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전문가 의견이 '위협·무시' 잘 당하는 방사선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가장 많이 위협받고 무시당하는 분야가 방사선 분야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방사선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때는 첨예한 의견충돌이 발생하는 것 같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동위원소인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를 방류하면 어떤 피해를 입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첫째, 과도한 방사선에 노출된 자신의 몸에서 암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둘째, 생식세포가 방사선에 노출돼 돌연변이가 발생해 다음 세대에게 어떤 병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2012년 방사성동위원소를 포함한 일종의 오염수를 정화하기 위해 개발한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란 장비가 62가지의 방사성동위원소를 제거할 수 있다는 보고를 신뢰한다면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알프스로 처리된 물에 잔존하는 삼중수소일 것이다.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약 12년인 방사성동위원소다. 반감기란 방사성동위원소가 방사선을 발생하는 양이 반으로 감소하는 기간을 일컫는다. 삼중수소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반으로 줄어드는데 12년이 걸리고 4분의1이 되는 데는 24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따라서 삼중수소에서 방사선이 나오지 않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관리가 용이하지 않은 동위원소라 할 수 있다. 반감기가 1시간인 동위원소라면 며칠에서 1주일 정도면 방사선이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폐기가 용이하다. 삼중수소는 비교적 반감기가 길기 때문에 희석해서 방사선량을 줄이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삼중수소에 의한 방사선 노출은 치명적일까. 삼중수소가 붕괴할 때 나오는 방사선은 100% 베타선인데 베타선이란 쉽게 표현하면 움직이는 전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자가 우리 몸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인체구성 세포핵에 존재하는 DNA에 손상을 줘야만 암이나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삼중수소가 붕괴할 때 나오는 전자는 공기를 6㎜ 정도 투과할 수 있고 인체에서는 세포 한 개 정도 투과할 능력밖에 없어 인체 전반에 손상을 유발할 수는 없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삼중수소 역시 암을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그 농도를 규제한다. 많은 양의 삼중수소에 노출되면 암이 발생할 위험도 있어 규제하는 것이다. 허용범위 내 낮은 농도라면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제까지 다른 방사성동위원소에 비해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은 것이다.
방사선 규제기관이나 단체가 극미량의 방사선도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LNT(Linear Non Threshold) 이론을 정설로 채택함으로써 방사선은 암을 유발한다고 가정하고 규제정책을 정했다. 이론적 배경이 된 데이터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피해자의 추적연구 결과에서 근거한다. 하지만 2017년 가장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00mGy(밀리그레이) 이하에서는 LNT 이론이 잘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국제기구가 허용하는 방사선량 범위에서는 암 발생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다. 즉 암이 발생하는 데는 방사선 문턱선량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경우 갑상선암 발생이 증가했지만 아직까지 후쿠시마 원전 주변 사람들에게 갑상선암 발생이 늘었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체르노빌에선 다량의 방사성동위원소가 방출됐지만 후쿠시마는 체르노빌보다 적은 양의 방사성동위원소가 노출됐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폭피해의 데이터는 원전사고에 의한 방사선 노출피해와 차이점이 있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같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하더라도 순간적으로 노출되는 것과 장기간 노출되는 것의 생물학적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원폭피해자의 암 발생 데이터는 원폭피해 발생시 적용하는 것이 맞고 원전사고 피해자의 암 발생 데이터는 원전사고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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