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의회, 대법원 권한축소법 안 투표 시작

김재영 기자 2023. 7. 2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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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성'을 이유로 행정부의 결정을 무효화할 수 있는 대법원 권한
언듯 월권으로 보이지만 이스라엘 민주주의 유지의 초석
[AP/뉴시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심장맥박 자동조절기 삽입수술을 마친 지 반나절 후인 24일 낮 반년 간 추진해온 대법원권한축소 법안 최종투표를 하기 위해 의회에 나와 의원들과 논의하고 있다. 유대교 캡을 쓴 의원이 초강경국수주의자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이며 오른쪽 옆에 야리브 레빈 법무장관이다. 2023. 07. 24.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이스라엘 의회가 반년 넘게 건국이후 최대의 국론 분열과 국정 혼란을 빚어온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의 '대법원 권한축소법'안에 대한 최종 투표를 24일 오후1시(한국시간 오후7시) 시작했다.

의원내각제의 이스라엘서 네타냐후 총리 연정은 120석의 크네셋(의회)서 64석을 차지해 보통 1석이나 2석 우위에 그친 이전 연정보다 훨씬 여유 있는 집권 세력이다.

거기에 총리 재직 14년 째인 네타냐후의 이전 5번 정권 때와 비교할 때 지금 연정은 초강경 국가주의와 초정통 유대교 기반의 극우 세력에 최대로 기대고 있어 그 극우 색채가 가장 강렬하다. 그래서 기업, 노조, 법조인은 물론 이스라엘군의 초석인 예비군 대다수가 반대하는 이 대법원 권한축소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대법원은 정부의 결정을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는 초강경 국수주의자들이 주장하듯 권력분립에 어긋나는 초권력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권한이 성문 헌법이 없는 이스라엘에서 의회를 장악한 행정부의 권력남용을 막을 수 있는 최후의 장치로 신뢰를 받아왔다.

이 대법원의 '합리성' 권한이 중동은 물론 세계 어느 대륙에서도 드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떠받쳐왔다고 이스라엘 야당은 물론 미국 등 국제사회는 지적한다. 이스라엘 현 연정의 초강경 보수 세력은 자신들 입맛에 맞는 초국수주의 법을 통과시키더라도 대법원이 합리성을 이유로 무효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권한을 없애버리고 싶어 안달인 것이다.

대법원의 '합리성' 판단에 근거한 정부 결정 무효화 권한이 사라지면 의회를 등에 업는 행정부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이스라엘이 이웃 중동 여러 나라 못지않는 독재국가가 될 것이 뻔하다고 야당은 경고하고 있다. 부국 이스라엘은 개인 능력을 존중해 빈부 격차가 심한 편인데 대법원의 권한이 축소되면 이 격차에다 인구 900만 중 150만이 넘는 아랍계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인간 차별, 유대교의 특별 지위와 절대성 추구로 인한 종교 차별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부국이면서도 이스라엘에 1년에 30억 달러의 군사비를 지원하는 등 이스라엘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미국에서 집권 민주당의 네타냐후 총리 반감이 이 법안으로 수십 배 치솟았다. 만약 이스라엘 대법원이 힘이 약해지면 점령지 '서안지구'를 완전히 자국 영토로 편입해서 유대인이 맘대로 거주하는 국제법 위반 행위가 저질러질 것이 명확관화하다고 보는 것이다. 서안지구 병합은 팔레스타인 독립국 수립을 상정한 중동평화의 2국가 해결책이 완전히 폐기된다는 것을 뜻한다.

네타냐후는 중동평화를 받쳐온 1994년 오슬로 평화협상의 핵심인 이 해결책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2014년부터 평화협상을 중단시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및 조 바이든 부통령과 사이가 틀어졌다. 네타냐후는 당시 백악관은 가지 않고 공화당 장악의 의회에서 평화협상 무용론을 펼치며 박수를 받았다.

[예루살렘=AP/뉴시스] 지난 22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국회로 행진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24일 국회에서 사법 개편 법안 표결을 강행하기로 하자 이스라엘 전역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2023.07.24.

9년 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정 간섭처럼 비처지는데도 네타냐후에게 대법원권한 축소 법안 강행을 강력히 만류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크네셋 의원 120명은 전날 26시간 동안 토론했던 법안에 대한 자구 수정안 140개에 대한 투표를 3시간 동안에 거쳐 한 뒤 2차 독회와 3차 독회의 마지막 투표를 한다. 집권 연정의 64명 의원 중 네타냐후 당인 보수 리쿠드당 의원은 35명에 그쳐 축소안을 완화시켜보려고 해도 초강경 세력이 워낙 강해 현실성이 없다.

이날 최종 투표가 행해질 대법원권한 축소법안은 전체 개정법 중 가장 중요한 '합리성' 조항에 한한다. 이것을 통과시킨 뒤에 초강경 세력은 대법원 등 사법부의 판사 임명에 행정부가 지금보다 훨씬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한 조항과 행정부 각 부서에 포진해있는 독립적 법률 자문관 직의 폐지하는 안을 밀어부칠 예정이다.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는 이 법안을 정부간 힘의 균형을 되찾는 '개혁'법이라고 말하지만 야당과 수많은 이스라엘 국민들은 '쿠데타'라고 칭하고 있다. 이 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매주 토요일 수 만, 수십 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29주 연속으로 전역에서 펼쳐졌으며 지난 주에는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까지 닷새 도보 행진의 시위가 있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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