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승련]폭침당했다는 걸 왜 믿기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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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폭침됐다는 걸 민주당은 왜 믿게 됐을까.
피격 직후의 충격과 흥분이 가라앉은 그 시절 민심은 북한 소행을 의심하는 걸 용납지 않았고, 천안함 좌초설을 재판한 법원도 "북한 어뢰에 폭파됐다"고 결론 내리던 시절이었다.
이토록 민감한 사안이건만 민주당은 여론과 선거 이미지 전략에 따라 생각을 어물쩍 바꿨다.
또 지금은 뜨겁지만 언젠가는 식게 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를 겹쳐서 보면 민주당의 천안함 인식은 현재와 미래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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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방류 후 우리 생각은 바뀔까
2010년 이명박 정부의 결론은 북한 소행이었다. 영국 스웨덴 등 해양강국의 해군까지 참여시킨 국제조사였다. 민주당 그룹은 인정하지 않았다. 박지원(“하필 1번 글씨가 뚜렷하게 나타나는지 의문”) 박영선(“미군 핵잠수함 오폭설이 있는데 대응책이 있느냐”) 박선원(“북한에 당했다기보다는 우리 사고가 아닌가”)의 발언이 있었다. 박근혜-문재인 대선 때 공보물에는 “천안함 침몰”이라고 인쇄했다. 어뢰 때문인지 좌초 때문인지 모호했다. 당 전체의, 대선후보 문재인의 선택이었다. (요즘 당 일각의 해명은 “선거 공보물을 일일이 확인 못 한 불찰”이었다.)
달라지는 데 5년 걸렸다. 문재인 대표가 2015년 ‘천안함 폭침’이란 말을 처음 썼다. 총선 1년 전으로 “문재인은 안보에 강하다”는 메시지를 만들 때였다. 피격 직후의 충격과 흥분이 가라앉은 그 시절 민심은 북한 소행을 의심하는 걸 용납지 않았고, 천안함 좌초설을 재판한 법원도 “북한 어뢰에 폭파됐다”고 결론 내리던 시절이었다. 이토록 민감한 사안이건만 민주당은 여론과 선거 이미지 전략에 따라 생각을 어물쩍 바꿨다.
사람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대법원 확정 판결도 재심으로 뒤집힌다. 단, 새로운 증거나 진술이 나와야 그렇다. 천안함은 ‘사정 변경’의 사유가 없었다.
민주당 또는 진보 진영은 이제는 북한 소행임을 믿는지 궁금하다. 근년 들어 “북한이란 근거가 없다”는 식의 그들만의 서사를 공개 발언하는 이는 소수에 그친다. 이래경(“자폭했다”)이나 유시민(“뭐가 확인됐느냐”) 정도인데, 공교롭게도 선거에 나가 표로 심판받을 뜻이 없는 이들이다.
천안함이 공격받은 때 이명박 정부와 해군은 허둥댔다. 초기 여론은 “북한 소행인지는 합동조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군은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쪽이었다. 민주당이 가해자인 북한 비판보다는 이명박 정부 공격에 집중한 것도 부정적인 여론이 있어 가능했다. 폭침 초기엔 조사에 따라선 “정부 발표를 신뢰 못한다”라는 답변이 40%가 넘게 나왔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생각을 바꾼 계기가 뭔지 밝히기 바란다. 이건 과거 들추기가 아니다. 자랑스러운 역사의 민주당이 국민 앞에 가져야 할 도리다. 또 지금은 뜨겁지만 언젠가는 식게 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를 겹쳐서 보면 민주당의 천안함 인식은 현재와 미래의 문제다. 민주당 당 대표는 “방류는 방사능 테러”라고 단언한다. 방류를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데서 이런 발언이 가능했을 것이다. (6월 말 갤럽조사/응답자 78%가 “걱정된다”) 천안함 초기의 혼돈과 비슷하지 않은가.
일본이 30년 방류를 시작하면 우리 정부는 3면 바다와 어시장을 세밀하게 측정해 방사능 수치를 공개할 것이다. 민감한 과학논쟁, 정치싸움이 불붙을 것이다. 방류 1년, 2년이 흐른 뒤 여야 정치인, 과학자, 언론인이 갖는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판단은 어떻게 될까. 변함없이 유지될까. 아니면 방사능 실측치를 확인하고 생각을 바꿀까.
어떤 쪽이든 천안함 때처럼 아무런 설명 없이 넘길 순 없게 됐다.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양시양비론이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과학과 정치가 뒤엉킨 국면을 흥미롭게, 날카롭게 지켜볼 것이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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