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한 서민들 고금리 대출에 몰려…문턱 낮은 중금리 찾아 삼만리
기준금리 동결에 ‘고금리’ 카드론·보험약관대출에 저신용자 몰려
(서울=뉴스1) 박재찬 기자 = 올해 잇단 금리 동결로 금리가 안정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카드·캐피탈, 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다. 문제는 카드·보험사에서도 금리가 가장 높은 카드론과 보험약관대출의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은 민간 중금리 대출의 문턱을 높이면서 상반기에도 지난해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로 인한 풍선효과로 카드·캐피탈사의 중금리 대출은 상반기 상승세로 전환됐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지난해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을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올해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고금리의 손쉬운 대출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저축은행중앙회와 여신금융협회의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은 민간 중금리 대출 공급액이 5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온 반면, 카드·캐피탈는 4분기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올해 6월까지 중금리 대출액은 저축은행 3조2437억원, 카드·캐피탈사 3조8277억원이다.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은 정부에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2016년부터 운영 중인 신용 대출 제도로 금융사가 신용 하위 50% 차주에게 일정한 금리 내로 공급하는 신용대출이다. 이 대출은 상품명과 관계없이 정부가 제시한 업권별 요건에 부합하면 정부에서 해당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사는 연 11.29%, 캐피털사는 연 14.45% 저축은행은 16.3% 이하여야 중금리 신용대출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업권별로 보면 지난달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액은 1조4809억원으로 전분기 1조8628억원 대비 20.5%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액은 전분기 대비 32.2% 증가했지만, 3분기 9.7%, 4분기 52.1% 각각 줄었고, 이 감소세는 올해 1,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카드·캐피탈의 올해 상반기 중금리 대출액은 2조1891억원으로 전분기 1조6386억원 대비 33.2% 늘어났다. 지난해 연이은 감소에서 증가로 반등한 것이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액은 전분기 대비 33.6% 늘었지만, 3분기 21.6%, 4분기 69.5%나 각각 줄었다.
카드사나 제휴된 은행이 소비자의 신용도와 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대출을 해주는 카드론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 8개 카드사의 누적 카드론 잔액은 20조1777억원으로 전년 동기 25조2585억원 대비 20.1%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감소세였던 카드론도 올해 2분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2분기 카드론 잔액은 10조2509억원으로 3~6월 사이 9조9268억원 대비 3.3% 늘어난 것이다.
보험사 대출의 경우 대표적 '불황형 대출'인 보험약관대출만 증가했다. 올해 4월 기준 대출채권은 전년 동기 대비 19.8%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보험약관대출은 52조53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늘었다. 보험사의 대출채권은 부동산담보·신용·보험계약대출 등으로 구성돼 있고, 그중 보험약관대출은 부동산담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2분기와 하반기 보험약관대출 증가세가 더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중금리 대출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들이 감소했지만, 올해 금리가 동결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중심으로 다시 중·고금리 대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제2금융권에서도 금리가 가장 높은 카드론과 보험약관대출에 저신용 채무자들이 몰렸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2금융권 중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에서 대출 공급을 줄이다보니, 해당 수요가 카드사 중금리 대출로 몰린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들어 금리가 동결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 서둘러 돈을 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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