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 우파 승리… 과반 안돼 연정 불가피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7. 2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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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중도 우파 제1야당 국민당(PP) 지지자들이 23일(현지 시각) 총선 투표가 끝난 후 수도 마드리드의 PP 본부 앞에 모여들고 있다. 이날 실시된 총선에서 PP가 하원 전체 의석 350석 중 136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했으나, 좌우 어느 진영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스페인에서 23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중도 우파 국민당(PP)이 136석을 확보해 제1당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당초 예상에 다소 못 미치는 의석을 획득하면서 단독 정부 구성은 물론이고 극우 복스(Vox) 당과 일대일 연정을 통한 정부 구성도 어렵게 됐다. 향후 재선거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군소 정당들과 연정 협상이 벌어지면서 한동안 정국이 혼돈에 빠질 전망이다.

스페인 내무부에 따르면, 개표가 완료된 24일 오전 7시(현지 시각) 국민당이 136석, 집권 좌파 사회노동당(PSOE)이 122석을 각각 획득했다. 국민당이 사회노동당을 누르고 승리했지만, 여론조사에서 예측됐던 145~150석에 비해서는 10석 안팎 낮은 결과다. 반면 사회노동당은 당초 예상(112~118석)을 넘어 기존 의석(120석)보다 2석 늘어나는 선전을 했다.

국민당과 함께 우파 연정을 구성할 것으로 점쳐졌던 극우 복스는 33석에 그쳤다. 기존 의석(52석)보다 19석 줄어든 것이다. 국민당과 복스가 손잡더라도 169석에 그쳐 집권이 어렵다. 스페인 의회는 총 350석으로 과반인 176석을 확보해야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 좌파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좌파 연합 수마르가 31석을 얻으면서 사회노동당과 합쳐도 153석에 그친다.

일간 엘파이스 등 스페인 매체들은 “어느 정당도 정부 구성을 위한 결정적 열쇠를 쥐지 못했다”며 향후 수주간 대형 정당과 군소 정당 간 치열한 연정 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28석을 가져간 군소 정당들은 대체로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역에 기반한 분리주의 지역 정당이다. 일간 엘문도는 “7석을 획득한 카탈루냐 공화 좌파당(ERC)만 해도 분리주의를 적대시하는 극우 복스의 정권 참여에 극도로 부정적”이라며 이들 지역 정당이 범좌파 결집에 참여하면 사회노동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중도 우파가 1당으로 올라선 총선 결과가 정치적 이합집산에 의해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은 산체스 총리가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우파 연합에 패한 뒤 의회를 해산하면서 조기에 치러졌다. 스페인 언론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당이 극우 복스와 손잡고 집권하면, 프랑코 독재 이후 48년 만에 극우 정당이 정권에 참여하게 된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반(反)극우 표가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총선이 이례적으로 여름 휴가철에 치러졌지만 투표율이 70.33%에 달해 직전 총선(2019년 11월)보다 4%포인트 높아진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했다. 스페인 내무부는 “부재자 투표를 한 유권자가 247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는 이날 “최대 득표를 한 당 대표로서, 선거 결과에 따라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정당 간) 대화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사회노동당 대표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사실상 국민당과 복스 연합의 패배”라며 “스페인이 계속 전진하길 바라는 국민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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