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59] 극단적 선택 경고 신호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3. 7. 2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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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살인(反轉殺人)은 자살의 원인에 관한 심리적 해석의 하나이다. 타인을 향한 분노의 방향을 틀어 스스로를 파괴함으로써 자신의 억울함을 드러내는 경우다. 분노가 얼마나 한이 되었으면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 했을지 안타깝기만 하다.

자살에 이르게 하는 원인은 다양하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도 많다. 자살 통계를 보면 평균 두 시간마다 3명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있다. 자살 행동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가족이나 지인의 안타까운 호소를 자주 접한다. 실제로 전문가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작은 신호라도 자살 관련이라면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쳐 지나기 쉽지만 자살 전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90%가 넘는다. 그런데 인지하는 경우는 4명 중 1명이 채 안 된다.

문지기란 뜻의 ‘게이트 키퍼(gate keeper)’ 교육이 있다. ‘생명 사랑 지킴이’라고도 하는데 자살 경고 신호를 인지한 후 경청과 적절한 질문으로 위험도를 파악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육이다. ‘죽고 싶다’는 말을 힘들다는 표현으로 툭툭 던지는 경우도 많다 보니 힘내고 다음에 보자고 넘기기 쉬운데, 그러지 말고 요즘 그런 말을 할 정도로 힘든 일이 있는지, 정말 자살 생각이 있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를 부드러운 어투로 대놓고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살 계획 여부는 방법, 시기, 장소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진짜 어떤 방법으로 자살할지 생각까지 한 거야?’ ‘그럼 언제 할지 시기까지 정한 거야?’ ‘어디서 자살을 하겠다는 이야기인데?’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질문할 때 주의할 것은 ‘별것도 아닌 일에 너 정신 나갔어. 죽을 용기가 있으면 힘을 내서 도전해’식의 문제 축소나 비난, 섣부른 충고 등은 피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 태도로 공감, 경청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이전에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자살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 응급실로 간 자살 시도자 중 이전 경험이 있는 경우가 절반에 이른다.

조금이라도 위험을 느꼈다면 먼저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자살 시도에 충동성이란 요소가 있어 혼자 두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준비된 자살 도구가 있다면 없애야 한다. ‘술 한잔 하며 괴로움을 털어내자’는 금기이다. 자살의 3분의 1이 음주 상태에서 발생할 정도로 술은 위험 요인이다.

그리고 전문 의료 기관이나 자살예방센터 등 안전을 확보해줄 시스템과 연결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자살 예방 상담(1393), 정신 건강 위기 상담(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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