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서울 미래산업 홍보 전진기지로 탈바꿈

이규희 2023. 7. 2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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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건축가가 설계하고 5000억원이 투입됐지만 10년 가까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서울 중구 소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탈바꿈한다.

경제정책실은 DDP 사용 허가를 받은 뒤 사용료 면제 절차를 밟고, 산하 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SBA)과 계약을 맺어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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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첨단기술 전시공간 조성계획 마련
개장 9년째 콘텐츠 부실 등 도마 위에
오시장 주도로 활용방안 재정립나서
뷰티·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전시 모색
민간 기업에 상설전시공간도 제공 추진
산업공간 활용에 정체성 혼란 우려도
시 “사업 계획 협의 중… 가을쯤 윤곽”

세계적 건축가가 설계하고 5000억원이 투입됐지만 10년 가까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서울 중구 소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탈바꿈한다. 서울의 미래 산업을 홍보하는 전진 기지로서 언제 가든 즐길거리를 제공해, 시민과 외국인의 발길을 붙잡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 업적인 DDP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지만, 정체성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첨단 기술 전시공간 조성계획’을 세우고 DDP를 서울의 라이프스타일 전시장으로 사용할 방안을 마련했다. 뷰티·패션·테크 등 서울의 세련된 생활 방식과 취향을 상설 전시해 시민과 관광객이 체험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경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민간 기업에 상설 전시 공간도 제공하기로 했다. DDP 뮤지엄과 디자인랩 공간이 대상이며 ‘신기술’을 주제로 한다.
DDP는 오 시장이 민선 4기 재임 당시 추진한 역점 사업이다.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으며, 설계·건축비로 약 5000억원이 들었다. 연면적은 8만6574㎡로, 예산 낭비 논란 속에서도 2009년 착공해 2014년 준공됐다.
이후 서울디자인재단이 운영을 맡았지만 운영 목적과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내년 개장 10주년을 앞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콘텐츠 부실’을 지적받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2019년 연구 보고서에서 “여러 이벤트가 유치되고 있지만 시설을 활용하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매우 한산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콘텐츠 개편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DDP가 전시 기획 측면에서 중장기 프로그램이 없고, 전문성·연속성 부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고도 했다. 행사나 임대 시설 유치에 집중하다 보니 콘텐츠의 상시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시 관계자는 “DDP는 대관이 주가 되다 보니 볼 만한 전시가 하나도 열리지 않는 시기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건축물의 상징성 때문에 DDP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건물만 보고 자리를 뜨게 하면 안 된다는 게 내부적 고민”이라며 “건물과 어울리는 콘텐츠를 보며 DDP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볼거리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 내부에서도 DDP 활용에 대한 고심이 깊어졌다. 결국 오 시장 주도로 DDP 활용 방안 재정립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디자인재단 대신 시 경제정책실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시 조례에 따른 DDP 운영 기관은 디자인재단이지만, 시 경제정책실이 DDP 활용에 직접 관여하기로 결정했다. 경제정책실은 DDP 사용 허가를 받은 뒤 사용료 면제 절차를 밟고, 산하 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SBA)과 계약을 맺어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SBA가 DDP 5개 시설 15개 공간 중 어느 정도 사용권을 가질지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새로운 모색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DDP의 산업공간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일각에서 관측된다. DDP 운영권을 시에 내놓을 처지인 디자인재단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DDP 운영 방향이 변하면 DDP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책임 추궁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디자인재단 관계자는 “DDP는 서울이 글로벌 디자인 경쟁력을 갖추고 시민들이 문화 콘텐츠를 즐기도록 하는 공간인데, 산업 경쟁력을 위한 장소로 방향을 틀어버리면 건립 취지와 어긋날 것”이라며 “자칫하면 문화와 산업 공간이 뒤섞여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 경제정책실 관계자는 “사업 계획은 협의 중”이라며 “가을쯤 구체적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규희·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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