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양평고속道 대안, 교통해소 효과 커” 전문가 “경제성 검증해야”
두달만에 대안 제시 가능한가
원희룡 ‘김건희여사 일가 땅’ 알았나
기존안보다 국도정체 해소되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은 기존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당시 노선(예타안) 외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경기 양평군 강상면 땅 인근이 종점인 대안 노선이 제시되며 시작됐다. 야당은 김 여사 일가에게 특혜를 주려고 강상면으로 종점을 바꾸려 했다고 주장하고, 국토부와 여당은 “정상적인 절차였다”며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해 주요 쟁점을 Q&A로 정리했다.
Q. 용역업체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지난해 3∼5월) 시기 대안을 제시했다. 인수위가 강상면 종점안을 밀어붙인 것 아닌가.
A. 국토부는 대안 노선이 본격 검토된 시기가 인수위 출범 전인 지난해 1월부터라고 설명한다. 2018년 양평군이 내놓은 ‘2030 기본계획’에 나온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의 종점도 강상면이다. 하지만 용역업체가 대안을 제시한 시기가 지난해 5월 24일 새 정부 출범 직후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졌을 당시부터 관련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구체적인 외압이나 지시가 없어도 용역업체가 강상면에 유력 인사의 땅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A. 타당성조사는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가 했다. 국토부는 “사업 착수 보고회는 향후 검토 방향 등을 제시하는 과정으로 다른 용역과 비교했을 때 짧은 기간이 아니다”라며 “제천∼영월 고속도로는 39일 만에 착수 보고회가 열려 대안 노선이 제시됐었다”고 했다.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은 “기술적으로만 검토했고 국토부가 사전에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안 노선 제시 배경에 명확한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발주 연구만 100건 넘게 해 왔다는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타안이 있는데 착수 보고회 때 대뜸 대안 노선이 더 좋다고 내놓는 것은 용역사가 발주처인 국토부에 싸우자고 덤비는 것”이라며 “예타안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어도 중간보고 형태로 알리지 사업 착수 시점부터 제안하긴 힘들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용역회사는 국토부에 ‘월간 진도보고’와 ‘중간보고’를 하게 돼 있다”며 “국토부와 용역회사가 주고받은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Q.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양평군 김 여사 일가 땅이 형질 변경됐는데 불법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확인해 보겠다”고 답변했었다.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노선 결정에 개입했을 여지는 없나.
A. 원 장관은 강상면 종점 인근에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다는 사실은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실이 보낸 질의서를 받고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국토부 측의 설명이다. 국감 때 원 장관이 “확인해 보겠다”고 답변한 데 대한 해명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Q. 양평군에서 2022년 7월 내놓은 3가지 대안을 작성한 도시건설국장 A 씨는 김 여사 일가의 다른 비리 의혹 사건인 ‘양평 공흥지구 사건’ 수사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이다. A 씨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나.
A. 국토부 관계자는 “양평군 해당 국장과 (사업과 관련해) 상의한 게 없다”며 “공문을 볼 때도 누가 기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알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용역업체가 대안 검토 의견을 낸 직후인 지난해 6월경 관계기관 실무협의를 하며 A 씨와 만났다는 의혹도 나온다. A 씨가 이때 대안 관련 의견을 제시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양평군은 “해당 국장은 김 여사 측과 특별한 관계가 아닌 걸로 안다”고 해명했다.
Q. 대안 노선을 채택하면 상습 정체 구간인 남양주시 두물머리 인근 등과 멀어진다. 예타안이 국도 6호선 정체 해소에 더 도움 되는 것 아닌가.
A. 국토부에 따르면 타당성조사 때 교통량 분석을 한 결과 국도 6호선 통행량은 대안 노선이 예타 노선보다 일평균 2095대(양서면 대곡리 지점) 더 줄어든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대안 노선이 예타안보다 경제성이 우수한지 분석해야 한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교통량뿐 아니라 실제 이동시간 단축 정도 등을 종합 판단하고 비용편익분석(B/C)을 해 최적 노선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Q. 2년 전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노선이 타당성 조사 때 바뀐 이유는.
A. 국토부는 예타가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라면, 타당성조사는 예타를 바탕으로 최적 노선을 정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타 보고서에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면 민원 발생 우려가 크므로 기술적인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다”고 했다.
Q. 예타 이후 종점이 바뀔 정도로 대폭 사업이 변경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A. 국토부에 따르면 예타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신설된 고속도로 사업 중 타당성조사가 완료된 사업은 24개로 이 중 14개 사업은 예타 당시와 비교해 시점 또는 종점 위치가 변경됐다.
Q. 강상면에 갈림목(JC)이 설치되면 김 여사 일가가 보유한 땅값이 오르나.
A. 국토부는 JC는 나들목(IC)과 달리 기피 시설이라고 설명한다. 부동산업계도 JC 설치만으로 땅 가치가 크게 오른다고 보진 않는다. 다만 강하 IC, 남양평 IC와의 시너지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지가 상승 가능성은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공인중개사는 “김 여사 일가 보유 땅은 고속도로와 맞붙는 곳이 많아 종점안 변경이 특혜로 여겨질 정도로 썩 좋은 땅은 아니다”라면서도 “고속도로로 접근성이 좋아지는 만큼 전체 지가에 영향을 줄 순 있다”고 했다.
A. 양서면의 한 공인중개사는 “JC 설치 구간은 고속도로가 마을 위로 오가 지역을 분절시켜 이를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양평군 양서면 청계2리 이장인 박구용 씨는 “양서면 내에서도 IC가 인근으로 계획된 동네라면 원안을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면서도 “면 전체로 따지면 예타안 찬성 주민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Q.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다시 추진될 수 있나.
A. 국토부는 이날 “백지화는 일종의 충격요법이었다”며 사업 재개를 시사했다. 국토부는 이날 민주당 박상혁 의원에게 회신한 답변서에서도 “양평 고속도로는 사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보류)된 상황으로, 후속 절차는 추후 검토 예정”이라고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이날 “(민주당이 제기한) 모든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고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이 사업의 투명성을 인정하면 그 자체가 사과의 의미”라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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