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이글거리는 이 눈빛…일낼 줄 알았다
부상 악재 속 이글샷 날리며 투혼
“2, 3라운드 마치고 철수도 생각”
매킬로이 이후 21세 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 ‘연속 톱10’ 영광도
일방독주 브라이언 하먼 ‘트로피’
“2, 3라운드를 마치고 철수할 생각도 했었는데, 그러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꼬마 기관차 톰’ 김주형(21)이 발목 부상을 극복하고 제151회 디 오픈 챔피언십(총상금 1650만달러)에서 준우승으로 질주했다. 47년 만의 최연소 2위, 톱스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이후 메이저 대회 연속 톱10에 든 최초의 21세 선수라는 영광스러운 기록도 함께 챙겼다.
김주형은 24일 영국 잉글랜드 위럴 호이레이크의 로열 리버풀GC(파71·738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7언더파 277타로 존 람(스페인), 제이슨 데이(호주), 세프 스트라카(오스트리아)와 공동 2위에 올랐다. 우승자 브라이언 하먼(미국)과는 7타 차로 멀었지만 김주형은 개인 첫 메이저 대회 준우승이자 디 오픈 한국선수 최고성적(종전 2007년 최경주 공동 8위)과 함께 상금 108만4625달러(약 14억원)를 거머쥐었다.
김주형은 대회 1라운드를 3오버파 74타(공동 89위)로 마친 뒤 임대 숙소에서 미끄러운 진흙을 밟고 넘어지면서 오른쪽 발목을 삐는 부상을 당했다. 발목 인대 파열 진단을 받은 발목은 다음 날 아침 크게 부어올라 있었고,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어 추가 부상을 염려해야 했다.
대회를 포기할까도 싶었지만 김주형은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2라운드를 강행했고 3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25위로 넉넉히 컷통과에 성공했다. 3라운드에서 또 한 번 68타를 치고 공동 11위로 오른 김주형은 폭우 속에 출발한 최종라운드 1, 2번홀에서 연속보기로 고전했으나 3번홀(파4) 버디, 4번홀(파5) 이글로 분위기를 돌렸고 이후 버디 3개를 추가하고 선두권으로 솟구쳤다.
김주형은 1976년 자니 밀러(미국)가 우승한 제105회 디 오픈에서 잭 니클라우스(미국)와 공동 2위를 차지한 스페인 골프의 전설 세베 바예스테로스(당시 19세) 이후 최연소 준우승 기록을 남겼다. 또한 지난달 US오픈 공동 8위에 이은 쾌거로 2010년 로리 매킬로이(디 오픈, PGA 챔피언십 각 공동 3위) 이후 메이저 대회 연속 톱10에 든 최초의 21세 선수가 됐다.
김주형과 전 세계 1위 선수들인 람, 데이 등 공동 2위 선수 누구에게도 ‘2위의 아픔’은 없었다. 하먼이 2라운드 이후 일방적인 독주 끝에 우승하면서 모두들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는 가운데 저마다 남은 미국프로골프(PGA) 시즌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김주형은 시즌 7번째 톱10(우승 1회)으로 이 부문 공동 9위에 올랐고 상금랭킹 20위(562만 4032달러), 페덱스컵 랭킹 14위로 올랐다.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도 지난주(24위)보다 7계단 뛴 17위에 자리잡았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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