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빅4가 학교 망쳤다” 美교육청 200곳, 틱톡·유튜브 집단소송
날로 심각해지는 소셜미디어 부작용에 미국 교육청들이 합심해 대응에 나섰다. 2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전역 교육청 200곳이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지방법원에 틱톡·메타·유튜브·스냅 등 주요 소셜미디어 회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우울증, 자살 시도 같은 극심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학교와 교사들이 이에 대응하느라 시간을 소모하면서 교내 질서까지 무너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합당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번 집단소송에는 자녀가 소셜미디어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의 개별 소송 수백 건이 통합됐다. WSJ는 “미국에는 교육청이 1만3000곳 있기에 원고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10대 청소년을 주 고객층으로 덩치를 키워 온 빅테크의 폭주를 막으려는 거대한 싸움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교내 질서까지 무너뜨려
집단소송에 참여한 워싱턴주 텀워터 교육청은 “소셜미디어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라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라며 “피해를 본 아이들을 도울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육청들은 이번 소송에서 소셜미디어 회사들에 청소년 대상 유해 콘텐츠 검열, 이용 시간 축소 같은 조치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유해 콘텐츠를 청소년이 접할 수밖에 없게 중독성 플랫폼을 만든 책임까지 묻겠다고 했다. WSJ는 “이는 5000여 교육청이 전자 담배 회사 줄 랩스에 청소년에게 위험한 중독성 제품을 만들었다는 데 책임을 물어 합의금을 받아낸 것과 같은 전략”이라고 했다.
교육청의 소송 배경에는 미국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있다. 퓨 리서치 센터 설문에 따르면, 미국 10대 중 소셜미디어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비율은 95%, 온라인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 비율은 그중 절반(46%)에 달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비벡 머시 공중보건국장이 당국과 테크 기업들에 청소년 보호 기준을 강화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우울증을 야기하고, 어린이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준다는 충분한 지표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소셜미디어가 교내 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고도 했다. 교사와 학교 관리자가 사이버 괴롭힘 등에 대응하고, 소셜미디어 사용에 관한 새로운 교육과정과 교내 정책을 추가하고, 온라인 앱 중독으로 불안·우울, 자살 충동을 겪는 청소년을 상담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자살률 급등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끼치는 폐해는 광범위하다. 사이버 괴롭힘 외에도 이상적인 외모나 몸매를 집요하게 보여주며 우울증과 섭식 장애를 유발한다. 지난 2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0대 소녀 5명 중 3명이 지속적인 슬픔을 느끼고, 3명 중 1명은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위험천만한 ‘챌린지(도전)’ 영상을 유행시켜 청소년들이 사고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한 아홉 살 소녀가 틱톡에서 유행하는 ‘기절 챌린지’를 하다 목을 조르고 있던 줄이 엉켜 질식사했고, 2019년에는 한 남고생이 스냅챗에서 유행하는 ‘러시안룰렛 챌린지’를 하다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청소년들이 무방비하게 ‘죽음은 곧 해방’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콘텐츠를 보면서 자살률도 높아지고 있다. CDC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5~24세 자살률(10만명당 자살자 수)은 11명으로 지난 10년간 40%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빅테크에 지금까지 부여된 면책 조항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1996년 제정한 ‘통신품위법 230조’는 인터넷 기업이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 빅테크들은 “(통신품위법 230조를 뒤엎는) 소송을 허용한다면, 빅테크는 강도 높은 검열로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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