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의 기적’ 물금고, 충암고마저 꺾고 첫 전국대회 4강
경남 양산 물금고 야구부는 2015년 창단한 비교적 신생팀이다. 학교 자체도 2006년 개교했다. 원래 야구부가 없었지만 양산 원동중이 2년 연속 대통령배 우승을 하는 등 선전하자 지역 야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양산시와 교육청이 야구부를 만들었다. 하지만 전용 야구장은 물론, 실내 훈련장이 없어 지역 사회인 야구팀 훈련장을 빌려 쓰는 처지. 양산에 있는 부산대 소유 공터 야구장에서도 훈련하지만 이곳 역시 마운드와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 한다. 그러나 작전 야구와 탄탄한 수비를 강조하는 강승영 감독 지도 아래 조직력을 다지고, 프로 출신 최금강·박정준 등 코치들이 노하우를 보태 전력이 조금씩 향상되어 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26박 27일간 포항·울산·대전 등을 돌아다니며 연습 경기를 하면서 기량을 점검했다. 그럼에도 물금고를 우승 후보로 꼽는 전문가들은 없었다. 지금까지 전국대회 4강에 든 적도 없었다.
그런 물금고가 2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 준준결승에서 충암고를 11대9로 제치고 창단 첫 전국대회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강승영 물금고 감독은 “장마 때문에 일주일 넘게 선수들이 타지 생활을 하면서 4강까지 왔는데 여기서 지면 이제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면서 “선수들은 물론 나도 이런 적이 처음인데, 시즌 전 장기간 타지 생활을 하며 컨디션 조절하는 법을 배운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원래 22일 끝났어야 했지만 갑작스러운 비로 하루 미뤄지고 그다음 날 비가 또 내려 다시 하루가 미뤄진 게 결국 승부 갈림길이 됐다. 당시 충암고는 3-7로 뒤지다 7-7을 만들면서 기세를 올려가던 상황. 주자는 2사 만루. 역전이 눈앞에 보였다. 그런데 비 때문에 이틀이 연기되자 물금고는 그 전에 투구 수가 많아 고교 선수 의무 휴식 규정으로 출전할 수 없었던 3학년 에이스 서보한을 마운드에 올릴 수 있었다. 그는 충암고 첫 타자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위기를 탈출했다. 한숨 돌린 물금고는 8회초 1사 1·3루에서 상대 투수 폭투로 1점을 뽑아 승부 균형을 깼고, 고승현의 1타점 중전 안타와 이승주의 2타점 우전 안타로 11-7로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물금고 4강 상대는 역시 첫 전국대회 4강에 오른 서울 경기상고다. 4강 다른 두 팀은 2020년 대회 우승팀 장충고와 통산 7회 우승팀 경북고로 결정됐다. 준결승은 25일 낮 11시부터, 결승은 27일 오후 1시다. 모두 SPOTV가 생중계한다.
◇물금고 11-9 충암고
물금고는 9회말 2점을 내줬으나 2사 2·3루 동점 위기에서 투수 서보한이 헛스윙 삼진으로 경기를 끝냈다. 물금고는 전반기 주말리그 경상 A권역에서 우승하긴 했으나 강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이번 고교야구선수권에서는 2회전에서 인상고를 9대2, 7회 콜드게임으로 눌렀고, 3회전에선 마산고에 1-11로 뒤지다 14대12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궜다. 그 기세를 이어가 8강전에서 우승 후보 충암고까지 꺾으면서 돌풍을 태풍으로 바꾸는 중이다.
◇장충고 3-2 마산용마고
8강 탈락 후 야구장을 빠져나가는 마산용마고 에이스 장현석 앞에 야구팬 수십명이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들었다. 유일한 고교생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인 그는 이날 팀은 졌지만 충분히 주목받을 만했다. 최고 구속 155㎞ 직구를 앞세워 6과 3분의 2이닝 동안 26타자를 상대하면서 삼진을 14개 잡아냈다. 매 이닝 장충고 타자들 방망이가 헛돌았다. 장현석은 “목표였던 청룡기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메이저리그와 국내 프로리그를 놓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장충고는 장현석이 등판하기 전 초반 공략에 성공한 게 승인이었다. 1회 용마고 2학년 선발투수 김현빈을 상대로 4번 류현준의 2타점 2루타 등 2안타와 볼넷 1개로 2점을 선취했다. 3회 1사 2루로 다시 위기를 맞자 용마고는 그제야 장현석을 올렸다. 장현석은 첫 타자 류현준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점수를 내줬다. 그러나 그 이후론 완벽하게 장충고 타선을 틀어막았다. 8회말에 용마고가 2점을 따라붙었지만 장충고는 에이스 황준서를 올려 추가 실점을 막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장충고는 선발 등판한 김윤하의 역투가 돋보였다. 그는 최고 145㎞ 직구와 변화구를 앞세워 4와 3분의 2이닝 3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5촌 조카이기도 하며, 이번 대회 14와 3분의 1이닝 2실점 호투다. 송민수 장충고 감독은 “윤하가 잘 던져 주력 투수인 육선엽을 내보내지 않고, 황준서 투구 수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북고 3-0 강릉고
경북고 에이스 전미르는 1회초 선발투수 이중석이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자 곧바로 등판했다. 6회까지 사사구를 5개 내줬으나 안타를 한 개도 허용하지 않으며 강릉고 타선을 침묵시켰다. 7회 마운드 대신 1루를 맡아 어깨 휴식을 취하던 그는 8회초 무사 1·2루에서 다시 등판해 9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이날 7과 3분의 2이닝 6사사구 ‘노히트 노런’. 경북은 2회 무사 2루에서 김우혁의 2루타로 선취점을 뽑고, 6회 안정환의 좌월 홈런 등으로 3-0을 만들었다. 전미르는 이날 104개를 던져 규정에 따라 27일 결승까지 등판할 수 없다. 고교 야구에선 선수 보호를 위해 46~60구 투구 시 1일, 61~75구 2일, 76~90구 이상 3일, 91구 이상 4일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노런을 진행하고 있지 않는 한 최대 105구까지만 던질 수 있다. 전미르는 “오늘 최대한 많이 던질 것이라고 알고 있어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생각으로 힘껏 던졌다. 마운드에 설 수 없는 만큼 타석에서 더욱 힘을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북고는 청룡기 7차례 우승팀으로 이승엽 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활약했던 1993년 이후 30년 만에 정상을 넘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코인투기 뺨치는 광풍 몰아친 인천 米豆취인소
- 걸리버의 옷장?… 뉴욕 한복판에 뜬 초대형 루이비통 트렁크, 알고 보니
- 4살 아이 머리 킥보드로 때린 유치원 교사, 다른 원생 11명도 폭행
- 비타민 사과의 9배, 매일 골드키위 먹고 몸에 생긴 변화
- 反明 전병헌 “이재명 끝나고 3총3김 경쟁력 달라져”
- [단독] 이기흥의 대한체육회, 올림픽 메달권 36명에 살모사 든 뱀탕을 보양식으로 줬다
- [부음]박순철 울산시의회 사무처장 부친상
- 한동훈 “이재명, 피고인이 판사 겁박…최악 양형 사유”
- 내년 경주서 ‘APEC CEO 서밋’… CEO 1000명, 알파벳 b 모양 ‘엄지척' 이유는?
- 연일 완판 행진 카이스트 탈모 샴푸, 단독 구성 특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