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피플]외줄 타며 'K-무리뉴'로 성장 중인 이정효, 오직 앞만 본다

이성필 기자 2023. 7. 25.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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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 충만한 이정효 광주FC 감독. ⓒ연합뉴스
▲ 개성 충만한 이정효 광주FC 감독. ⓒ연합뉴스
▲ 이정효 감독은 광주FC만 본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이성필 기자] 'K무리뉴'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매일이 투쟁이다. 선배 감독들과 입씨름도 마다치 않는다.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 미움을 사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팀이나 지도자로 모두 언더독인 입장에서 잃을 것 없다는 이 감독이다. 얌전한, 논쟁이 거의 없는 K리그에서 '스토리 메이커'를 자처하고 있다. 일부 구단 팬들로부터 미움을 사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 감독 스스로 지도자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윤정환 강원FC 감독과는 '매너볼 논쟁'을 벌였다. 시간 지연을 놓고 서로의 입장이 명확하게 갈렸다. 뭐가 됐던 이 감독은 광주의 분위기를 깨려는 외부의 적과는 적어도 팀을 맡은 이상은 확실하게 싸우겠다는 의지로 뭉쳐있다.

이정효의 언어는 외줄 타기

그가 코치 시절 보좌했던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과 많이 닮은 모습이다. 남 감독도 은근히 선배 지도자와는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해왔다. 남 감독도 광주라는 시민구단을 거쳐 기업구단 제주 유나이티드로 향했다. 밖으로 100%도 뿜는 이 감독과 성향만 약간 달랐을 뿐이다.

다른 면에서는 최강희(현 중국 산둥 타이산 감독) 전 전북 현대 감독의 모습을 보는 느낌도 있다. 최 감독이 2005년 중반 전북 지휘봉을 잡은 뒤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현대자동차 사원 숙소 더부 살이를 하는 현실에 혀를 끌끌 차며 언론에 클럽하우스 노래를 불렀던 것과 동시에 다른 구단 감독들과는 특유의 어눌한 언변으로 뼈 있는 농담을 던져가며 싸운 것이 투영되는 것 같다.

이 감독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한 가지 일화를 전했다. 그는 "이 감독의 현역(부산 아이파크) 시절이었다. 클럽하우스에 있던 A선수가 아파서 누워 있는 것을 본 당시 감독이 '당장 일어나서 훈련에 하라'고 했다고 한다.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고 훈련에 나가려던 찰나, 이 감독이 당시 감독에게 '동료가 아프니까 쉬게 해주십쇼. 대신 제가 두 배로 훈련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더라"라고 한다.

해당 감독은 당황했지만, 이 감독이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을 보여주자 오히려 시간을 줄여 훈련을 끝냈다고 한다. 그러고 예정된 경기에서 부산은 승점 3점을 가져왔다고 한다. 담대했던(?) 이 감독의 말이 전체를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선수들에게 솔직한 이 감독이다. 엄지성은 지난 22일 수원FC전에 선발로 나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명단에서 탈락한 뒤였지만, 이 감독은 엄지성의 정신을 조율하려 애썼다.

수원FC전에 나선 것은 직전 라운드였던 대구FC전을 거르는 과정에 이 감독과의 면담이 있어 가능했다. 엄지성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30분 가까이 면담을 통해 합당한 결장 사유를 밝혔다고 한다.

이 감독은 "충분히 소통했어요. 마지막으로 제게 할 말이 없냐고 물어보니 많은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그랬어요. 제 스스로 너무 잘하려고, 몰입하다 보니까 의도치 않게 말을 좀 세게 하긴 한다고 말이죠. 너 역시 경기장에서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주위를 못 보는 것 같다"라며 자신의 상황에 빗대 엄지성의 마음에 동기부여를 심었다고 한다.

앞서서 십자가를 지며 선수들을 보호하는 감독을 누가 싫어할까. 물론 상대 팀에는 미운 수장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알면서도 입을 여는 이 감독이다. 그는 "저를 보는 사람 중에는 제게 '싸가지 없다'라고 할 수 있어요. 저 역시 나쁘게 표현하면 생각나는 대로 말할 때도 있고 의도를 갖고 말을 할 때도 있어요. 다만, 제 말은 외줄 타기라고 생각해요"라고 비유했다.

외줄 타기란 무엇일까. 이 감독은 "외줄 타는 사람들은 안 떨어지려고 초집중하잖아요. 주위를 보지 않고 제가 말을 하고 버텼어요. 만약 그에 따른 결과가 10배, 20배, 30배로 나오지 않으면 욕을 먹겠죠.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고요"라며 집념과 집중의 결과라고 밝혔다.

물론 상대는 분명히 존중해야 하는 것은 맞다. 공정과 존중이 담긴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서다. 다만 여기서도 이 감독은 약간의 견해를 달리하며 "스포츠에서 경기 중에 일어난 일로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올해 K리그1만 보더라도 벌써 3명의 감독이 교체됐어요. 이런 점에서는 우리 팀이 중요하지, 남들 생각할 겨를이 있나 싶어요. 우리팀 선수들에게 인정받고 그들의 성장과 발전에 집중하기도 바빠요. 모든 결과는 제가 책임져요. 제 선수들과 우리 팬들에게만 지지받으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해요"라며 승격팀의 시각에서 바라봤다.

