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무기가 많아·애 졸업 때까지 결혼 마세요”…교사 울린 학부모 갑질 백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일선 교육 현장에서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교사들이 겪었던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갑질 사례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경기교사노조는 '교육을 죽이는 악성 민원, 교사에게 족쇄를 채우는 아동학대 무고. 이제 이야기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사이트를 개설해 학부모 악성 민원 사례를 받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이초교 교사 극단적 선택 계기 “정당한 교육활동 보장하는 법적 근거 갖춰야”
서울 서초구 서이초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일선 교육 현장에서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교사들이 겪었던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갑질 사례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교사에게 결혼 여부를 물으며 멋대로 결혼 시기까지 못 박는가 하면, 자신의 지위 및 유력인사와 친분을 과시하면서 드러내놓고 협박을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이에 따라 "교사와 학부모가 직접 상담·소통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 경기교사노조는 ‘교육을 죽이는 악성 민원, 교사에게 족쇄를 채우는 아동학대 무고. 이제 이야기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사이트를 개설해 학부모 악성 민원 사례를 받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경기교사노조는 지난 21일 오전 11시에 사이트를 개설하고 조합원 2만2000여 명에게 알림 문자를 보냈는데, 이날 오전 9시까지 피해를 호소하는 1653건의 글이 올라왔다.
유아특수교사 A 씨는 입학식 날 3세 특수반에 입학한 유아의 학부모로부터 "선생님, 결혼했어요? 아 아직이시구나. 미혼 선생님이 아이들을 열정 있게 잘 가르쳐주시던데 선생님은 제 아들 졸업할 때까지 결혼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고 큰 굴욕감을 감내해야 했다. 한 공립유치원 교사 B 씨는 "아이가 집에서는 채소를 먹지 못하는데 유치원에선 먹여주세요. 단, 억지로 먹이면 안 됩니다"라는 요구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학부모로부터 비슷한 요구를 받고 공황장애·우울증을 앓는 동료들을 보면서 함께 절망해야 했다.
특수교사 C 씨는 학부모로부터 "선생님, 저는 무기가 많아요"·"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제가 다 위원인 거 아시죠?"·"내가 아동학대로 고소해야겠어요? 우리 애가 선생님 싫다는데 내가 학운위라 교장선생님 봐서 참아주는 거야" 등의 협박성 발언을 듣고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C 씨는 "정당한 교육활동에 학부모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던 교사는 "여학생이 남학생한테 욕을 해서 남학생이 해당 여학생 정강이를 차 이를 부모한테 알렸는데 여학생 부모가 ‘우리 아이는 욕을 하지 못할뿐더러 아이는 허벅지를 맞았다고 하던데 왜 정강이라고 하느냐’며 새벽에 항의하고 변호사와 함께 학교에 찾아와 교장선생님과 함께 빌었다"는 사연을 공개했다. 자신을 서울의 한 중학교 학교폭력 담당교사로 근무하던 교사의 가족이라고 밝힌 이는 "학폭 가해자 부모로부터 소송당하고 스트레스로 암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4년 전인 39세에 세상을 떠났다"며 "이제야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생기려나 보다"라고 썼다. 경기교사노조는 교사들이 마음껏 피해 사례를 알릴 수 있도록 기한을 두지 않고 사이트를 운영할 계획이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들이 겪은 어려움을 털어놓고 마음의 위로를 찾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당분간 사이트를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교육계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동기"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으면서 현재 경찰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김한나 총신대 교직과 교수는 "교사·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무리한 요구는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라는 용어로 이미 일본에서 이슈가 된 현상"이라며 "학교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간주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법적 근거와 제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기섭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병만, 스카이다이빙 중 곤두박질…사고 영상 공개
- [단독]“소속사 대표가 상습 성폭행”…‘그라비아’ 모델들 경찰에 고소
- 불륜에 ‘별거설’ 톱스타, 결국 이혼… “아이들 위한 결정”
- [단독]경찰, 서이초 ‘갑질 학부모’ 의혹 해당 학부모 조사…진위 밝혀질까
- [단독]“해병대 현장지휘관 ‘물속 수색 어렵다’ 상부보고 했지만 사단서 밀어붙였다”
- 한국 떠나 멕시코 간 20대녀...90분에 4만5000원~5만8000원 받고 한국어 강습
- 모스크바 드론 공격에 또 뚫렸다
- 한, 군사력 6위 - 방산수출 9위 ‘막강’… 북, 핵·미사일에 올인
- 김종민 “매니저에게 사기 당해… 출연료 빼돌려”
- 민주, ‘불체포 특권’ 포기해 놓고… 수원지검 몰려가 또 ‘이재명 방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