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로 달려가는 자동차·중공업 기업들
글로벌 자동차·테크 기업들이 ‘달(moon)’로 달려가고 있다. 무인 탐사 차량부터 원자력발전, 광물 채취 등 본격 개화한 민간 우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달 탐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달·우주 탐사 프로젝트가 일부 스타트업들의 기술 검증 차원에서 소규모로 이뤄진 것과 달리 최근 2~3년 사이 대기업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판이 커지고 있다. 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달 탐사 시장 규모는 오는 2036년 478억달러(약 61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 기업들의 등장으로 로켓 발사 비용이 크게 낮아진 덕분에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던 우주 개발 사업이 수익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첨단 기술 경연장 ‘달’
현재 달 개발 사업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는 탐사용 로버(탐사 로봇)다. 자동차 강국 일본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도요타와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21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홈페이지를 통해 달 탐사 차량 설계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자동차·기계 사업에서 축적한 첨단 모빌리티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도요타는 유인(有人) 탐사선 ‘루나 크루저’에 자사 연료 전지,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미쓰비시는 인도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달 남극 물 발굴 사업에 투입할 무인 탐사 로버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도 최근 한국천문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달 탐사용 로버 개발을 시작했다. 내년 하반기 시제품을 만들고 오는 2027년에 실제 달에 보낼 수 있는 차량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우주 분야 개발 경력을 가진 인력을 영입하며 달 탐사 전담 조직을 키우고 있다.
최근 달 사업에서 눈에 띄는 건 ‘인류 달 이주 프로젝트’다. 과학 목적의 탐사를 넘어 신도시처럼 인류가 달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 혼다는 태양과 물을 활용해 산소·수소·전기를 지속 생산하는 순환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영국 롤스로이스는 오는 2029년 가동을 목표로 달 표면에 세울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3월엔 영국 정부로부터 50억원가량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미 우주 기업 맥사는 달 표면에 대형 거울을 설치해 달 뒷면을 밝게 비추는 조명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민간 주도 달 탐사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이를 겨냥한 보험 금융 상품까지 등장했다. 일본 최대 보험사인 미쓰이 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은 로켓을 발사할 때마다 보험료 10억엔(약 90억원)을 내면 발사 실패 시 보상으로 100억엔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아이스페이스 등 우주 스타트업들이 이 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해상은 탐사 차량이 달에서 찍은 사진을 지구로 제대로 전송하지 못할 경우 기계 고장으로 간주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우주 업계 관계자는 “우주 관련 금융 상품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 큰 수익이 나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우주 사업 위한 발판
대기업들이 달 탐사 사업에 몰리는 이유는 향후 우주 개발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른 행성에 비해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달에서 먼저 성과를 거둬야 화성 이주 등 향후 이어질 우주 개발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자동차를 굴리고, 집을 짓는 사업을 성공시켜 자사 기술력을 홍보할 수도 있다.
달 현지 거주에 필요한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오른 것도 대기업들의 달 탐사 의욕을 높이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달 지하자원을 활용해 건물을 세우는 ‘달 대장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구에서 건설용 자재를 가져가는 대신 달의 표토를 이용해 건설 자재를 제작하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우주 식량 개발도 활발하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알레프 팜스는 지난 2019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소의 체세포를 활용해 3D(입체) 프린터로 스테이크를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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