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호강 범람이 주는 교훈

정용승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 2023. 7.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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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마 때 국지적 폭우가 충청과 전북 지역에 집중적으로 폭포처럼 퍼부었다. 지난 14일 군산에서는 하루 372.8㎜가 쏟아졌고, 15일에도 70.2㎜가 내렸다. 세종시에는 이틀간 466.4㎜, 청주에는 427.8㎜가 내렸다. 같은 기간 서울에는 단지 75.0㎜ 비가 왔다. 소나기와 폭우의 지역적 편차가 매우 큼을 잘 보여준다. 그만큼 정확한 예보가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14~15일간 충청 지역 폭우 예보는 200~300㎜로 비교적 적중했다. 대부분의 국민은 폭우 가능성을 잘 알고 있어 이틀간 교통량도 다소 줄었다. 필자가 소장으로 있는 고려대기환경연구소가 관측한 자료에 따르면 15일 새벽 1시에 24.3㎜를 기록한 후 오전 9시까지 9시간 동안 모두 185.2㎜가 내렸다. 이러한 엄청난 빗물이 청주와 진천·증평·괴산의 여러 개울과 지류를 경유해 10~50㎞ 거리인 미호강의 미호교에 2~6시간 만에 도달했다.

결과적으로 오전 8~9시에 미호강 홍수는 최대 높이가 되어 미호강 제방이 유실되거나 낮은 곳으로 홍수 물이 터져 나왔다. 쏜살같이 흘러나오는 홍수 물은 주변의 낮은 곳으로 내려갔고, 제일 낮은 지대에 있는 오송 지하차도를 순식간에 덮쳐 참사가 발생했다.

캐나다의 마른번개 산불은 5월에 시작돼 7월 15일 현재에도 진화할 수 없는(out of control) 600개 산불이 활활 타고 있다. 산불은 인근 주민들뿐 아니라 미국 국민 일부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불과 물의 피해는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산과 내를 잘 활용하고 관리하면 득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큰 피해로 돌아온다.

미호강의 자연환경은 제방 안에 청주 작천보와 자전거 도로가 있을 뿐 현재 미개발 하천이다. 유럽의 센강과 라인강은 이미 300~400년 전에 준설해 강다운 강으로 관리되고 있다. 한강도 과거에는 원효로 끝에서 여의도를 건너갈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얕아 갈수기에는 배가 다닐 수 없었다. 그러나 1970년대 강바닥에 있던 모래와 자갈을 준설해 500t급 배가 마포에서 노량진과 뚝섬까지 드나들 수 있게 만들었다.

필자는 10여 년 전부터 미호강을 개발해 ‘미호강의 기적’을 만들어 중부권 경제를 발전시키고 청주를 ‘물의 도시와 정원도시’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미호강 안에는 수백 그루 이상의 버드나무, 뽕나무 등이 있어 물이 잘 안 빠진다. 만약 미호강이 준설되고 관리되었다면, 이번에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의 국가적인 참사와 치욕은 없었을 것이다. 치수의 철학에서 강둑은 마음대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하루 500㎜ 이상의 폭우가 발생하면 미호강 제방은 곳곳에 홍수가 넘쳐흐르고 붕괴할 것이다. 이번에 내린 폭우의 2배가 넘는 하루 500㎜ 이상의 폭우에 대비하여 미호강 둑을 1~2m 더 높이자는 제안을 필자는 이미 했다. 이는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충분히 가능한 전망이다. 재해 대처를 위한 중요 기반 시설을 미리 확보하지 않아 매년 반복해서 자연재해로 피해를 보고 있다. 미호강 참사는 자연재해 대처와 미래지향적인 개발을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최선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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