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1억 미만도 나눠 지급하라"…증권사 고무줄 성과급에 철퇴

우연수 기자 2023. 7.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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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성과급 미적용은 명백한 위반"
장기성과 연동되게 제도 개선…클로백 제도에는 '신중론'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의 고무줄 성과급 지급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사의 주요 임직원들은 성과급을 일시에 지급받지 않고 3년에 걸쳐 나눠 받아야 하지만 대다수 증권사들이 성과급 1억원 미만 임직원들에겐 규정을 어기고 일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또 이연 보수 중 일부는 금융사의 장기 성과가 연동되게 주식 등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에도 나설 예정이다.

◇22개 중 17개사, 성과급 이연제도 임의대로 미적용…"지배구조법 규정 위반"

25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22개 증권사의 성과급은 총 3525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급 성과를 기록한 전년도 지급된 5458억원과 비교하면 줄었지만 여전히 수천억원대 성과급이 지급된 것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십억원대 성과급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성과급 이연 제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제22조 3항은 임원과 금융투자업무담당자에게 성과보수의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해서 지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전년도 역대급 성과 보수가 이듬해로 이연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지난해 55억원을 챙겨 전년보다 38억원 가량을 더 받았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약 20억원 증가한 24억여원을,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는 10억원 많은 51억원을 챙겼다.

하지만 금감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가 있고 지배구조법을 적용받는 22개 증권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성과급 이연 지급 규정을 어긴 증권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22개사 중 17개사가 성과보수 총액이 1억원 미만인 경우 임의로 이연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전액 일시급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법 적용 증권사는 임원, 금융투자업무담당자에 해당하는 직원에게 성과보수를 이연지급해야 한다.

또 성과급이 일정 금액 미만이면 3년보다 짧은 이연 기간을 적용한 증권사들도 있었다. 가령 1억5000~2억원 사이면 이연 기간을 1년 단축, 1억5000만원 이하면 2년 단축하는 식으로 규정을 미준수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은 사라진 금융투자협회 규정이 1억원 미만 성과급에 대해서 이연지급 예외를 두고 있어서 지금도 증권사들이 관행대로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행 지배구조법 규정상에는 예외조항이 없어 명백히 위규사항이지만, 제재보다는 행정지도로 자율규제를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장기 성과 연동되도록 제도 개선"…클로백제도에는 '신중'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논의를 통해 이연 성과 보수가 금융사의 장기 성과와 연계될 수 있도록 일부 제도 개선에도 나설 예정이다. 예를 들어 큰 건의 부동상 PF 딜을 따왔다고 바로 성과급을 다 지급하면 나중에 손실은 회사가 전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추후 손실에 따라 이연되는 보수를 재산정하거나 주가 등 성과에 연동시키는 것이다.

현행 지배구조법 규정 제 9조제4항에 따르면 금융사는 ▲주식 또는 주식 연계상품으로 지급 ▲손실 발생시 성과보수를 재산정 ▲그 밖에 금융회사의 장기 성과와 연계할 수 있는 방식으로서 해당 금융회사가 정하는 방식 등을 통해 이연 성과 보수가 회사 성과와 연동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항목에서 '금융회사가 정하는 방식을 통해' 그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앞선 두 항목의 강제성이 사라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점검 결과 전체 이연 보수 중 79.7%가 현금으로 지급됐으며, 주식 지급은 3.3%에 불과했다.

이에 금감원은 원래의 취지를 살려 반드시 일부는 주식 등으로 지급하게 하거나 손실 발생분을 이연 보수에 재반영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임원이 기업에 손실을 입히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경우 성과급을 환수하거나 유보하도록 하는 '클로백 제도(Claw back)' 제도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단 입장이다. 연초 금융사 '성과급 잔치' 논란이 불거졌던 당시 성과급 이연 지급 확대와 함께 클로백 제도 의무화도 금감원 검토 대상에 오른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성과급 이연은 정해진 성과급 내에서 시기를 조정하는 거지만 클로백 제도는 줬다 뺐는 것"이라며 "규정 손질이 아니라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필요성에 대해서도 우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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