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다카공항 확장, 방글라데시 성장 날개 만든다
'연 7% 성장' 방글라 정부 역점 사업…'2조 규모' 개도국 공항사업 지속 특화 기회 '윈윈'
[편집자주] 국내경기의 침체와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해외건설수주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우리경제에 큰 공헌을 했던 건설업계의 중요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런 해외건설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원팀코리아'를 통한 세일즈 외교에 주력하고 있다. <뉴스1>에선 아시아, 유럽, 중동 등에서 다변화, 고수익 전략을 끌어 나가는 해외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새로운 방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다카(방글라데시)=뉴스1) 최서윤 기자 = "한국 사람이야? 우리 공항 3터미널 삼성이 짓고 있잖아."
지난 16일(현지시각) '비만 방글라데시(국적 항공사)' 다카행 항공기에서 착륙 한 시간 남짓 돼서야 말을 튼 옆자리 승객 호세인(Hossain MD Balayai, 34)은 국적을 밝히자 반색했다. 삼성이 짓는 공항이라 더 기대된다는 그에게 한국은 기술이 발전하고 세련된 나라. 해외 건설 현장은 '민간 외교 무대'였다.
아시아 최고 성장률을 자랑하는 방글라데시의 지속적인 도약을 위한 필수 인프라 개발사업 일환으로 삼성물산이 진행 중인 다카 하즈랏 샤잘랄 국제공항(HSIA) 확장공사 현장을 다녀왔다.
◇방글라 신흥 미래 대비하는 개발협력사업
'무대' 아래는 새벽부터 치열하고 분주했다. 17일 새벽 6시쯤 현장 인근 숙소 고층에서 내려다보니 출근 행렬이 시작되고 있었다. 넓은 시야에서 바라봤던 현장 내부로 오전 8시 30분쯤 들어서자 안전모와 안전화, 조끼를 착용하고 근무에 집중하는 작업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체감상 1m 간격으로 느껴질 만큼 반복 배치된 '안전우선' 표어도 눈에 띄었다.
다카 현지에서 시공사의 정식 명칭은 ADC(Aviation Dhaka Consortium).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후지타건설, 삼성물산 3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2020년 4월~2024년 4월 48개월간 진행하는 조건으로 2019년 12월 수락(LOA)했다. 일본 외무성 소관 독립기관인 국제협력단 자이카(JICA)의 유상원조로 진행되는 개발협력(ODA)사업이다. 컨소시엄이지만 삼성이 89.8%의 높은 지분율로 사실상 모든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기존 1·2 터미널에 3터미널을 추가하는 '확장' 공사지만 그 규모는 '신설'에 가까웠다. 우선 출발동과 탑승동처럼 흔히 떠올리는 공항 건물인 3터미널은 약 22만6000㎡ 3층 건물로, 비슷한 면적 단층 건물인 기존 두 터미널을 합친 것보다 한눈에 봐도 훨씬 컸다.
연못 매립부터 시작했다는 전체 공사 진행 상태는 현재 76%(공정률)로, 오는 10월 가개관을 앞두고 있다. 토목과 철골 공사가 거의 마무리돼 일반의 눈에도 제법 외관 구색을 갖췄다. 터미널 천장은 국화인 연꽃을 형상화한 문양장식으로 화려하게 뒤덮여 가고 있었다.
터미널 건물 외에도, 축구장 300개 크기 총면적 3.3㎢ 광활한 부지에 비행기의 주차장 격인 계류장(Apron)도 추가로 짓고, 계류장과 활주로를 오가는 이동로인 택시웨이(taxiway, 유도로)도 기존 2개에 더해 새로 2개를 냈다. 어느 시점엔 현재 1개뿐인 활주로가 1개 더 지어질 것을 대비한 판단도 있다고 한다.
