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中대표단 초청으로 대외교류 시동…국경 전면 개방할지 주목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북한 참가할듯…고위급 교류에 그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북한이 이른바 '전승절'이라 부르는 6·25 정전협정기념일 행사에 중국 대표단을 초청하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꽁꽁 닫아왔던 국경을 마침내 본격적으로 개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인 리훙중(李鴻忠)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 및 정부대표단은 오는 26일 방북할 예정이다.
이들은 북한이 전승절 70주년을 기념해 오는 27일 개최할 것으로 보이는 열병식에 참석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외국 인사가 단체로 방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중국과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는 등 교역은 일부 진행했지만, 인적 교류만큼은 철저하게 제한해 왔다.
북한에 외부 인사가 들어간 건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가 지난 3월 말 부임한 게 거의 유일한 사례다.
북한은 팬데믹 기간 각종 국제행사에도 평양에서 인사를 파견하는 대신 해외에 주재하는 이들을 대신 참석시키는 것이 외교 관행이었다. 우방국과의 회의도 비대면 방식을 고수했다.
이달 초 북한이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면서 대외교류도 정상화할지에 시선이 쏠렸지만, 이달 중순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최선희 외무상 대신 안광일 주아세안 대사가 참석한 바 있다.
그러던 북한이 중국 대표단을 평양에 초청한 것은 약 3년6개월여간의 고립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해외에 있는 북한인도 계속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북한의) 봉쇄 조치는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며 "(이번 초청을 계기로) 고려항공 운행과 북중 기차편이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승절'을 무대로 당시 함께 싸운 중국과의 고위급 교류를 통해 대외활동의 재개를 알린 점도 주목된다.
한미일과 북중러 대립으로 상징되는 지금의 국제 정세에서 중국과의 친선이 외교의 주축이라는 점을 과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열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북한의 전략무기가 줄줄이 등장할 것이라는 점에서 내심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중국의 용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회로 활용하려 할 수도 있어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은 대규모 열병식에서 중국 대표단이 참관하는 가운데 신형 ICBM을 공개함으로써 중국의 북한 핵개발 용인이라는 효과를 거두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이 이번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인 리훙중을 단장으로 보낸 것은 2018년 정권수립 70주년(9·9절) 열병식 때 리잔수 상무위원장을 단장으로 보냈던 것과 비교하면 급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북한이 최근 잇따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중 간 교류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올해 북한의 9·9절 75주년에도 대표단을 평양에 파견하고 이어 북한이 9월 하순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은 물론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으로 화답할 수 있다.
북한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 등록을 마친 상태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과의 외교를 중심으로 한 고위급 교류 재개에 그칠지, 국경의 전면적인 개방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소장은 "북중관계가 매우 우호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걸 코로나 상황에서도 과시하려는 측면이 있다"며 "북한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따라 선별적으로 (봉쇄 조치를) 해제하는 건지, 전면 개방을 시작했는지는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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