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축구 그 이상의 철학, 메시

김세훈 기자 2023. 7. 25.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지난 22일 미국프로축구(MLS)에 데뷔했다. 메시는 미국 포트로더데일에서 열린 경기 후반 9분 교체투입됐다. 후반 종료 직전 멋진 프리킥골로 극적인 2-1 승리를 이끌었다. MLS 해설진은 “메시로 시작해 메시로 끝난 밤”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미국은 스포츠 천국이다. 스포츠를 좋아할 뿐 아니라 스포츠에 대한 이해도 깊고 산업 규모도 크다. 미국프로풋볼(NFL)·야구(MLB)·농구(NBA), 3월의 광란, 켄터키 더비, 자동차 경주대회(NASCAR) 등은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이벤트다. 최근 급성장한 MLS도 메시 데뷔전을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로 만들었다. MLS는 데뷔전을 중계하며 다양한 스토리를 전했고, 화려한 그래픽도 선보였다. 카메라 18대, 슈퍼 슬로모션 카메라 4대, 스카이캠, 드론도 동원됐다. 중계는 중남미 팬을 의식해 스페인어로도 진행됐다. 마이애미 구단주 데이비드 베컴 부부, 르브론 제임스, 세리나 윌리엄스, 킴 카다시안 등 셀럽들도 보였다.

티켓 2만1000장은 매진됐다. 평균가는 487달러로 약 62만원이다. 지난해 가격보다 10배 안팎 뛰었다. 데뷔전은 100여개국에 생중계됐다. MLS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계권은 ‘애플TV+’가 갖고 있다. 데뷔전 OTT 시청권은 49달러에 판매됐다. MLS 시즌 전체를 보려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메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어는 5억명. 마이애미 구단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지난 6월 100만명에서 최근 1000만명을 넘어섰다. 미국 언론들은 “메시 팔로어 0.5%(약 250만명)만 시청권을 사도 애플은 큰 소득을 올린다”고 전망했다. 메시는 앞으로 경기 전후 자기 이름을 딴 OTT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한다. 홍보가 필요 없는 글로벌 킬러 콘텐츠다. 물론 애플은 메시에게 별도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메시는 이미 브랜드”라며 “그는 돈 버는 기계인 동시에 산업 단지”라고 전했다.

메시의 미국행은 축구만을 위한 게 아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국제스포츠계 패권 다툼, 2026년 월드컵 흥행, MLS 세계화 정책, 미국 대중문화 전파 등과 긴밀하게 관련됐다. 미국은 2026년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월드컵을 개최한다. 2025년에는 7개에서 32개 팀 체제로 확대된 초대 클럽월드컵도 미국에서 열린다. 2024년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 국가대항전) 개최국도 미국이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은 음악, 댄스,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한 곳”이라며 “메시의 미국행에는 ‘축구, 그 이상의 철학(beyond football’ philosophy)’이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메이저대회 홍보, 국제 스포츠계 주도권 탈환, MLS 세계화 정책 등을 위해 미국이 사실상 국가 차원에서 뽑은 히든카드가 메시인 셈이다. MLS 돈 가버 커미셔너는 “메시 덕분에 MLS는 글로벌 수준으로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스포츠 평론가 티오 애쉬는 “메시는 르브론 제임스와 톰 브래디를 합한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과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프로축구(K리그)는 아시아 최강리그 중 한 곳이며 외국인 선수 120명이 뛰고 있다. 한국은 음악, 영화, 정보기술(IT), 경제력에서 높은 수준이다. ‘K리그, 그 이상의 철학’이 있기는 한 걸까.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sh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