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으로 돌아간 금감원…시총 2400조 뛸 때 불공정거래 인력 36명 증가
20년 넘게 수 차례 개편했으나 결국 1999년 조사3국 체제로 도돌이표
국내 주식시장 시총 15배 늘어날 때 조사 인력은 1.6배 증가
1999년 통합 금융감독원이 출범한 후 불공정거래를 전담으로 조사하는 조직은 총 8차례 개변됐다. 3년에 1번꼴로 부서의 이름이 바뀌거나 쪼개지고 합쳐지는 등 부침이 있었다. 여러 차례 개편한 끝에 금감원 조사 조직은 결국 24년 전과 같아졌다. 이 과정에서 인력이 늘기는 했지만, 자본시장이 커진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10월 중으로 3차 경력직원 채용을 마무리하고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조사1·2·3국의 인력을 95명으로 확대한다. 지난 5월 불공정거래 조사 역량 강화 방안 발표에 따른 것으로, 기존 인원 70명에서 현재 87명까지 늘린 상태다. 당시 금감원은 기획조사국·자본시장조사국·특별조사국을 차례로 조사1·2·3국으로 개편한다고도 발표했는데, 이 조치는 지난주 마무리됐다.
금감원은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의 감독기관이 통합된 후 불공정거래 조사 부서만 8번 개편했다. 불공정거래 조사 조직의 시초는 금감원의 전신인 증감원 검사 3국이다. 1988년 우리나라 최초로 적발된 불공정거래인 광덕물산 내부자거래 사건을 계기로 검사3국이 불공정거래 조사 업무를 맡았다.
1999년 통합 금융감독기구로 출범한 금감원에서 조사 전담 부서는 조사1·2국과 1국 소속인 공시조사실이었다. 검사3국이 2국 체제로 발전한 것이다. 같은 해 보험 사기를 조사하던 조사3국이 불공정거래 조사 부서로 전환되면서 현재와 같은 조사1·2·3국의 체제를 갖추게 됐다.
그다음 해 조사1국을 조사총괄국으로 바꾸면서, 조사2·3국은 조사1·2국이 됐다. 공시조사실은 조사감리실로 명칭을 바꿨다. 이후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감독원 통합으로 비효율이 드러난 분야가 있다”며 조직 개편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조사1·2·3국은 1년 만에 조사1·2국으로 통합됐고, 조사총괄국은 폐지됐다. 조사총괄국 산하에 있던 조사감리실은 공시감독국 소속 회계제도실과 합쳐져 회계감리국으로 떨어져 나갔다.
조사1·2국은 2008년 자본시장조사1·2국으로 간판을 바꿨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는 금감원 특별조사국이 신설됐다. 이는 당시 취임 초기였던 박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 조작 근절을 위한 대책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정권이 바뀐 2018년, 금감원의 조사 부서는 재차 개편됐다. 그해 1월 자본시장조사1·2국은 각각 조사기획국과 자본시장조사국으로 변경됐다. 조사기획국은 제보와 기획 사건을 중심으로, 자본시장조사국은 한국거래소가 넘긴 사건을 위주로 조사했다. 특별조사국은 존치됐는데, 해당 국은 테마주, 불공정거래와 분식회계가 중첩된 건, 외국인이 연루된 건 등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 체제 역시 얼마 가지 않았다. 이달 기획조사국·자본시장조사국·특별조사국은 조사1·2·3국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1999년의 조사1·2·3국 체제로 회귀한 것이다. 기존엔 국마다 고유 업무를 뒀는데 이번 개편으로 국 간 업무 장벽을 허물었다. 금감원은 개편 이유에 대해 “중요 사건 중심으로 부서 간 건전한 업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으로 제보·기획, 거래소 통보, 특징적 사건에 할 거 없이 조사 1·2·3국이 돌아가면서 접수된 건을 맡게 됐다. 사건 배분은 1국이 담당한다. 이 탓에 그간 특정 분야를 전담해 키워온 전문성이 발현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의 불공정거래 조사 조직은 자본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조사국 직원은 1999년 59명에서 올해 말 이보다 61% 많은 95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비해 1999년부터 이날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은 117.34%(1257→2732개), 시가총액은 1577.18%(151조3537억→2538조4767억원) 급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원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고 업계에서 인력을 파견받을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있는 직원들을 이 부서로, 저 부서로 보내며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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