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광우병 괴담 전철 밟는 오염수 연예인
3조7513억원 피해 불구 반성 안 해
과학은 늘 승리, 괴담 퇴치 최상 백신
오염수 괴담 확산 동참 더는 없기를
2008년 광우병 사태는 한국 사회가 괴담에 얼마나 쉽게 ‘감염’되는 체질인지를 보여 주었다. 동시에 과학은 팬데믹처럼 번진 괴담을 퇴치하는 최상의 백신임을 입증했다.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노동단체가 민주당의 후원 아래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면 연예인들은 MBC, KBS와 함께 국민 선동의 선봉에 섰다. 서옥식 대한언론인회 부회장이 지난 4월 발표한 광우병 연예인 40명 명단과 그들의 괴담을 보면 혀를 차게 된다.
문제는 광우병 괴담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오염수 괴담을 하는 연예인들이 있다는 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5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최종 보고서를 내놨지만 이들의 귀에는 헛소리로 들리는 모양이다.
지난 8일 가수 리아는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에서 직접 떠온 바닷물을 “마실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주한 일본대사관에 전달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오염수 방류 전의 바닷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오염수 300t이 바다로 흘러들어 갔지만 지금까지도 영향이 한국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현재 일본이 처리한 오염수는 방사성물질이 2011년 당시의 0.05%도 안 된다”고 했다.
세슘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는 다핵종제거시설(ALPS)을 거쳐 기준치 4만베크렐보다 낮은 1500베크렐로 희석되므로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리아는 오염수가 방류되면 다시 떠오겠다지만 12년 전보다 훨씬 농도가 낮아 우리 수산물에 영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개그맨 서승만은 더하다. 지난 10일 유튜브 방송에서 “핵폐수 권장하는 저 놈 그로시는 외국에서 250명 죽인 살인마보다 더 많은 우리 국민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폭탄이나 다이너마이트 들고 오는 놈보다 더 심한데 환영하는 게 더 이상한 거지”라며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입국 저지 시위를 옹호했다.
“오염수 안전하다. 마실 수 있다 하는데 개소리다. 식탁의 저 물에도 삼중수소가 들어 있대. 그거랑 그거랑 같냐 이 쪼다야. IAEA 외국 등신아”라고 막말을 쏟아낸다. 오염수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 하나 제시하지 않고 욕설로 일관한다. 그로시가 방송을 봤다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고 싶을 것이다.
개그맨 노정렬은 지난 13일 CPBC 라디오방송에서 “IAEA는 후쿠시마에 상주해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일정 수치 방사능 넘으면 보고하겠다고 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도 같은 말을 했다. 뭐 뀐 놈이 뒤가 구리니 상주해서 모니터링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IAEA, 기시다의 진의와 거리가 멀다. 오염수를 안전하게 방류한다는 데도 우리 야당 등이 반대를 하니 안심할 수 있게 모니터링을 하겠다는 뜻인데 무슨 문제가 있어 그러는 것처럼 공격하는 건 견강부회 아닌가.
후쿠시마 오염수는 방류되지 않으면 좋겠지만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이상 막을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비과학적인 억지주장을 펼 게 아니라 방류가 돼도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니 안심하고 드시라고 해야 하는 게 정도다. 과학은 괴담과의 싸움에서 늘 승리했다. 오염수 괴담을 보태는 연예인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괴담에 베팅하는 건 광우병 연예인들처럼 회한을 예약한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김환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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