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면 종점' 정하고 강하IC 추가…원희룡, 앞뒤 안맞는 해명

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2023. 7. 2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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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모든 자료 공개…국민들께 직접 검증받겠다"
양평道, '전면 백지화'에서 '사업 재추진' 선회할 듯
자료 뜯어보니 지금껏 설명과 배치 대목 '곳곳'
"주민들 강하IC 설치 요구 들어주려면 변경안이 유일"
실제론 '강상면 종점' 정해두고 뒤늦게 강하IC 추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창원 기자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시비가 일자 약 2조원 규모의 국책 사업인 '서울-양평고속도로'를 하루 아침에 전면 백지화 선언했던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이번에는 돌연 "국민들로부터 직접 검증을 받겠다"며 고속도로 사업 관련 자료를 전부 공개했다.

특혜 논란을 일으켰던 변경 노선안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원안보다 더욱 타당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전면 백지화'에서 '사업 재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개된 자료는 변경 노선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총 55건의 문건이다.

하지만 취재진이 자료를 살펴본 결과 지금껏 원 장관과 국토부가 해명한 것과는 배치되는 대목들이 곳곳에 있었다. 국토부는 "양평 주민들이 원해서 '강하IC'를 추가해야 했고 이를 위해 변경 노선안(강상면 종점안)이 유일한 대안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론 강상면으로 종점을 먼저 정해둔 뒤 뒤늦게 강하IC를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원 장관은 "모든 자료 공개"라고 주장했지만, 민간업체가 국토부에 '강상면 종점안'만을 콕 집어 대안 노선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보고한 것의 배경이 되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았다. 공개 경쟁 입찰로 선정된 민간업체가 국토부와 어떤 논의 끝에 기재부 산하 KDI 예타안을 부정하는 대안을 용역 착수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안에 제안할 수 있었는가, 핵심 의혹을 해명할 답은 없는 것이다.

민간업체는 어떻게 알고 '강상면 종점안' 콕 집었을까

대안 노선의 종점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연합뉴스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의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은 민간업체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는 지난해 3월 29일부터 용역에 착수했다. 직후인 4월 관련계획을 검토한 이들 업체는 5월 18일 한국도로공사와 착수회의를 했고, 5월 24일에는 국토부와 회의를 진행했다.

업체들은 5월 24일 당일 국토부에 앞으로 용역 기간 동안 '종점부 노선대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유는 상수원 특별보호구역 최소통과, 철새도래지 통과거리 단축 및 조류보호대책 등 환경적 측면과 나들목·분기점 적정 간격 확보 및 접근성 향상을 위한 추가 나들목 설치 등 교통적 측면을 들었다.

그러면서 검토 예정인 대안 노선으로 '강상면 종점안'을 유일하게 제시했다. 이후 약 1년 동안 타당성 조사가 진행됐고, 종점 위치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김 여사 일가 특혜 논란을 불러 일으킨 '강상면 종점안'이 최적의 대안으로 결정됐다. 타당성 조사 단계에선 예타안을 대신할 여러 대안 노선을 비교·분석한 뒤 최적의 안을 제시하는데, 민간업체가 용역에 착수하자마자 최적안을 지도에 쭉 그은 셈이다.

문제는 해당 업체들이 하필 강상면 종점안을 콕 집어서 국토부와의 첫 보고 때 제시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국토부가 공개한 자료를 통해서는 이 같은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

용역 입찰(2022년 3월 15일) 또는 용역 착수(2022년 3월 29일)부터 국토부에 첫 착수 보고를 한 날(2022년 5월 24일)까지 약 두 달 동안의 자료는 이번 공개 목록에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의혹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2018년 양평군에서도 강상면 종점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새로운 게 아닌 과거부터 논의가 됐던 노선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민간업체가 군 단위에서 발표했던 자료를 4년이나 지난 시점에 발굴하다시피 찾아내 제안한 배경은 잘 설명되지 않는다.

만약 국토부가 착수 보고 전에 이를 미리 전달한 것이라면 그에 관한 자료도 남아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공개된 자료가 전부"라며 "민간업체의 착수 보고 전 회의 등 만남은 국토부에서는 없었고, 도로공사에서만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용역 착수 당시 민간업체가 보고한 것을 보면 대략적인 노선을 그린 것이다. 양서면 JCT를 설치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대안으로 그 주변에 터널도 있고 강도 있어서 종점부를 설치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민들 강하IC 설치 요구에 변경"했다더니…종점 먼저 정한 뒤 IC 추가


국토부에 용역 착수 보고를 한 민간업체들은 이후 '대안 노선 검토'를 진행한다. 첫 보고인 2022년 6월 22일에는 예타안과 대안1, 대안2 등 총 3개 노선이 비교 검토된다. 이 중 대안1과 대안2는 모두 종점 위치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강상면 종점안'이다. 두 번째 보고인 7월 11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2022년 9월 이뤄진 세 번째 보고에서부터 시작된다. 예타안과의 비교 노선안이 대안1과 대안2에서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대안1' 하나로 좁혀지는데, 앞선 두 차례 보고에선 없었던 '강하IC'가 추가된 것이다. 이때부터 논의되는 대안 노선에는 모두 '강하IC'가 추가된다.

이는 지금껏 국토부의 해명에 동원했던 논리와는 인과관계 측면에서 선후가 거꾸로 돼 있다.

앞서 국토부는 "주민들이 원하는 강하IC를 설치하려는데, 예타안 종점 주변은 터널, 교량 등으로 꽂기가 힘들고 물리적으로 가능한 곳이 여기(대안 노선·강상면 종점안)밖에 없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양평 주민들이 IC 설치를 요구했고, 이를 따르기 위한 최적의 노선을 검토하다보니 강상면을 종점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민간업체가 국토부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대안 노선상 '강상면 종점'이 먼저 정해지고, 뒤늦게 '강하IC'가 추가된 셈이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거꾸로 '강하IC 설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강상면을 종점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 것이다. 앞뒤가 안 맞는 해명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해 야권의 "거짓 선동"이라고 비판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TV 캡처


원희룡 장관 또한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양평군민들과 양평 지역의 군수, 그리고 모든 정당들이 당을 떠나서 '강하IC를 설치해서 양평군민이 절대 다수가 있는 강하면과 강상면, 그리고 양평읍으로 연결이 돼야 한다' 이런 노선을 주장하게 된다. 그래서 양평군민들의 절대적인 요구를 반영해서 타당성 조사에서 전문 과학 기술자들이 노선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지금 문제가 되는 대안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업체에서는 1차적으로 양서면 JCT 설치가 어렵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대안을 검토하는 와중에 양평군에서도 IC설치를 건의했고, 그러면서 강하IC 설치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며 "이외에도 환경적으로도 원안은 문제가 있었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대안을 마련해가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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