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철판 위 예술 입힌다…'컬러강판 1번지' 동국씨엠 부산공장

부산=최유빈 기자 2023. 7. 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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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국내 최초로 컬러강판 생산, 전 세계 최대 규모 1만여종 생산
동국씨엠이 꾸준한 연구, 개발로 컬러강판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사진은 동국씨엠 라미나강판 제품사진. /사진=동국씨엠
"동국씨엠은 국내 최초 수출 1억불탑 달성은 물론 가장 먼저 용융도금, 전기도금 라인을 구축하며 컬러강판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동국씨엠 부산공장에서 만난 주장한 공장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동국씨엠 부산공장은 그의 지휘 아래 1300여명의 직원들이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세계 최초·최대' 기록을 쓰는 동국씨엠 부산공장


동국씨엠 부산공장은 197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컬러강판을 생산하며 각종 최초, 최대 기록을 세우고 있다. 동국씨엠은 2011년 국내 최초 프리미엄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론칭하며 프리미엄 컬러강판 시대를 열었다. 현재 동국씨엠이 생산할 수 있는 컬러강판 품목은 1만여종 이상이며 관련 특허는 30건에 달한다.

부산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냉연도금제품 170만톤, 컬러강판 85만톤에 이른다. 컬러강판의 경우 평균 가정용 사이즈 냉장고 1대당 10kg의 컬러강판이 사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냉장고 85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공장은 줄지어 쌓여있는 열연코일들이 눈에 들어왔다. 붉게 녹이 슨 열연코일들이 냉연 강판 제품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열연코일이 컬러강판으로 탄생하기 위해선 산소와 마찰로 발생한 녹을 제거해야 한다.
동국씨엠 부산공장에 보관된 냉연코일. /사진=동국씨엠
공장에 쌓인 코일은 쉴새 없이 연속산세압연설비(PL-TCM)로 빨려 들어갔다. 생산속도는 분당 1600m로 숨 가쁘게 작업이 이뤄졌다. 가장 먼저 피클링 탱크로 들어간 코일은 세 차례에 걸친 염산 처리 작업으로 빨갛게 녹슨 적청을 없애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산화철은 따로 모아 녹여 다시 코일제품으로 재활용된다.

품질관리팀에서 근무하는 김덕민 부장은 "코일을 젓가락처럼 얇게 펼쳐 고객사가 원하는 크기대로 커팅해 공급하는데 이때 잘려 나온 스크랩은 전기로에 투입돼 경제성을 높였다"면서 "이 스크랩은 녹을 제거했기 때문에 A급 스크랩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녹을 제거한 제품은 우리가 흔히 아는 회색의 코일로 변신한다. 이후 트리머를 통해 폭과 길이를 규격에 맞춰 자르면 풀하드가 된다. 풀하드는 5mm의 코일 두께가 0.4~05mm까지 압축돼 단단한 내구성을 갖춘 게 특징이다.

이 공장에선 시간당 240만톤의 풀하드가 생산되는데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거의 만날 수 없었다. 자동화 설비를 통해 기계가 작업을 진행하고 직원들은 공장 내 사무실에서 공정 오류를 체크하기 때문이다.

자동화 시스템에 따라 기계가 생산된 제품에 두께, 중량, 폭 등을 표면에 기입하고 다음 공정으로 운송한다. 무인크레인은 한 번에 3개의 코일을 운반하는데 덕분에 작업자들은 수십톤에 달하는 제품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옮길 수 있다. 이날 코일 적재 장소에서 발견한 한 코일은 총 길이가 7000m, 무게가 21톤에 달했다.


철판 위 새겨지는 '예술'


동국씨엠 부산공장의 자동운송설비. / 사진=동국씨엠
다음으로 방문한 공장은 용융도금라인이었다. 녹을 제거한 제품은 3,4일 내로 다시 녹이 슬기 때문에 아연을 묻히는 용융 작업을 통해 산화를 방지해야 한다. 도금은 아연을 묻히는 아연도금제품과 아연에 알루미늄을 첨가한 갈바륨제품으로 나뉜다.

안전모를 착용한 채 5번 CGL라인 내부로 들어서자 굉음과 열기·습도가 온몸을 휘감았다. 기름 냄새는 코를 찔렀고 10분도 채 되지 않아 온몸에서 땀이 흘렀다. 용융라인은 도금 강도를 높이기 위해 약 540~850도의 고온으로 철판을 구워내고 있었다.

전 공정이 대부분 가로로 진행됐다면 용융도금라인 기계들은 위아래로 운영되는 상하공정이 많다. 아연을 묻힌 얇은 박판이 위아래로 펼쳐지며 반짝이는 모습은 철판이 아닌 비단처럼 보였다. 이렇게 생산된 철판은 지붕과 외벽 등 건축자재나 냉장고와 세탁기의 외장재로 사용된다.
동국씨엠 부산공장의 S1CCL 설비. /사진=동국씨엠
도금을 마친 제품은 라미나 강판 전용 라인(S1CCL)에서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라미나는 강판에 특수 필름을 부착해 색상·무늬·질감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라미나 강판은 까다로운 기술력이 요구되는데 동국씨엠은 세계 최초 1600mm광폭에 친환경 자외선(UV) 코팅 공정을 더한 라미나강판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라미나 강판은 장세욱 부회장의 야심작 중 하나다. 장 부회장은 공장 명칭을 '스페셜 넘버 1 컬러 코팅 라인'(Special No.1 Color Coating Line)이라는 의미를 담아 S1CCL로 정하며 글로벌 강판 초격차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S1CCL 내부 사무실에 걸린 컬러강판엔 장 부회장이 '항상 새로운 놀라움을!'이라고 손수 남긴 글귀가 적혀있었다.

앱스틸생산팀에서 근무하는 김성일 부장은 "S1 공장은 연간 4만톤 이상의 라미나 강판을 생산한다"면서 "수요자가 원하는 다양한 디자인의 강판을 공급할 수 있어 동국씨엠을 찾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이날 S1 공장에선 월풀 브라질 냉장고에 납품되는 강판 생산이 한창이었다. 새빨간 강판에 생생한 색으로 그려진 꽃무늬가 눈을 사로잡았다. 한국과 미주 고객은 무색의 반 무광 제품을 선호하는 것에 반해 아시아와 남미에선 화려한 제품 수요가 높다고 한다. 완성된 제품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절단한 시트형과 롤에 말아서 공급하는 코일형으로 생산된다.


품질과 직원 안전 '모두' 잡는다


동국씨엠의 '디블루'(DBlu)를 착용한 모습. /사진=동국씨엠
공장을 둘러보던 중 작업자들이 모두 스마트 워치를 착용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동국씨엠은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 계열사인 동국시스템즈와 함께 '디블루'(DBlu)를 개발했다. 직원들이 디블루 워치를 착용하면 작업자의 심박수, 체온, 위치 등을 한눈에 조회할 수 있다. 현재 부산공장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나머지 공장에도 차례대로 배포할 계획이다.

동국씨엠은 작업자의 안전과 공정 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스마트 물류 도입 1단계인 설비 자동화를 완료해 포장, 운송, 크레인 등을 자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 약 3년 동안 자동화 크레인 도입에 주력해 기존 12대인 기계를 40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자동화를 통해 중량물을 다루면서 발생하는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 공장장은 "대한민국이 반도체와 조선업에 강하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한국이 잘 하는 게 컬러강판이다"라면서 "수출액이 크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동국씨엠의 기술력은 따라올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프리미엄 컬러강판 시장을 선도해 한국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산=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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