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통 수산원양업체 동원수산에 등장한 행동주의 펀드
경영권 분쟁 이끈 화천기계 사례 대입하며 투자자들 주가 주시
주가 급등 기대하는 시각 있지만...벌처펀드 가능성도
화천기계 고점 대비 55% 하락...“무조건적인 주가 상승 기대 말아야”
1970년부터 수산원양어업에 종사해 온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동원수산에 행동주의 펀드가 들어왔다.
투자자들은 이 펀드가 배당 확대를 요구할 지, 아예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놓을 지 집중하고 있다.
이 행동주의 펀드가 주목을 끄는 것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화천기계 지분을 매수해 배당 확대와 감사 선임을 요구하며 증권업계서 화제가 된 적이 있어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동원수산의 지분 6.59%를 행동주의 펀드 보아스에셋이 매수했다. 이날 동원수산의 주가는 8440원이었는데 보아스에셋이 이 회사 주식을 매수했다고 밝힌 이후 주가가 전날 종가 기준 9450원으로 10.7% 올랐다.
동원수산은 1970년 5월에 설립됐다. 원양어선 16척을 보유하며 국내외에서 식품가공과 냉동창고 운영사업을 하고 있다. 흔히 동원그룹의 계열사로 오해하지만 김남정 부회장이 이끄는 동원그룹과는 무관하다.
투자자들이 보아스에셋의 등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화천기계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보아스에셋은 작년 5월 화천기계 지분 9.1%를 매수한 이후 임시총회 소집허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포문을 열었던 펀드다. 당시 보아스에셋은 화천기계의 감사 선임권을 요구하고 배당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보아스에셋이 화천기계를 매수했던 작년 5월 당시 주가는 3200원을 오르내리는 수준이었는데, 작년 10월엔 장 중 8000원까지 올랐다. 주가가 급등하자 한국거래소는 화천기계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 화천기계의 최대주주 지분 비율은 35% 수준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은 터라 보아스에셋이 주식을 매입하면서 여러 요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동원수산을 여러모로 화천기계와 비교하고 있다. 특히 최대주주 비율이 높지 않다는 데 주목했다.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기 쉬운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어서다. 동원수산의 최대주주 비율은 20% 수준으로 화천기계보다 낮다.
게다가 동원수산을 15년 동안 이끌어온 왕기철 대표이사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미국 국적의 왕기용(Wang ki yong Jr) 사장과 왕인상 부사장을 새 공동대표로 선임하면서 회사에 큰 변화가 있는 상황이다.
왕(Wang) 사장은 왕기철 부회장의 조카로 동원수산에서 중국과 해외사업을 총괄해 왔다. 왕인상 부사장은 동원수산에 1991년 입사해 30년 넘게 일한 전문경영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보아스에셋을 행동주의 펀드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벌처펀드(vulture fund)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는 점에서 동원수산에 대한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했다.
행동주의 펀드란 지분 일부를 매입해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해 저평가된 주가를 재평가해 시세차익을 올리는 펀드다.
반면 벌처펀드는 원래 자금난에 처한 기업 등 경영 환경이 어려운 회사에 고위험 투자에 나서고 고수익을 얻는 펀드란 뜻으로 쓰였지만 최근엔 ‘어떤 전략을 사용해서든 돈을 번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보아스에셋을 벌쳐펀드로 보는 이들은 보아스에셋이 화천기계에 투자할 때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고 화천기계의 주식은 경영권 분쟁이 끝나자마자 다시 제자리로 내려 앉았다는 점 때문이다. 화천기계 주가는 장 중 최고가(8150원) 대비 55% 하락했다. 기업개선 효과를 이뤄냈다기보다는 증시의 ‘이벤트 드리븐’ 전략(특정 이벤트 발생으로 인해 금융자산의 가치가 급반전될 때를 적극적 주식 매수를 통한 수익추구 방법)을 취하는 데 집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모펀드 한 관계자는 “이벤트 드리븐 전략은 시장을 꾸준히 바라보는 펀드매니저도 수익을 제때 내기 어려운 투자법인데 상당히 민첩하게 시장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단순히 행동주의 펀드나 벌처펀드가 지분을 매입했다고 해서 막연하게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것은 꽤 위험한 투자방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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