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피흘린 그날처럼… 유엔 참전 22국, 한국서 재회
6·25전쟁 때 유엔군 자격으로 참전해 한국을 도운 22국 정부 대표단이 24일 한국을 찾았다. 오는 27일 열리는 ‘6·25 정전·유엔군 참전 70주년’ 행사를 기념해 한국 정부가 초청했다. 한국 정부는 각국 총리, 장관, 대사 등으로 구성된 이들과 판문점과 부산 유엔기념공원 등을 방문해 기념식을 함께 하고 보훈장관급 양자 회담도 한다. 6·25가 공산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킨 ‘승리의 전쟁’이란 차원에서 연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국가보훈부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유엔군 참전 22국 대표단을 초청했다. 미국·태국·벨기에·콜롬비아·에티오피아·캐나다·필리핀·뉴질랜드·프랑스·호주·네덜란드·룩셈부르크·튀르키예·영국 등 14국에선 정부 관계자가, 나머지 8국은 한국 주재 대사가 대표단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한다. 6·25전엔 미국·영국·프랑스 등 16국이 전투병을 파견했고, 6국(인도·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이탈리아·서독)은 의료 지원단을 보냈다.
방한한 22국 대표단 중엔 데임 신디 키로 뉴질랜드 총독과 로런스 매콜리 캐나다 보훈장관, 맷 키오 호주 보훈장관, 그리고 한인 2세로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영웅’인 제이슨 박 미 버지니아주 보훈부 부장관 등이 포함됐다. 박 부장관은 아프간 파병 때 순찰 중 무장 단체 탈레반이 설치한 폭발물에서 두 다리와 손가락 2개를 잃은 참전 군인이기도 하다. 그는 중상을 입고도 대원들을 먼저 피신시킨 전공을 인정받아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보훈부는 이들과 함께 25일 판문점을 방문한다. 이어 26~27일 부산 유엔기념공원 방문, 참전국 보훈장관 간 양자 회담과 국제 보훈장관 회의, 유엔 참전 용사 감사 만찬 등을 한다.
일부 대표단은 자국 참전 용사들과 함께 6·25 주요 격전지를 찾아 전사자를 추모하는 등 자체 행사도 한다. 패트리샤 미랄레스 보훈장관 등 프랑스 대표단은 25일 강원 철원의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한다. 화살머리고지는 미군과 프랑스군 등 유엔군이 정전협정 체결 직전까지 북한군과 치열한 쟁탈전을 벌인 곳이다. 랄프 몽클라르 장군이 이끈 프랑스군은 6·25 때 3개 대대 약 3500명이 교대로 참전해 전사 262명, 부상 1008명, 실종 7명 등 1289명의 사상자를 냈다. 참전 군인 3분의 1이 희생된 셈이다. 2019년에 화살머리고지에서 프랑스 참전 용사 고(故) 이브 모알릭 상병의 인식표가 발굴돼 67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화살머리고지에는 아직도 찾지 못한 프랑스 장병 유해 3구 이상이 잠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25 유엔군 참전국 중 상당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2년 연속 정상 회의에 참석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다. 1950년 당시 나토 창설 멤버 12국 중 10국(전투 지원 7국, 의료 지원 3국)이 한국을 지원했다. 이 외에도 6·25전에 참전한 튀르키예와 그리스는 1952년, 서독은 1955년 나토에 가입했다. 정부 관계자는 “나토 동맹국 대다수가 북한군의 6·25 남침에 맞서 한국을 도왔다”며 “윤 대통령이 나토와 연대를 강화하는 것은 냉전이 끝난 이후 다소 퇴조했던 한국의 자유 연대 지평을 복원하는 뜻도 있다”고 했다. 북한은 매년 7월 27일을 전승절(戰勝節)로 기념해 왔으며, 올해도 군사 열병식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은 자유 진영 외교 강화를 통해 6·25를 ‘잊힌 전쟁’에서 복원하는 것을 넘어 승리한 전쟁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6·25전 참전국 가운데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필리핀 등과는 공적개발원조(ODA) 외교도 강화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한국은 70여 년 전 북한 공산 전체주의 세력의 불법 침략을 받아 수개월 만에 국토의 90%를 빼앗기고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 위기에 처했지만 유엔군과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기적적으로 승리해 북한의 침략을 격퇴했다”며 국제사회 지원 등 ODA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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