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 출근이라니” “복장 자율인데”… 직장인 쿨비즈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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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바지 입는 걸로 눈치 주지 마세요.'
글을 게시한 직원은 "비도 많이 오고 날씨도 더워서 반바지 입고 출근했더니, 저건 좀 아니지 않냐고 뒤에서 말했다는 걸 들었다"며 "복장 자율화라면서 실상은 눈치 보며 고민하는 게 현실"이라고 적었다.
한 대기업 직원은 "회사 원칙이 있어도 팀장과 부서장 등이 눈치를 주면 반바지를 입을 수 없다"며 "복장을 평소 행실로 연결하는 선배도 있다. 인사고과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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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뭐라 말라” 댓글로 일단락
삼성-LG-현대차 등도 자율복장 동참
“인사권자 눈치에 못입어” 지적도
12일 대한항공 사내 소통 게시판에는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게시한 직원은 “비도 많이 오고 날씨도 더워서 반바지 입고 출근했더니, 저건 좀 아니지 않냐고 뒤에서 말했다는 걸 들었다”며 “복장 자율화라면서 실상은 눈치 보며 고민하는 게 현실”이라고 적었다.
그러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댓글을 달았다. 조 회장은 “제가 몇 년 전 반바지를 입겠다고 했었는데 아직 못했다. 하면 안 돼서가 아니라 몸매에 자신이 없어서다”라며 “ 반바지 입고 출근하는 건 직원의 개인 의사다. 누구도 뭐라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회장이 직접 나서 반바지 옹호론을 펼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많은 기업에서 반바지 착용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게 현실이다. 규정상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허용하더라도 기업 문화가 보수적이면 실제 ‘반바지 출근’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6년 남성 직원들의 반바지 출근을 허용하면서 복장 자율화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2018년 LG전자, 2019년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복장 자율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복장 자율화를 수평적 소통 문화의 한 예로 홍보해왔다. 그러나 기업문화까지 바뀌지 않으면 반바지 착용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대면 업무나 외부 미팅이 많은 직종의 경우 반바지 착용은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지적도 있다. 이른바 ‘TPO’(시간·장소·상황)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암묵적 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20대 직장인은 “반바지를 매너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있다 보니 코디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며 “결혼식장 갈 때 흰옷을 잘 안 입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 반바지 착용을 지양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개방적 조직문화를 가진 정보기술(IT) 업계는 비교적 반바지 착용에 너그러운 편이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본사가 있는 한 IT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군복만 안 입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반바지를 입어도 되고, 모자를 쓰거나 슬리퍼를 신어도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통신업체 직원은 “IT나 통신, 콘텐츠, 연구직의 경우엔 복장 자율화가 잘 자리잡은 것 같다”며 “디자인쪽 직원들은 피어싱도 한다. 오히려 정장을 입고 오면 ‘무슨 일 있느냐’는 반응”이라고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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