▲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사진 맨 위 가운데)을 코치로 보좌했던 이정효 감독. 남 감독과 지도 스타일이 닮았지만, 언변에는 차이가 있다. 확실한 개성이 있는 이정효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사진 맨 위 가운데)을 코치로 보좌했던 이정효 감독. 남 감독과 지도 스타일이 닮았지만, 언변에는 차이가 있다. 확실한 개성이 있는 이정효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사진 맨 위 가운데)을 코치로 보좌했던 이정효 감독. 남 감독과 지도 스타일이 닮았지만, 언변에는 차이가 있다. 확실한 개성이 있는 이정효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사진 맨 위 가운데)을 코치로 보좌했던 이정효 감독. 남 감독과 지도 스타일이 닮았지만, 언변에는 차이가 있다. 확실한 개성이 있는 이정효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아…이면에는 광주의 열악한 현실이 담겼다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이 감독이다. 시즌을 겪어 오면서 FC서울을 향해 "저런 축구"라는 발언으로 화제의 대상이 됐고 고개도 숙여봤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대가 심리적으로 이득을 봤지, 광주는 기가 죽어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이다. 다른 팀을 맡으면 그 팀을 위해 총력전으로 나선다는 자세는 똑같다.

그는 "저는 (심성이)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좋은 말을 듣고 싶은 생각도요. 그저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대신 저희 선수들은 저를 존중해 주고 팬들도 마찬가지예요. 선수들에게서 '우리 감독을 위해서 (그라운드 위에서) 싸워 죽겠어'라는 생각이 느껴져요"라며 제자들을 향한 신뢰를 숨기지 않았다.

엄지성, 허율이 탈락한 대신 미드필더 정호연이 유일하게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했다. 정호연과도 대화하면서 물어봤단다. 자신이 다른 팀 감독과 언론을 통해 싸우고 그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질문했단다. 그랬더니 "(정)호연이가 그러더군요. '감독님 스타일이 너무 좋다'고요. 욕을 먹어서 궁금해 물었더니 좋게 말해주더라구요. 자신들은 정말 시원시원하다고요. 맞아요. 우리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해주면 됩니다"라며 눈치 봐서 의미 없다며 정면 돌파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싶은 이 감독이다. 엄지성은 최근 외신에서 셀틱행 가능성 있는 선수로 꾸준히 거론됐다. 강원FC 출신의 양현준이 24일 셀틱과 5년 계약으로 정리, 당분간은 없던 일이 됐어도 얼마든지 유럽행 가능성이 있는 자원이다.

▲ 허율(사진 위), 정호연(사진 가운데), 엄지성(사진 맨 아래)에게도 냉정한 이정효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허율(사진 위), 정호연(사진 가운데), 엄지성(사진 맨 아래)에게도 냉정한 이정효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허율(사진 위), 정호연(사진 가운데), 엄지성(사진 맨 아래)에게도 냉정한 이정효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이 감독은 명확했다. 그는 "(엄)지성이와의 미팅에서도 그랬어요. 네가 유럽에 갈 실력이 되지 않아도 가겠다면 보내주겠다. 만약 영입을 원하는 팀에서 계속 원하면 그것은 그만큼 지성이의 가치가 커졌기에 보낼 수 있다고요. 떠밀리듯이 유럽에 헐값에 가면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어요. 대표이사께도 그랬어요. (양)현준이 정도의 이적료가 나오면 보내겠다고요. 다만, 지성이에게는 아직 갈 실력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이는 정호연도 마찬가집니다.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결과물을 내고 이후에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나가겠지만, 아직 멀었어요"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아래를 절대로 보지 않는 이 감독이다. 수원FC에 1-0으로 승리하면서 친선 경기 휴식기에 승점 34점, 5위로 마쳤다. 물론 9위 제주 유나이티드(30점)와 4점 차에 불과해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다. 이민성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이 말한 '진흙탕'에 있는 셈이다. 번듯한 클럽하우스가 없어 실내 훈련을 하느라 전술적 성숙도를 갖추지 못했어도 다른 방법을 찾는 이 감독이다.

이 감독이 절절하게 말하며 자신의 언어를 언론을 통해 알리는 이면에는 여전히 제대로 훈련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광주의 환경에 대한 환기로도 볼 수 있다. 알려야 알기 때문이다. 존재감이 없다면 발버둥쳐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지도자로 성장하며 제대로 느끼고 있다.

그는 "저는 선수들에게 앞을 보라고 합니다. 뒤를 보지 말라고, 앞을 보라고요. 목표했던 승수가 있거든요. 지금은 생각대로 따라가고 있어요"라며 생존은 물론 파이널A(1~6위)로 향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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