공항 진입로와 진출로도 고가다리 형태로 올라가고 있었다. 전날 밤 경험한 기존 2터미널 진출도로는 자전거형 인력거 '릭샤'와 오토바이형 '오토릭샤', 낡은 버스, 승용차로 뒤엉켜 걸어도 될 거리를 차량으로 빠져나가는 데만 30분도 더 걸리는 진땀을 뺀 터라 고가 도로 건설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 밖에 커지는 공항 규모를 뒷받침할 수도 및 에너지공급 시설이나 주차동 등 부속건물 12개동이 올라간다. 화물터미널 양옆으론 기존 건물보다 큰 수입화물터미널(ICT)과 수출화물터미널(ECT)이 각각 배치됐다.
건물 내부엔 공항에만 들어가는 특수·필수시설(SAS·Special Airport System) 중 하나인 수하물분류시설(BHS·Baggage Handling System)과 화물분류시설(CHS·Cargo) 설치 작업도 한창이었다.
이렇게 신설에 가까운 3터미널과 부속 시설이 완성되면 다카공항(HSIA)에선 연간 1600만명의 승객이 오가고 80만톤(t)의 화물이 유통될 전망이다. 기존 800만명·20만톤 규모에서 승객 수는 2배, 화물 처리량은 4배 증가하는 셈이다. 게이트 수도 26개다. 김포공항이 연간 승객 3400만명·물동량 28만톤·게이트 15개인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보다 사람과 상품의 이동이 활발해질, 최근 5년간 연평균 7%(아시아개발은행ADB 기준)의 경제성장률을 자랑하고 올해와 내년에도 각 5.3%, 6.5% 성장이 전망되는 방글라데시가 신흥국으로 떠오를즈음 그 물류 발전의 중요한 첫발을 삼성이 함께했다는 것은 현지인들에게도 분명 큰 의미를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공항 현장에서 차량으로 30분 정도 거리엔 '안전학교(Safety Academy)'도 운영 중이었다. 방글라데시의 안전문화 자체를 개선해달라는 발주처의 요구로 설립됐다고 한다.
크게 4구역으로 분류된 교육존에선 추락과 화재, 장비협착 등 공사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고를 안전한 조건에서 직접 체험하고 보호구 착용 중요성과 대처법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2020년 10월 개소 이래 8000명이 이수했으며, 미래 방글라데시 건설주역 교육을 위해 현지 정부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라고 현장 관계자는 전했다.
◇방글라데시 성장 '발판'…총리가 직접 챙기는 역점사업
다카공항 확장공사는 약 2조3000억원(17억6620만달러)에 달하는 사업으로, 방글라데시 최대 규모·정부 역점 사업이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2019년 12월 17일 착공식에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직접 참석했고, 오는 10월 예정한 가개관 행사에도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다. 발주처인 공항청(CAAB·Civil Aviation Authority of Bangladesh) 청장이 매주 토요일 시공사와 회의를 열 정도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병으로 선언된 직후임에도 예정대로 공사를 시작했는데, 당시 외국 회사인 삼성물산이 철수하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키자 현지 정부도 특별허가를 내 배려해준 덕에 공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공항 공사 특성상 수직 고층 건물이 아닌 넓은 부지에 수평으로 펼쳐진 저층 건물 시공에 적합한 작업자와 자재 등 조달과 운용이 쉽지 았았는데 물류난 우려도 덮쳤다.
이에 회사는 자재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지점에 별도 수출자재 담당 관리자를 배정해 자재 운송 상황 관련 1차 조치를 취하고, 방글라데시 현지에서는 주요 수출입항인 치타공에 수입자재 관리 사무실을 개설해 통관과 검수를 직접 살폈다고 한다. 건물 높이보다 중요한 '신뢰'를 쌓기 위해서다.
◇삼성물산엔 방글라 진출 확대·공항 특화 '교두보'
다카공항 확장공사 같은 사업을 약 90% 지분율로 수행한다는 건 삼성물산에도 값진 기회라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해외사업 중 공사액 기준 최대 규모 현장이기도 하지만, 성격과 의미는 그 이상이다.
