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가격 '꿈틀' 유가는 '들썩'…물가 다시 치솟을까

안용성 2023. 7.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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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악재에 불확실성 고조
우크라전 여파 국제 곡물가 8.5% ↑
국내 밀가루 가격도 다시 ‘꿈틀’
엔데믹에 세계 석유 수요 급증
전문가 “유가상승 불가피” 경고
서민 체감물가 괴리 커질 가능성
추경호 “수급 안정 부분 살필 것”
물가를 둘러싼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해 피해로 인한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데다 국제 밀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도 변수다. 국제에너지포럼(IEF)은 중국과 인도의 석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하반기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2%대 안정세를 보이던 국내 물가가 국내외 악재로 인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밀가루. 뉴시스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일었던 ‘밀가루 대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을 종료했다고 밝히면서 밀 등 국제 곡물 가격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협정 파기를 밝힌 이후인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8.5% 급등한 부셸(약 27.2㎏)당 7.28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밀가루 가격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소비자원 정보서비스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중력다목적용 곰표 밀가루 1㎏의 가격은 1840원으로 조사됐다. 1년 전 1880원보다는 2% 낮아졌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2021년 7월 1120원보다는 64.29% 오른 가격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식자재 마트를 운영하는 A(64)씨는 “지난해 초반에만 해도 밀가루 한 포대(20㎏)를 1만원대면 살 수 있었는데 전쟁이 계속되면서 지금은 3만2000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사재기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대전에서 중식집을 운영 중인 B(61)씨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밀가루 가격이 치솟아 남는 장사를 하지 못했다”며 “최근 국제 곡물가가 또다시 오르고 있어 창고에 밀가루 20포대를 쌓아 놓았다”고 했다.
휘발유 등 유류 가격도 물가를 자극할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조지프 맥모니글 IEF사무총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인도 고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에너지 장관 회의 부속 회담에 참석한 뒤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석유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됐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유가 상승을 경고했다. IEF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수출국기구(OPEC), 세계 주요 에너지 생산국 등이 참여하는 격년제 협의체다.

그는 “올해 하반기에 공급 유지와 관련해 심각한 문제를 갖게 될 것”이라며 “유가는 이미 배럴당 80달러에 이르렀으며 여기서 더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맥모니글 총장은 유가 상승 주요 원인으로 중국과 인도의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 증가를 꼽았다.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최근 배럴당 75∼77달러를 오가고 있다. 맥모니글 총장은 “(석유) 재고가 훨씬 더 가파르게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는 수요가 확실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불안 요소가 겹치면서 하반기 물가가 다시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특히 2%대로 내려앉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달리 체감물가는 더욱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집중호우와 폭염 등으로 채소류 도매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 채소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채소·과실·생선·해산물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지난 2월 3.6%에서 3월 7.3%로 치솟았다가 4월 3.1%, 5월 3.5%, 6월 3.7% 등으로 3%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 ‘극한 호우’ 영향은 시차를 두고 8∼9월 물가지수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7월 장마에 이어 8월 폭염, 9월 태풍 시즌까지 당분간 기상 악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수해 등에도 전체 물가의 둔화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생활에 밀접한 채소류 등의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수해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수급 안정 부분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상추 등의 재파종을 지원하고 깻잎 등 대체 품목의 생산·출하를 확대하기로 했다. 수급 불안 우려가 있는 닭고기에 대한 할당관세 3만t을 다음 달 들여오고 종란도 500만개 수입한다. 공공요금의 경우 상승 요인을 최소화해 인상을 자제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안용성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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