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고 싶을 걸” 개성 만점 서울 이색 디저트 카페 2곳

강찬미 여행플러스 인턴기자(aboutsky12@naver.com) 2023. 7. 2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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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안내 종이가 붙어 있었던 매장에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어떤 가게가 들어올까 지켜보다가 ‘또 카페야?’ 했던 적이 꽤 있진 않은지.

서울에만 2만5000개가 넘는 카페가 있다고 한다. 카페 후기는 넘쳐나고 극찬 리뷰를 보고 찾아갔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많고 많은 카페 중에 보물찾기하듯 디저트가 색다른 카페 두 곳을 발굴해 봤다. 맛과 멋을 모두 잡은 서울의 이색 카페를 소개한다.

오푸(OAFU)
오푸가 위치한 건물/사진=전혜을 영상PD
성수동에 위치한 오푸. 1960~70년대에 지었다는 허름한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다.
오푸 스티커가 붙어 있는 문/사진=전혜을 영상PD
오푸 디저트 포스터가 붙어 있는 벽/사진=강찬미 여행+기자
​간판이 없어 여기가 맞나 싶을 수 있지만 1층 문에 붙어 있는 ‘OAFU’ 스티커를 발견했다면, 또는 담벼락에 붙어 있는 특이한 디저트 사진 포스터를 봤다면 맞게 찾아온 것이다.
오푸 매장 입구/사진=전혜을 영상PD
가로로 쭉 뻗은 창문/사진=강찬미 여행+기자
3층에 다다르니 낡은 건물 외관만 보고는 상상하기 힘든 힙한 느낌의 카페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입구 좌측 통로 벽 전체에 설치한 대형 거울, 매장 가운데 놓인 기다란 공유 테이블, 가로로 쭉 뻗은 창문과 은색 빛으로 반짝이는 카페 주방.

오푸 매장 전경/사진=강찬미 여행+기자
매장 안쪽에 위치한 테이블과 소파/사진=강찬미 여행+기자
디제잉 공간/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여기에 디제잉 공간과 경쾌한 음악 소리까지 각각의 매력이 한데 모여 활기찬 기운을 마구 뿜어낸다.

건물 외관과 내부가 전혀 다른 상반된 느낌을 내고 싶었다는 사장님의 의도가 잘 드러난 인테리어다.

오푸 조명/사진=강찬미 여행+기자
매장 곳곳에서 존재감을 은은하게 풍기는 조명에도 눈이 간다. 모양이 각기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주문대 위 컵에 담겨있는 꽃/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오푸 컵 받침/사진=전혜을 영상PD
매장 소품 하나하나에 사장님의 취향이 듬뿍 들어가 있다. 한때 디제잉을 했던 경험을 살려 음악도 날씨나 계절에 따라 매번 바꾼다고 한다.
유정남 오푸 사장님 명함/사진=전혜을 영상PD
인터뷰 중인 유정남 오푸 사장님의 모습/사진=전혜을 영상PD
​OAFU는 ‘아워 액츠 팔로우 어스(Our Acts Follow Us)’의 약자로 ‘우리의 행동은 우리를 따라온다’라는 뜻이다.
메뉴 준비 중인 유정남 오푸 사장님의 모습/사진=전혜을 영상PD
오푸의 문화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유정남 대표의 운영 철학을 담았다.

​카페 내부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다 보니 오푸를 대표하는 디저트 오! 소파(Oh! Sofa)​가 나왔다. 예쁜 색감이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 소파/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오! 소파/사진=전혜을 영상PD
하얀 접시에 연분홍색 소파 케이크와 러그 모양으로 만든 초록색 소스가 담겨 나왔다.
오! 소파/사진=전혜을 영상PD
​이 정도면 디저트가 아니라 작품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자마자 카메라 앱을 켤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다.
오! 소파/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언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15분 정도 기다렸다가 먹어야 한다. 고체와 액체 사이의 중간 형태를 띠는 이탈리아 디저트 세미프레도(Semifreddo)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오! 소파 단면/사진=전혜을 영상PD
케이크에 손을 대는 것이 너무 아까웠지만 맛을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반을 갈랐다.

숨어있던 딸기잼과 커스터드 크림이 모습을 드러낸다. 적당히 달면서 부드럽고 달콤한 딸기 크림이 입 안을 감싼다.

오! 소파 단면/사진=강찬미 여행+기자
​피스타치오로 만든 초록색 소스에 케이크를 찍어 먹으니 고소함과 단맛이 어우러져 무척 조화롭다.

아메리카노나 탄산음료와 함께 먹으면 더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오! 페어/사진=전혜을 영상PD
오! 페어/사진=전혜을 영상PD
배 꼭지가 무척 귀여운 디저트 오! 페어(Oh! Pear)도 오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디저트다. 해외에서는 배를 디저트로 많이 먹는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대중화되지 않아 서양 배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오! 페어 단면/사진=전혜을 영상PD
디저트 속은 캐러멜과 살구잼으로 채웠다. 특히 배 밑에 깔린 빨간 라즈베리 소스가 색깔만큼이나 상큼해서 초콜릿으로 만든 배와 무척 잘 어울린다.

여기에 에이드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오! 치즈/사진=전혜을 영상PD
마지막 디저트는 오! 치즈(Oh! Cheese)다. 모차렐라 치즈인가 싶었는데 크림치즈다. 유 대표가 직접 만들었다는 사브레 쿠키와 함께 먹으니 맛이 훨씬 풍부해진다.

치즈케이크를 해부한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유 대표의 아이디어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오! 치즈/사진=강찬미 여행+기자
노란색 레몬커드와 초록색 완두콩으로 완성한 플레이팅이 오! 치즈를 한층 더 먹음직스럽게 만든다.

