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70주년[임용한의 전쟁사]〈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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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에 승일교라는 다리가 있다.
1948년에 공사가 시작되었는데, 당시는 이곳이 38도선 이북, 즉 북한 땅이었다.
덕분에 이 다리는 소련의 기술을 받은 북한식 공법과 한국식 공법이 섞여 있다.
옛날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에 공업은 북한지역에 편중되어 있었다고 배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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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 이 다리를 답사한 적이 있다. 옛날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에 공업은 북한지역에 편중되어 있었다고 배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리에도 그 격차가 반영되어 있을까? 필자는 공학도도 아니고, 단순히 육안으로 당시 공학 기술력의 차이를 구분한다는 것은 무리다. 다만 겉으로 봐서는 오히려 북한의 흔적이 더 투박하고 거칠어 보였다. 생각해 보면 일제강점기에도 흥남질소비료공장이나 수풍댐 같은 몇몇 특별한 시설들이 북한지역에 있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공학의 전반적 수준을 판별할 수는 없다. 그 시절에도 경제, 문화, 교육의 중심은 서울이었고, 전체적으로도 북한보다 남한의 역사, 문화적 깊이가 높았다.
20년 전 승일교 위에서 했던 생각이다. 주관적인 감상일 뿐이고, 전문가의 기준에서 봤을 때 오류라고 하더라도 그 이후 남한과 북한의 차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물론 북한도 모든 부분이 낙후하지 않다.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같은 전통과 역량을 가지고 20세기를 맞이했다. 현재도 핵, 미사일, 로켓 등에서 괄목할 기술을 보유하고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렇지만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양측은 초격차로 벌어졌다. 이젠 통일이 되어도 이런 격차를 극복할 수 있을지, 어떻게 극복할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7월 27일은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통일과 분단, 전쟁에 대한 문답이 오고 간다. 누가 묻는다. 통일을 방해하는 제일의 요인은 무엇인가? 벌어진 남북한의 격차보다 더 나쁜 것이 감상적이고 감정적인 접근 방식이다. 통일이 민족의 절대 과제라면 냉정하고 과학적인 접근이 유일한 방법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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