병두를 연기하던 때처럼 하라고 하면 전 못할 거예요. 어쨌든 전 계속 나이들어 갈 거잖아요. 세월이 주는 어드밴티지라는 게 있으니까 그걸 잘 활용해봐야죠. 나이든다는 걸 저만 못 막는 건 아니잖아요. 더 잘 나이 먹고 싶어요." 그러면서 조인성은 여유라는 것, 경험이 쌓인다는 것은 어떤 순간에도 웃을 수 있다라는 것이라고 했다. "어느 순간 저한테서 웃음기가 사라질 때, 그게 저한테는 위기가 아닐까요."

조인성은 변화에 관해 얘기했지만, '밀수'에선 변하지 않은 조인성의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바로 액션. 긴 팔과 다리 덕에 그는 액션 연기를 할 때 가장 그림이 멋지게 나오는 배우다. 그의 우월한 신체 조건에다가 액션 장인으로 불리는 류승완 감독이 더해지면서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액션신(scene)이 탄생했다. 권 상사가 장도리 일행과 목숨을 걸고 맞부딪히는 바로 그 장면이다. 조인성은 "촬영을 한 방에 끝냈다"고 말했다. "준비하던 다른 작품에서도 액션 장면이 많아서 준비가 돼 있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한 번에 갈 수 있었죠. 동작을 최대한 크게 크게 가져가면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조인성은 최근 들어 더 자주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밀수'를 시작으로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이 다음 달 공개되고, 재작년부터 해온 예능프로그램 '어쩌다 사장' 시즌3도 곧 미국에서 촬영에 들어간다. 그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길어도 2년에 한 번은 관객·시청자와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찾아주는 곳이 없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좋은 작품이 들어올 때는 그렇게 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 모든 게 멈춰버리니까 대중과 소통할 방법이 없어지더라고요. 가만 있을 순 없으니까 제가 먼저 다가갈 방법을 찾은 거죠. 그게 예능이었어요. 예능은 영화·드라마보다 제작 기간이 짧으니까, 안방으로 얼른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던 겁니다. 예능 하니까 좋더라고요. 제가 위로 받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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