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은]“SNS로 교실 붕괴”… 집단소송 나선 美 200개 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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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대 교원단체 중 하나인 미국교사연맹(AFT)은 5월 "우리의 학교가 위기에 처했다"로 시작하는 15쪽의 보고서를 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교육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친' 사례들과 교사들의 증언은 생생하다.
보고서는 SNS 운영업체들의 대응을 촉구하며 "이는 어린이 보호를 위해 자동차 안전벨트 설치를 의무화하고 장난감에 납 페인트 사용을 금지해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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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유행한 각종 챌린지는 대표적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악마의 도둑질(Devious Licks)’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학교 기물을 훔치거나 파손하는 동영상들이 올라왔다. ‘선생님 때리기(Slap a Teacher)’ 챌린지를 한다며 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이를 촬영해 SNS에 올린 학생들도 있었다. ‘스와팅(swatting)’으로 불리는 허위 신고나 장난 전화로 학교들은 매번 비상이 걸렸다. 학생들의 SNS 중독과 집중력 저하, 사이버 괴롭힘, 우울증 같은 문제들도 적잖다.
▷미국 각지의 200개 교육청이 최근 틱톡과 페이스북, 유튜브, 스냅챗 운영업체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이들은 “SNS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며 학급 붕괴의 책임을 운영업체들도 함께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의 우울증 상담과 관리, 학부모 대응, 휴대전화 관리, SNS 관련 교육, 가짜뉴스 검증과 차단 등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소송에 참여하는 교육청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SNS에 질린다”는 교사들의 하소연이 행동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교육청의 소송이 학교와 교사의 의무를 SNS 업체들에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없지는 않다. 업체들은 “정보와 콘텐츠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우군은 찾기 어려운 분위기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SNS의 영향 분석을 위한 TF 구성 계획을 밝혔고, 의회에서도 “틱톡은 디지털 마약”이라는 등의 강경 발언이 터져 나오고 있다. 상원에서 초당적으로 발의된 법안 중에는 13세 미만인 경우 아예 SNS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도 있다.
▷10대들의 과도한 SNS 사용 문제는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다. 청소년 3명 중 2명이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이 중 유튜브 시청과 SNS 사용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못잖은 각종 챌린지 경쟁에 자극적인 쇼트폼 영상도 늘어나는 추세다. 교권 추락과 함께 심화해 온 공교육 붕괴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아직 본격적 논의 움직임조차 없다. 교사들이 집단 대응에 나섰을 때는 이미 늦을지도 모른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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