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간의 본성에 관한 두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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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인간이 지구상에 생존의 터전을 마련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진부하고도 유서 깊은 논쟁적 질문은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렇듯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위대한 사상가라도 복잡미묘한 인간의 본성을 단언하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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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민낯을 드러낸 '악의 평범성'
더 많은 '착한 사마리아인'을 기대하며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인간이 지구상에 생존의 터전을 마련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진부하고도 유서 깊은 논쟁적 질문은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근원적 해답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종교를 비롯한 철학, 문학, 역사학, 사회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다각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인간의 조건과 정체성에 대한 탐색과 회의(懷疑)는 삶의 존립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일단 동양에서는 2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유교 사상가인 맹자(孟子)를 소환할 수밖에 없다. 널리 알려진 대로 맹자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 인물이다. 그는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상황을 본다면 누구나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길 것'이라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을 통해 인간은 본래 선하지만, 환경이 악하게 만들기 때문에 사회를 올바르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비슷한 시기의 사상가인 순자(荀子)는 '성악설(性惡說)'을, 고자(告子)는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을 주장하여 이견을 보인다. 한편 서양에서도 장 자크 루소는 성선설, 토머스 홉스는 성악설과 유사한 이론을 제시하였다. 이렇듯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위대한 사상가라도 복잡미묘한 인간의 본성을 단언하기는 어려웠다.
독일 출신의 유태인 한나 아렌트는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에서 활동했던 저명한 정치철학자이다. 그는 수많은 유태인 학살의 주범이자 나치 독일의 부역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1963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집필하였다. 여기서 그는 유명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반인륜적 범죄의 원인을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아무런 생각 없이 명령에 따르는 '사고력의 결여' 때문이라고 파악하였다. 가족을 사랑했던 평범한 인간 아이히만이 부당한 명령에 대한 가치판단 없이 순응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애초에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은 없으며,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는 이 도발적 견해는 이후 무수한 논란을 빚게 되었다. 애써 외면하려 했던 인간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낸 한나 아렌트의 이 이론은 지금도 우리에게 섬뜩한 경종을 울린다.
오늘도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 속에서 최근 일어난 두 개의 사건에 주목해 본다.
먼저 지난 15일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때 시민들을 구했던 공무원, 화물차와 시내버스 운전기사 등 의인들에 관한 소식이다. 안타깝게도 시내버스 운전기사님은 끝내 희생되었지만, 위기의 순간에도 목숨을 걸고 용기를 냈던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은 후세에도 널리 귀감이 될 것이다. 한편 지난 21일 발생한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은 온 국민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린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분법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고대 사회에서 선악의 경계는 단순명료했다. 그러므로 절대선, 절대악은 권선징악(勸善懲惡),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과 같은 도덕적 준거로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가치관이 혼재하는 현대사회에서 선악의 판별기준은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대다수의 평범하고 건강한 시민들은 누구나 옳고 그름에 관한 보편적 기준을 잘 알고 있다. 혼탁한 세상 속에서도 위기에 닥칠 때 몸을 사리지 않고 용기를 발휘하는 숨은 영웅들, 정의로운 우리의 이웃인 '착한 사마리아인'들이 더 많아져 진정 살만한 세상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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