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초등교사 일기장 공개 “업무폭탄·ㅇㅇ난리…숨 막혔다”
서울교사노조, 유족 동의 얻어
극단 선택 보름 전 작성한 듯
공란에 학생 이름 적혀있어
경찰, 갑질 의혹 학부모 조사
동료 교사들 1차 조사 끝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1학년 담임교사 A씨의 일기장이 공개됐다. 일기장에는 A씨가 학교 일로 인해 힘들어한 정황이 적혀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갑질’ 의혹이 제기된 학부모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4일 “유족의 동의를 받아” A씨의 일기장 일부를 공개했다. 일기에는 “금~주말을 지나면서 무기력 처짐은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월요일 출근 후 업무폭탄과 ○○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에는 학생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A씨는 이어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고 썼다. 해당 일기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15일 전인 지난 3일 작성됐다.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이 생전 업무와 학생 문제 등 학교 생활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분명 확인할 수 있다”며 “노조가 제보를 통해 학생 중 큰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해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정황을 밝힌 것과도 일맥상통한다”라고 했다.
앞서 서울교사노조는 A씨의 동료 교사들로부터 제보를 받고 “동료 교사에 따르면 지난주 고인이 맡았던 학급에서 학생끼리 사건이 있었다”며 “학생 B가 뒤에 앉아 있던 학생 C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다. 학생 C의 학부모는 이 사건을 이유로 교무실에 찾아왔고,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라고 항의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후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며 “고인은 ‘내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고, 교무실에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소름 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말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서초경찰서는 ‘갑질’ 의혹이 제기된 학부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초경찰서는 “지난 주말 (이른바 ‘연필 사건’과 관련한) 양측 학부모를 불러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초등학교 동료 교사 60여명을 전수조사하기 위해 학교 측에 명단과 연락처 등을 요청했으나 교사들의 반대로 명단 전달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주말 A씨와 친하게 지냈던 동료 교사 위주로 조사를 마친 상태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필요한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나연·강은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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