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원리금 못 갚은 상장사 벌써 9곳, 지난해보다 늘었다…투자 주의보
사채권자에게 빚을 갚지 못한 상장사가 지난해보다 늘었다. 과거 발행했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에 대해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을 요구했는데,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런 기업들은 결국에 상장 폐지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사채의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한 상장사는 9개 사에 달한다. 공시 건수로는 13건이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같은 내용의 공시 건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1년 동안 사채 원리금 미지급 발생 공시를 낸 기업이 6개사였다. 공시 건수로는 7건으로 올해 7개월 동안의 공시 건수보다 적다.
지난해 해당 사유로 공시를 낸 상장사 중 멜파스는 이달 17일 상장 폐지됐다. 지난해 4월 사채 원리금 미지급이 발생하고 같은 해 5월과 10월, 12월 세 차례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1월에도 4억원 규모의 배임 혐의가 발생한 바 있다.
올해 사채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했다고 밝힌 9개 사 중 현재 거래가 가능한 종목은 2곳뿐이다. 나머지 7곳은 거래가 중단됐다. 이즈미디어는 지난해 3월 이후 주권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회계연도 기준 2년 연속(2021~2022년)으로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에 대한 비적정 의견을 내면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런 와중에 사채 원리금도 미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지랩파마는 채권자에 의한 파산신청설로 조회 공시 요구를 받고 거래 정지 중이다. 여기에 내부결산시점 관리종목 사유도 발생했다. 뉴지랩파마는 갚아야 할 자금이 수백억원에 이르러 회생 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 시트 마스크 팩으로 호황을 누리다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에스디생명공학은 올해 초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사채 원리금 미지급 공시를 냈다. 감사 의견 거절 이유는 ‘감사범위제한 및 계속기업 존속능력 불확실성’ 때문으로, 현재는 회생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코스피 시장에도 사채 원리금 미지급 기업이 나오고 있다. 아이에이치큐(IHQ)는 4월과 5월 세 차례에 걸쳐서 총 389억원 규모의 사채 원리금 연체 사실을 공시했다. 아이에이치큐는 올해 감사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수렁에 빠졌다. 아이에이치큐는 사채 원리금 미지급 사유에 대해 “기한이익상실로 인한 지급 의무가 발생했으며, 사채권자로부터 원금 및 이자상환 요청 공문을 받았지만 자금이 부족했다”라고 밝혔다.
현재는 거래 정지되지 않았다고 해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제넨바이오는 채권자에게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해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사채권자는 지난 4월 21일 조기상환 청구를 했으나 제넨바이오가 지급하지 못했다. 해당 CB는 지난 2022년 9월 발행된 제19회차 CB다. 제넨바이오는 지난해 말만 해도 2000원 수준에서 거래됐으나 현재는 600원 수준의 동전주가 됐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올해 초에는 감사 의견 ‘한정’을 받았다.
올해 사채 원리금 미지급 공시를 낸 아스트도 주가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아스트는 지난 13일 사채 원금 375억원과 이자 12억원을 미지급했다는 공시를 냈는데, 해당 공시가 나온 다음 날 아스트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17일에도 12% 급락했다. 18일 11% 반등하긴 했지만, 다음날 다시 7% 빠졌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금리가 여전히 높아 기업 입장에서는 사채 원리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경기 회복세를 확인하기 전까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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