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팬을 잡아라”… 아이폰·갤럭시의 씁쓸한 ‘아이돌 전쟁’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K팝 아이돌 뉴진스가 지난 21일 공개한 뮤직비디오 ‘ETA’에는 사과 모양의 애플 로고가 등장합니다. 3분 30초 남짓한 영상엔 멤버들이 아이폰으로 사진·영상을 찍고, 통화하는 장면이 반복됩니다. 콘셉트 구상부터, 아이폰으로 직접 영상을 촬영하는 것까지 전 과정을 애플과 철저히 협업했다고 합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공개 사흘 만에 조회수가 1000만회를 넘어서며, ‘인기 급상승 음악 1위’에 올랐습니다.
뉴진스의 대항마로 꼽히는 걸그룹 아이브가 지난 4월 공개한 뮤직비디오 ‘I AM’엔 삼성 갤럭시S 스마트폰이 등장합니다. 멤버들이 갤럭시 폰으로 셀카(selfie)를 찍고, 소셜미디어를 하고 문자를 주고받는 모습이 나옵니다. 삼성과 협업한 것은 아닌데, 영상뿐 아니라 가사에도 ‘Life is 아름다운 갤럭시’라는 부분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엔 “아이브를 갤럭시 홍보 모델로 써달라”는 요구가 빗발친다고 합니다. 영상 조회수는 3개월 새 1억3000만 회를 넘어섰습니다.
26일 신제품 공개를 앞둔 삼성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엔 트위터에 ‘갤럭시워치6′를 찬 남성의 얼굴 가린 상반신 사진과 함께 ‘누군지 맞혀 보라, 힌트는 숫자 7′이란 글을 올렸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7번을 달고 뛰는 손흥민을 암시한 것이죠. 그 이틀 전엔 보라색 책을 읽고 있는 얼굴 가린 남성의 사진을 올렸는데, 여기엔 ‘BTS RM’이란 댓글 2000여 개가 빼곡히 달렸습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사실상 양분한 삼성과 애플이 미래 소비자인 ‘알파 세대(2010년 이후 출생)’를 잡기 위해 치열한 ‘아이돌 전쟁’을 벌이는 것이죠. 뉴진스, 아이브, BTS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포토카드 모으기’ 열풍이 불 만큼 대세 아이돌입니다. 이들이 어떤 브랜드와 함께 노출되느냐가 디지털 세대인 어린이들의 구매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직 판단력이 충분하지 않은 ‘어린이 팬’들이 100만원 훌쩍 넘는 고가(高價) 제품 마케팅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지 한편으론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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