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장외 거래 투자자 보호 위한 장내 파생상품시장
금년 증권시장에서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가 시선을 끌었다. 4월 하순께 대성홀딩스, 삼천리 등 8개 종목의 주가 급락 원인으로 이와 연계된 CFD거래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이슈가 다시 부상했다.
파생상품(derivatives)은 주식 환율 원자재 농산물 등의 상품으로부터 파생된(derived) 상품으로, 거래(계약) 체결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미래에 거래 대상물을 수수하는 상품이다. 거래체결 후 바로 금전과 대상물이 수수되는 일반적인 거래와는 대상물의 인수도 시점만 다르다.
글로벌시장에서 금융상품과 연계된 장내외 파생상품거래는 1970년대부터 활발해졌으며, 국내 장내 파생거래는 1996년부터 주가지수선물로 시작되었다. 이에 파생상품거래가 최근에 개발된 금융거래라는 인식이 많으나 실제 파생상품거래는 고대시대부터 상품거래 목적으로 이용되었다.
역사 기록상 최초의 파생상품거래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기록된 목재거래다. 목재 공급업자가 고객에게 한 달 내에 30개 목재를 인도하기로 6명의 증인 앞에서 점토판에 기록했다. 이러한 거래는 거래자 간의 신용하에 원거리 교역이나 상품 이동시간으로 인해 일정 기간 후에 거래대상물을 수수하고자 할 때 널리 이용되었다. 파생상품의 시초로 언급되는 그리스시대 철학자 탈레스의 올리브유 압착기 사용권이나 17세기 네덜란드 튤립거래 등은 오늘날 장외 파생상품거래에 해당된다.
오늘날처럼 특정 건물에 모여서 상품거래를 시작한 곳은 1531년 설립된 안트워프 거래소(bourse)였으며, 이후 암스테르담 거래소, 런던 왕립거래소 등이 설립되면서 거래소 거래(장내거래)가 확산되었다. 16~18세기 유럽의 거래소들에서 상품 거래할 때도 선도거래가 많이 이용되었다. 이중 거래 대상물의 수수 없이 가격 차이만 수수(차액결제)하는 거래도 상당했다. 이러한 차액결제 선도거래가 투기에 이용되지 않도록 여러 지역에서 장외 선도거래를 규제하려는 시도가 다수 있었다. 하지만 장외거래는 당사자 간 비밀리에 거래되기 때문에 적발 또는 처벌 자체가 곤란하여 대부분 실패했다. 1600년대 초 설립된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주식거래도 선도거래로 다수 이루어졌다. 국내 증권시장에서도 1956년 개장 이후 1969년까지 거래체결 후 15일 또는 한 달 이내에 차액결제하는 청산거래가 성황을 이룬 때도 있다.
장외 파생상품은 대부분 감독당국의 규제 없이 당사자 간 사적 계약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수요에 따라 다양한 상품이 출현하고 있다. 최근 국내 기관투자자 간에는 이자율스왑 통화스왑 주식스왑 외환선도상품 등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거래잔액은 작년 말 1경 2000조 원을 넘는다. 일반 투자자의 투자 성향이 다양해지면서 장외파생상품도 증가하고 있다. 외환 증거금거래와 주식 CFD거래가 대표적이다. 거래투명성 부족, 정보불균형 등으로 일반투자자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소들은 장외 거래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대상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대상상품 표준화, 청산결제기능 및 증거금을 예탁하는 현대식 장내 파생상품거래는 1848년 설립된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곡물 선물거래로 시작되어 농산물 금속 에너지 선물로 확장되었다. 1972년부터 외환선물을 필두로 채권 금리 주가지수 등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장외파생상품 특성을 복제한 상품 출시도 많아지고 있다. 일본의 외환증거금거래, 미국의 이자율스왑과 가상자산거래, 독일의 주식 총수익스왑, 그 외에 탄소배출권,금, 외환 관련 1일 만기 선물도 거래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모바일을 이용한 일반 투자자의 파생상품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 거래소처럼 투자자 보호에 취약한 장외 파생상품거래를 흡수할 수 있는 장내 상품을 적극 개발하고, 거래소시장 이용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및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개인 투자자의 건전한 투자 풍토를 조성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또한 부산의 파생상품 특화도시 위상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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