대형 건설사의 인력과 기술은 크게 건축·토목·플랜트로 분류돼 아파트 건설 같은 건축현장, 댐이나 교량 등 토목현장, 에너지시설 같은 플랜트 현장 등에 각각 배치되기 마련인데 다카는 좀처럼 드문 종합 현장이다.
우선 공항 현장엔 매립과 교량 등 토목공사와 터미널 건물 건축공사, 이를 뒷받침할 전기설비 공사가 한데 이뤄진다.
공항현장 총책임자(PD·Project Director) 지휘하에 현장소장만 4명이다. 3터미널과 부속 12개동을 각각 책임지는 건축 분야 소장 2명, 고가도로와 교량 공사를 전담하는 토목 분야 소장 1명, 설비 전담 소장 1명이 있다.
공사가 기간 내 이뤄지도록 과정 전반을 구상하는 공정팀장도 건축분야와 토목분야 담당이 각각 있다. 이렇게 파견 나온 한국인 직원 약 60명과 직고용 현지 인력 약 800명에 더해, 그날그날 투입되는 간접고용까지 합하면 하루 1만명 안팎이 이곳에서 노동하고 그 대가를 벌어간다.
다카공항 현장PD를 맡고 있는 강경주 상무는 "삼성물산이 공항 사업 실적을 여러 건 쌓아 왔어도 이렇게 매립부터 오픈(개관)까지 전체적으로 공사를 수행해보는 건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기회"라며 "앞으로 각국에서 공항 확장 사업이 많아질 텐데 공항은 일반 건축과는 다른 역량을 갖춰야 해 레퍼런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다카에 오기까지 거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탑승동 확장공사, 교통센터)과 싱가포르창이국제공항(매립공사)에 모두 삼성물산의 손길이 닿아 있다. 회사는 몽골 울란바토르 국제공항 수하물처리시설과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지반개량에 이어, 대만과 필리핀을 넘어 유럽 지역과도 사업을 협의, 공항공사를 핵심 역량으로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항공사 외에도, 다카 외곽엔 삼성물산이 2019년 수주해 거의 완공한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이 있다. 플랜트 분야도 진출한 만큼, 글로벌 친환경 추세에 따라 에너지 분야 신사업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강 상무는 "한국회사에 대한 방글라데시 정부의 신뢰가 좋아지고 삼성에 대한 신뢰도 좋아지면서 태양광이나 국립크리켓경기장, 지하철 공사 등 여러 제안을 받고 있다"면서 "지금 공항 메인도로 밑에도 지하철 1호선 라인이 예정된 상황이라 지하철과의 연결통로까지 공사를 해뒀고 그 연결공사 입찰이 나오면 참여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sab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사우나 간다던 남편, 내연녀 집에서 볼 쓰담…들통나자 칼부림 협박"
- 13세와 2년 동거, 34회 성관계한 유명 유튜버…아내 폭행·신체 촬영 '입건'
- "남편이 몰래 호적 올린 혼외자, 아내 재산 상속 받을 수도" 가족들 발칵
- "성관계 안한지 몇년"…전현무, 결혼 관련 숏폼 알고리즘 들통
- 아내·두 아들 살해한 가장, 사형 구형하자 "다들 수고 많다" 검사 격려
- "버려달라는 건가" 손님이 건넨 휴지…"가격 올라도 괜찮아" 응원
- 산다라박, 글래머 비키니 자태…마닐라서 환한 미소 [N샷]
- "비싼 차 타면서 구질구질"…주차비 아끼려 '종이 번호판' 붙인 외제차
- 김영철, 민경훈♥신기은 PD 결혼식 현장 공개 "멋지다 오늘…축하"
- "불판 닦는 용 아니냐" 비계 오겹살 항의했다고 진상 취급…"사장, 당당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