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거 안 쓰고 모았다”…‘100조 저축’ 주머니 빵빵한 국민들
저축으로 예금·주식 늘려
주택가격 상승전망 커지며
부채 디레버리징 늦춰질 듯
24일 한국은행은 2020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가계의 초과저축이 100조~129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작년 명목 국내총샌산(GDP)의 4.7~6.0% 규모이자, 명목 민간소비의 9.7~12.4% 수준이다. 초과저축은 팬데믹 이전의 가계 저축률을 상회하는 저축액을 뜻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가계 순저축율은 6.1%~7.5% 수준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순저축율은 9.1~12.4%으로 뛰었다.
저축액이 늘어난 것은 소득 증가와 소비 감소 두 측면이 모두 작용했기 때문이다. 2020~2021년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소비 감소 측면이 두드러졌다면, 지난해엔 소득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특히 지난해 일상 회복 이후에도 저축액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배경엔 고용시장에 호조세를 보인데다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현금성 지원때문에 처분가능한 소득이 이전 시기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2017~2018년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3.6%인데 반해 2020년부터 작년까진 4.6%를 기록했다.
미국과 비교하면 국내 가계가 여윳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다. 미국 역시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이듬해까지는 저축액이 뛰었지만 이후엔 이를 소비재원으로 쓰면서 규모가 빠르게 감소중이다.
반면 국내 가계는 저축액을 소비하지 않을 뿐더러 빚을 갚는데도 쓰지 않았다. 한은은 “팬데믹 기간 가계의 금융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크게 늘었는데 이는 가계가 초과저축을 부채 상환에 적극 활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금리상승으로 부채상환 유인이 증대됐음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이 주요국에 비해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로 지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이후 낮아지고 있지만 한국은 팬데믹 기간중 높아진 후 여전히 고공비행중이다. 조주연 한은 동향분석팀 과장은 “실물경제와 금융상황의 불확실성이 높다보니 저축액을 쓰기보다 관망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누적된 저축액은 예금과 주식, 펀드 등 유동성이 큰 현금성 자산으로 흘러갔다. 한은에 따르면 2020~2022년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 증가액은 약 1006조3000억원으로 직전 3년간 증가분(590조8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현금·예금 증가분은 507조4000억원이었고, 주식·펀드도 260조원가량 늘었다 .
한은은 누적된 저축액이 주택시장으로 쏠리면서 부채가 더욱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연착륙 수순을 밟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반등할 경우 주택구입 열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향후 집값 전망을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달 100을 기록해 1년 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년 뒤 집값에 대한 전망치로 100을 넘으면 상승 전망이 많다는 뜻이다. 한은은 “최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출과 함께 주택시장에 재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택가격 상승, 가계 디레버리징 지연 등으로 이어진다면 금융안정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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