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국 大入제도는 모범 아니야

김진명 워싱턴 특파원 2023. 7.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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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교육부가 7월 말~8월 초 사이에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마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 일정 점수만 받으면 대입 자격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점수로 ‘줄 세우기’를 안 하겠다는 뜻인데 그러면 대학별 입학 시험을 치르게 되는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비중이 더 높아지는지 알쏭달쏭하다.

어떻게 대입을 치러야 좋을지 묘안은 없다. 다만 수능을 무력화하고 학업 성적 외의 요소를 많이 반영하는 방향이 한국 사회에 맞는지 의문이다. 지난달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입 ‘어퍼머티브 액션(소수인종 우대)’을 위헌으로 결정한 후, 미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입 관련 논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 연방대법원은 하버드대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학업 성적이 하위 40%에 속하는 흑인 미국인 지원자의 합격률(12.8%)이 상위 10%에 속한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의 합격률(12.7%)보다 높았다”며 어퍼머티브 액션이 불공정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이 판결 직후부터 미국 사회에서는 흑인·히스패닉에게 유리한 어퍼머티브 액션을 폐지한다면, 주류 백인에게 유리한 ‘레거시 입학’ 제도도 폐지해야 하지 않느냐는 논쟁이 일어났다.

레거시 입학은 고액 기부자나 교직원·동문 가족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다. ‘민권을 위한 변호사들’이란 비영리 단체에 따르면 2019년 하버드대 졸업자의 28%가 레거시 입학을 했다. 고액 기부자나 동문 자녀가 하버드대에 지원하면 합격률이 다른 지원자보다 6배나 더 높다. 이런 지원자의 70%는 백인이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가 ‘입학사정관 전형’을 도입하고, 박근혜 정부가 이를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으로 개편하며 우리 대입은 수능 성적 외에 특기나 수상 경력, 대외 활동 같은 다른 요소가 많이 반영되는 방식으로 바뀌어 왔다. 이는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SAT 점수와 내신(GPA) 성적 외에 학생이 쓴 에세이, 추천서, 스포츠나 대외 활동 등 비교과 활동을 평가해 당락을 결정하는 미국 제도를 본뜬 것이다. 학생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업 부담을 덜고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불투명한 대입에 대응하기 위한 사교육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고, ‘조국 사태’에서 드러났듯 부모의 재력과 인맥이 대입에 영향을 주게 됐다. 국제적 학업성취도는 하락했는데 학생들의 행복도가 높아지지도 않았다.

미국에 살며 지켜본 미국의 대입 제도는 그다지 공정하지 않다. 부유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부모를 둬서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훨씬 유리하다. ‘인종’을 당락의 변수로 포함시킨 ‘어퍼머티브 액션’은 그런 불공정성에 대한 불만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 타협안이었다. 사회적 맥락이 전혀 다른 한국에 이런 제도가 합당한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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