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서 '차이나 머니' 이탈...신흥시장으로 이동
서방과 갈등 및 자본 유출 걱정에 해외 투자 줄여
대신 신흥시장 투자 늘리면서 필수 원자재 확보에 주력
[파이낸셜뉴스] 2010년대 중반에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과 기업들을 쓸어 담았던 중국이 이제 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큰손들은 서방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서방 내 입지를 포기하는 대신 배터리 재료 등 미래 경제를 좌우할 원자재 선점에 나섰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D)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연간 해외직접투자(FDI)는 1465억달러(약 187조6079억원)로 전년(1788억달러) 보다 18.1% 감소했다. 지난해 금액은 중국의 FDI가 정점이었던 2016년(약 1961억달러)에 비해 25.3% 감소한 수치다.
FDI는 특히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급감했다.
미 우파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에 의하면 중국의 해외 투자에서 미국과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대비 각각 24.8%p, 11.8%p 감소했다. WSJ는 AEI와 다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을 인용해 중국의 기업 및 기관들이 주요 7개국(G7)에 진행한 투자가 2016년 기준 120건에 달했으며 투자 총액이 840억달러였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63건이 미국 투자였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해 G7에 진행한 투자는 13건에 불과했고 투자 금액도 74억달러에 그쳤다. 중국의 해외 투자 가운데 G7 비중 역시 2016년 당시 약 절반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18%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로디엄그룹과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유럽 직접 투자는 지난해 88억달러로 10년 만에 최저치였다.
과거 다롄완다그룹, 하이난항공(HNA)그룹, 안방보험 등 중국 기업들은 당국이 2014년부터 해외 직접투자 규제를 풀자 공격적으로 해외 부동산과 기업들을 사들였다. 매수세는 2016년 정점에 달했고 중국 정부는 해외 자본 유출과 민간 기업들의 지나친 확장을 경계하여 투자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당국의 수사에 직면한 중국 기업들은 잇따라 인수 계획을 중단했다. 투자 심리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중관계가 급속히 나빠지면서 더욱 위축됐다. 유럽 역시 미국의 중국 제재에 동참하면서 중국 자본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중국은 해외 투자보다 내수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AEI에 의하면 중국이 지난해 아시아와 중남미, 중동에 투자한 돈은 총 245억달러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중국의 해외 투자 가운데 남미와 동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이후 지금까지 각각 3.3%p, 17.8%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 투자한 비중 역시 14.7%p 늘었다. 신문은 중국이 적대적인 서방 대신 신흥시장 투자로 동맹을 강화하면서 필수적인 미래 자원 확보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집계를 보면 올해 가장 많은 중국 자본을 유치한 곳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였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중국 전체 투자액의 17%를 유치했다. 또한 중국 전기차 기업 BYD는 이달 발표에서 브라질에 6억달러 이상을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중국 국영 기업인 중국해양석유(CNOOC)도 지난해 브라질에 19억달러를 투입했다.
미 금융서비스 업체 S&P글로벌레이팅스의 루이스 쿠이스 수석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대체로 중국이 해외 선진국에 투자할 여지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흐름이 향후 3~5년 동안 많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AEI의 데릭 시저스 선임 연구원은 중국의 해외 투자 흐름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살아있는 동안 2016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저스는 중국 자본이 서방으로 가지 않을 경우 미국 보다는 호주나 캐나다, 헝가리같은 국가들이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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