오! 치즈는 트러플 라테와 먹으면 잘 어울린다.

트러플 라떼/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이제는 오푸의 시그니쳐 음료들을 맛볼 차례. 트러플 라떼와 자두 에이드를 주문했다. 트러플 라테는 유 대표의 최애 메뉴다. 어느 날 파스타를 먹고 있다가 커피에도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개발했다.
트러플 라떼/사진=전혜을 영상PD
커피에 트러플이라니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맛이었지만 한 모금을 들이켜는 순간 의구심을 풀 수 있었다. 트러플 향을 좋아한다면 무조건 시도해 보자.진한 커피에 고소한 풍미까지 더해져 두 배로 맛있다.
자두 에이드/사진=전혜을 영상PD
새콤달콤한 맛이 너무나 매력적인 자두 에이드도 놓치면 아쉽다. 어릴 때 한 번쯤은 먹어봤을 법한 자두 사탕 맛이 생각난다.
오! 페어와 잘 어울리는 자두 에이드/사진=전혜을 영상PD
에이드는 굉장히 흔한 음료인데 자두 에이드는 처음 접해보는 거라 색다르게 느껴졌다. 유 대표와 오랫동안 함께한 메뉴라고 한다.

달콤한 디저트가 당기는 나른한 오후에 오푸는 좋은 대안이다.

동감
동감이 위치한 건물 외관/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청와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조용한 동네 청운동. 그곳에서 식물로 뒤덮인 건물을 찾아보자. 1층에 동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역시 간판이 없다. 사장님의 할아버지가 사용하셨다는 낡은 자전거 한 대가 간판 역할을 하고 있다.

동감 입구인 미닫이 문/사진=강찬미 여행+기자
특이한 점은 지도에서는 이 카페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블로그 후기를 보니 동감을 다녀온 사람들의 평이 무척 좋다. 궁금증 한가득 안고 가게를 찾아갔다.
동감 주방/사진=강찬미 여행+기자
매장에 두 발을 내딛는 순간 직접 가봐야 느낄 수 있는 이곳만의 분위기가 있다는 방문객들의 글이 무슨 뜻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미닫이문 하나로 이렇게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동감 내부 좌석과 테이블/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사장님이 직접 만들었다는 원목 가구가 주는 아늑함과 아주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전구 조명, 잔잔한 음악과 새소리 그리고 여러 종류의 가림막이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화면에는 다 담기지 않는다는 연예인의 실물이 이런 느낌일까. 사장님이 대체 어떤 분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김치/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사장님과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누기 전 동감에서 가장 유명한 디저트를 먼저 맛봤다.

메뉴 이름이 ‘김치’다. 빨간 김치가 아니라 김과 치즈가 들어가서 김치다. 차가운 크림치즈를 김으로 돌돌 말아서 그 위에 달짝지근한 꿀과 통 들깨를 뿌렸다.

김치/사진=강찬미 여행+기자
김치/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설명만 들었을 땐 쉽사리 짐작이 가지 않는 맛이다. 5분 후에 먹으면 가장 맛있다고 해서 잠시 기다린다.디저트를 젓가락으로 먹기는 또 처음이다.
홍차와 김치/사진=강찬미 여행+기자
기대 반, 의구심 반으로 김치 하나를 입에 넣어본다. 동공이 저절로 확장된다. 한 마디로 “맛있다”가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아직 3점이 남았는데 사라진 한 점이 벌써 아쉽다.
김치/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입에서 금방 녹아 없어지는 김, 부드럽고 밀도가 높은 크림, 그리고 달콤한 꿀과 고소한 들깨의 사중주가 펼쳐진다. 이 분위기, 이 맛 정말 나만 알고 싶다.
동감 주방/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카페 주방 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 테이블 앞에 앉아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카페 운영은 올해로 8년차지만 청운동으로 온 지는 1년 반 정도 됐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그래서 카페 이름도 동감으로 지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같이 즐기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동감 내부/사진=강찬미 여행+기자
대체 왜 지도에서 동감을 찾아볼 수 없는지 물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 돌아왔다. 장사가 잘되는 이유를 스스로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감 내부/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시험문제를 찍었는데 얼떨결에 맞은 느낌이라며 한 문제라도 정직하게 풀어서 떳떳한 점수를 받고 싶었다고 한다.

​문을 연 후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지만 사장님 눈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여서 지도에서 가게를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했다는 것이다.

동감 내부/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사실 자신은 화가 나기도 하고 진지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는데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좋은 자극이 됐다고 했다.

​그 이후로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며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이상적인 가게의 비율이 100%라면 지금은 80% 정도까지 도달한 것 같다고 했다.

동감 내부/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카페의 콘셉트가 따로 있냐는 물음에 콘셉트를 잡고 카페를 운영하는 건 아니고 편안함과 아늑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특별히 가림막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다른 사람의 시선이 느껴지면 음식이나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든 것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사장님의 세심함과 깊은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동감 내부 좌석/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손님들이 정말 편안히 쉬고 있는 표정을 볼 때 너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매장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차분함’이다.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는데도 정말 휴식하는 느낌이 든다.
나무 가림막/사진=강찬미 여행+기자
동감 내부 천 가림막/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일반 카페에서는 보기 힘든 천 가림막, 나무 가림막이 동감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었다.동감이 어떤 카페가 됐으면 좋겠는지 물었더니 정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2순위 카페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LP 플레이어/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사람들이 좋은 걸 말할 때 1순위, 2순위를 나누는데 사장님은 1위에는 관심 없으니 이곳이 갈 데 없고 지쳤을 때 와서 맘 편히 쉴 수 있는 카페가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지도에 나오진 않아도 왜 단골손님이 많은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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